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위 수여식 연설부터 커리어 조언 칼럼에 이르기까지 "열정을 따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끈질기게 추구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조언은 점점 더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내면화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이러한 조언을 첫 번째 커리어에서 실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열정을 따르는 과정에서
번아웃이 오거나 혹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Boston Symphony Orchestra의 세계적인 플루티스트였던
엘리자베스 로우Elizabeth Rowe는 50세에 음악이 아닌 다른 열정을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일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추구해 온 음악을 그만둬야 했다. 그러나 음악을 관두는 것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인내심을 갖고 계속 나아가라고 지금껏 들었던 말과는 정반대의 결정이었다. 로우는 수년간 고민한 끝에 결국 음악 활동을 접었고, 지금은 뒤늦게나마 두 번째 커리어인 리더십 코치로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렇다면 열정을 쏟고 있거나 열정을 쏟았던 일을 포기하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
새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가지 중요한 장벽이 있다. 사람들은 열정을 추구하다 그만둘 때 비난 받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했다. 교단에서 물러나려는 교사나 의료계를 떠나려는 간호사 모두 열정을 내려 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도덕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볼까 걱정했다. 작가이자 전직 저널리스트인 시몬 스톨조프
Simone Stolzoff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소명을 포기하는 것 같았어요. ... 협업자와 동료들이 저를 용서해 줄까요?"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연구 결과
한 연구에서는 우리는 업무에 열정적인 정규직 직원들에게 일을 포기하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다. 그 다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도덕성과 역량을 어떻게 판단할지 예측해 보라고 요청했다. 별도의 참가자 집단의 제3자 관찰자들에게는 이 동일한 전문가들이 자신의 열정을 포기한 것에 대해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열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열정을 포기했을 때 실제보다 훨씬 더 가혹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열정적인 일을 포기할 때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었다. 생계를 위해 하는 일과 같이 열정을 덜 요구하는 일을 포기하는 상황에서는 개인이 예상하는 타인의 실망과 실제 타인의 실망의 수준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러한 불일치가 생길까? 우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첫 번째 열정을 포기하는 것을 곧 자신이 실패자라는 증거로 생각했다. 또한 그 실패에 관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이유를 곱씹는다. 반면, 그러한 결정의 감정적 부담에서 자유로운 관찰자들은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열정을 포기하는 결정을 더욱 잘 맞는 일에 다시 뛰어들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경향이 더 강했다. 다시 말해 열정 추구자들은 포기를 '종착역'으로 여기는 반면, 제3자 관찰자들은 커리어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계속 추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시 정지’ 신호로 봤다. 이는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하는 것은 사람들의 내적인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행동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학업에 대한 열정이 큰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은 박사학위 취득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워할수록 학위 과정의 착취적이거나 부당한 조건에 대해 말할 의향이 적었다. 악조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신의 열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긴 학생들은 자신이 의견을 피력하면 남들이 현재의 열정을 포기한다고 해석할 것을 우려했다. 이러한 패턴은 학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교사와 간호사 표본에서도 비슷한 역학 관계가 관찰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러한 판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현재 교직에 열정을 갖고 있거나 한때 열정을 가졌지만 지난 12개월 동안 교직을 그만둘 생각을 한 적이 있는 교사들을 모집했다. 이들 중 절반에게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을 포기했을 때 관찰자들이 이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볼지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이 정보를 제공한 뒤 14일 후에 이들의 행동 의도를 측정했다. 이들은 대조군에 비해 이직 계획을 세우거나 이력서 코치를 찾는 등 열정을 포기하는 것과 관련된 행동에 더 많이 나서려는 의도를 보였다. 이처럼 열정을 포기할 때 사회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은 사람들이 다음 열정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요점 사람들은 자신의 경력을 고정된 목적지가 아닌 진화하는 여정으로 볼 때 바라던 성공을거둘 수 있다. 그러나 열정 추구에 관한 많은 담론은 끊임없는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담론은 재구성돼야 한다. 열정을 추구하는 여정에는 여러 번의 일시정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열정은 한결같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삶의 환경이 변하면 열정도 바뀔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 열정을 쏟고 있는 대상이 미래에는 바뀔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에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열정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모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잠시 멈추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열정을 추구하다가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원해서,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계속 하고 있는 건가? 그만두는 것이 나약함의 신호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열정을 포기하는 사람을 예상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더 잘 부합하는 무언가를 향한 첫걸음일 수 있다.
원문 | https://hbr.org/2025/07/research-when-its-time-to-leave-a-career-youre-passionate-about?ab=HP-hero-featured-1재커라이어 베리(Zachariah Berry)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마샬 경영대학원의 경영 및 조직학 조교수다. 그의 연구는 직장에서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라이언 J. 루카스(Brian J. Lucas)는 코넬대학교 노사관계대학원의 조직행동학 부교수다. 그의 연구는 직장에서의 창의성과 도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존 M. 자키모비츠(Jon M. Jachimowicz)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조직행동학과 조교수다.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람들이 일에 대한 열정을 추구하는 방식, 다른 사람의 열정을 인식하는 방식, 리더와 조직이 열정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에디팅 이규열
Copyright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