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즉 BRP의 시대였다. 너도나도 ERP 시스템과 인터넷 같은 당시 신기술을 이용해 광범위한, 엔드투엔드end-to-end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혁신 열풍에 뛰어들었다. 학계와 컨설팅업계에서 리엔지니어링이 얼마나 대단한지 찬양했고 많은 기업이 주문 접수와 처리, 지급에 이르는 O2C나 신제품의 상업화 콘셉트 등에서 대대적인 프로세스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기술로 인해 여러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실제 적용 상황을 보면 기대가 너무 과했나 싶다. 이를테면 SAP 또는 오라클 등 대규모 ERP 시스템은 데이터 교환을 뒷받침하는 유용한 IT 기반을 마련해줬지만 이 때문에 프로세스만 엄격해져 기존의 IT 적용 방식을 바꾸기가 어려웠다. 그 이후 프로세스 관리 경향을 보면 대개 프로세스 중 일부를 조금씩 바꾸는 정도에 그친다. 가령 반복 프로세스에는 린과 식스시그마 방법론을, 개발에는 애자일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적용하는 식인데 모두 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현재 일부 회사가 이 아이디어를 새로운 형태로 도입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대로 하려면 AI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이해는 물론이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업무 개선의 구조로 볼 필요가 있다. AI가 범용적, 범목적적 기술로 점차 거듭나면서 리엔지니어링을 지지하던 측에서 구상했던 대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급진적인 재설계가 현실에 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아티클 저자인 토마스 대븐포트Davenport는 이 주제로는 처음 책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