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한 첫 충격 이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은 직원들의 삶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생활 측면에선 재택근무가 뉴노멀이 됐습니다. 그리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겐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온라인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게 만드는 것도 뉴노멀이 됐죠.
맞벌이 부모들은 갑자기 모두를 위한 만능 해결사가 돼야 했습니다. 그것도 24시간 내내 말이죠. 선생님, 코치, 개인 교사의 역할은 물론이고, 직원, 직장 동료, 관리자와 리더의 역할까지 떠맡아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여름이면 이 긴 터널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의 대유행은 5월 중에 정점을 찍을 거라고 예상됐기 때문이죠. 6월이 되면 아이들이 캠프에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친구들과 밖에서 놀 수 있을 거라고 여겼죠. 그래서 사람들은 기상 캐스터를 예언자 보듯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가 한없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닫자 우리는 좀 더 창의적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17살짜리 제 딸은 화상회의를 할 때 특이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데 도가 텄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 자녀를 둔 셰브론 직원들은 정말 힘들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자유도 필요하죠. 그걸 갈망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무언가 놀거리를 찾는 10대들이 미취학 아동과 초/중학생들을 온라인으로 가르치거나 같이 놀아주는 가상 플랫폼을 생각해냈습니다. 그리고 셰브론의 융화자문위(Inclusion Counsel) 정기 회의와 셰브론 사내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어요. 융화자문위는 셰브론의 12개 직원 리소스 그룹(ERG) 리더들과 마이크 워스(Mike Wirth)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는 단체예요. 그 결과 이 아이디어에 대한 압도적이고 긍정적인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곧 ERG 리더들, 은퇴자, 온라인 여름 인턴, 기업 파트너들이 모여 셰브론 캠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구상이 시작된 지 불과 5주 만에 준비가 끝났죠.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학부모가 자녀들을 수업에 등록시켰습니다. 수화, 스페인어,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흑인 혁신가들, 예술과 공예, 명상, 금융, 화장지의 공급망 등 주제도 다양했죠. 경영진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 시간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이크 워스는 ‘초록 계란과 햄’을 읽었고, 법률 고문인 휴 페이트(Hew Pate)는 ‘페르디난드(Ferdinand)’를 읽었습니다.
팬데믹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공이었어요. 셰브론은 정신 건강과 웰빙에 중점을 둔 직원 지원 프로그램과 우려 및 불만 사항을 익명으로 비밀리에 제출할 수 있는 옴부즈맨 제도를 수십 년 동안 운영해왔습니다. 가을에 학교들이 온라인 수업을 재개했을 땐 ‘재고하기(Rethink)’와 ‘돌봄 인력 장터(Caregiver’s Marketplace)’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했습니다. ’재고하기’ 프로그램은 특수 교육을 포함한 원격 학습을 지원했고, ‘돌봄 인력 장터’를 통해서는 직원들이 동료들과 함께 원격 학습 도구를 만들거나 교육 봉사, 돌봄 봉사 등으로 동료들을 도와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