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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파괴적 혁신은 오히려 기존 기업에 유리하다

디지털
2021.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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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기존 기업들보다는 신생 기업이나 외부 기업들이 이미 성숙한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여겨지죠. 그들은 기존 관행이나 기득권, 기타 여러 관성의 방해를 덜 받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외부 조직이 변화를 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걸 여러 경험적 근거가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에 대해 알아내고자 합니다.

샴페인 포도 시장

이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우리는 프랑스 샴페인 산업을 연구했습니다. 고위 임원 및 산업 전문가와 총 78회 인터뷰를 실시했고, 업계의 모든 샴페인 하우스에 관한 10년 이상의 광범위한 정량 데이터로 정성 연구를 보완했죠.

샴페인 산업은 흥미롭습니다. 매우 성숙한 산업일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기존 관행에 따라 움직여 왔죠. 하지만 수면 아래를 보면 구조적 변화가 태동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하우스가 어떻게 하면 다르게 일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었죠. 인터뷰 대상 중 한 사람은 이 산업을 유명한 ‘호수 위 백조’에 비유했습니다. 표면적으론 모든 게 평화롭고 안정적인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는 격렬한 발차기가 있다는 뜻이죠.

샴페인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포도밭 주인들은 포도 재배를 담당하고, 그 포도는 샴페인 하우스에 팔립니다. 샴페인 하우스는 포도를 스파클링와인으로 만들어 소매상에게 유통하며, 브랜드와 마케팅을 책임집니다. 소매상들은 그 와인을 소비자들에 팔지요.

최근 수년간 몇몇 하우스는 이런 상황을 바꾸고자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하우스는 포도밭을 자기들 것으로 취득해 수직 통합을 시도했죠. 또 다른 일부는 브랜딩, 마케팅, 유통을 직접 하는 대신 이런 활동을 담당해 줄 유통업체와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다른 이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이용해 샴페인이 아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 위해 캘리포니아 같은 다른 포도 생산지에 자회사를 설립했죠.

하지만 우리 연구에 의하면, 포도 농장주들은 이런 변화의 시도에 대개 격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 변화의 시도를 샴페인 산업의 불문율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으로 보는 거죠.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만이 샴페인이라는 상표를 달 수 있기 때문에 하우스들은 이 농장주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포도 농가들은 산업의 이해와 현상 유지에 합치하지 않는 활동을 한 위반자들을 어떻게 처벌하는지 이야기해줬습니다. 예를 들어, 포도에 더 높은 값을 매기거나 나쁜 품질의 포도를 배달하고, 모두가 동시에 그들과의 협업을 그만두는 식입니다. 심지어 폭력을 쓰겠다는 협박 하거나 따돌리고 위협했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량 분석에 의하면, 샴페인 한 병에 들어가는 원재료 비용은 약 10유로 정도입니다. 포도 농가는 업계 불문율을 위반한 샴페인 하우스에 그 가격을 13유로까지 높이는 방식으로 그들을 처벌했습니다. 다른 샴페인 하우스에 비해 상당한 경쟁적 불이익을 주는 거죠.

그러나 우리는 분석을 통해 놀랄 만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농장주들이 업계에서 비교적 아웃사이더인 업체만 처벌했다는 것이었죠. 새로운 하우스, 전통 샴페인 농가 마을 밖에 위치한 하우스, 가족 경영이 아닌 하우스, 또는 LVMH 같은 기업 그룹에 합병된 하우스 같은 아웃사이더들이 규범을 어겼을 경우 말입니다. 하지만 업계의 전통 하우스가 같은 행위에 연루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았죠.

다시 말해, 업계 전통적 내부자들에게는 기존 관행을 벗어나는 게 허용된다는 거죠. 하지만 아웃사이더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기존 관행에 도전했을 경우 공급자들은 그들을 심하게 처벌했습니다. 이건 매우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상대적으로 아웃사이더인 업체가 변화를 일으키기 훨씬 힘든 이유가 여기서 밝혀졌기 때문이죠. 새로 진입한 기업은 대개 업계의 기존 공급자에게 중요한 자원을 의존하기 마련이고, 공급자들은 그 기업이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는 걸 허용하지 않으려 하죠.

신생 기업은 기존 기업에 만연한 관습적 타성에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우리 연구에 의하면 여전히 ‘업계 맥락에 의한 타성’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즉, 공급자 같은 조직 외부적 요소들이 회사의 행동을 제약하고 업계 관행을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만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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