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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원격의료의 함정을 피하는 법

디지털
2020.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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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분야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료진과 환자가 만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하기 직전만 해도 전체 환자 수의 1%에 불과하던 원격진료 환자가 팬데믹 상황이 심화되면서 50%에서 최대 80%까지 늘었습니다. 원격진료가 확대되면 환자 편의를 증대하고 병원 운영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의 생활 방식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등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일례로, 저희 동료 한 명은 원격으로 당뇨 환자를 진료하던 중 환자가 설탕이 가득한 콜라를 무심코 마시려는 모습을 ‘현장 포착’한 적도 있습니다. 병원 진료실에서는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 덕에 환자의 병이 나아지지 않는 원인을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런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의도치 않은 부작용으로 환자, 의료진, 그리고 사회 전반에까지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도 벌써부터 발생하고 있습니다. 원격의료가 확대되면서 진료과를 불문하고 소수 인종, 노년층, 저소득층,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이민자 등 미국 내 취약 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더욱 떨어지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화면으로 진행하는 진료 방식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 업무시간이 길어지거나 일과 생활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번아웃을 느끼는 의료진이 적지 않았는데 상황이 더욱 나빠진 것입니다. 원격의료를 통해 병원 운영비를 장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도 하지만 기존에 병원을 잘 찾지 않던 환자들도 원격의료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 의료 체계의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격의료가 전례 없는 새로운 기술 혁신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원격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보여주는 기존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2009년에 통과된 ‘경제 및 임상 보건을 위한 건강정보 기술에 관한 법률’(통칭 HITECH법)입니다. 개별 병원의 의료 기록을 네트워크로 통합해 공유하는 전자건강기록(통칭 EHR) 시스템이 도입하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 법률이 통과되면서 전자건강기록 시스템이 빠르게 확대됐죠. 물론 여러 장점이 있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의료진이 번아웃을 느끼거나 업무와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등의 문제점은 오늘날 원격의료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아주 유사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전자건강기록 시스템의 사례를 바탕으로 원격의료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네 가지 전략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의료진과 환자의 관계를 보호해야 합니다.

전자건강기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진료실의 환자와 의사 사이에 모니터와 키보드가 놓이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가히 신성하다고까지 여겨졌던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에 무언가 벽이 생긴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원격의료도 의료진과 환자 간의 관계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화면을 통해 진료를 보게 되면서 계층 간 의료 접근성 격차가 심화될 수도 있지요. 일례로, 최근 뉴욕의 한 대형 병원 체인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환자의 원격의료 이용률이 가장 낮았고, 백인이나 아시아인에 비해 흑인과 히스패닉 환자의 이용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원격의료 때문에 계층 간 의료 접근성 격차가 심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디지털 기기가 익숙지 않은 환자에게 필요한 장비를 빌려주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해결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코로나19 사태 초기 의대생들이 임상 진료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캘리포니아의 UC 샌디에이고 의대생들은 환자들에게 원격진료를 받는 방법을 알려주고 인터넷 연결 상태를 확인하는 등 다각도로 원격의료를 지원하는 일에 투입됐습니다. 미국 퇴역군인 보건협회는 퇴역군인들에게 원격진료용 태블릿을 빌려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죠. 또 워싱턴주는 모바일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서 와이파이 핫스폿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적 측면의 지원과는 달리 통역 등 언어적 측면의 지원은 비용과 접근성 문제로 아직 많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통역에 필요한 비용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거나 미국 노인의료보험제도 메디케어의 의료 수가에 통역 비용을 포함하는 등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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