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나 예술가는 말할 것도 없고 철학자,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등 많은 사람이 수 세기에 걸쳐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를 써 왔습니다.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이 답을 알기 위해 심리치료사가 되거나 형이상학 학위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반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답을 구하려 자신의 무의식을 깊이 파고들거나 내면에 움츠려 있던 프로이트에 날개를 달아줄 필요가 없습니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훨씬 더 간단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최소한 우리의 직업적 페르소나가 어떤 모습인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말이죠.
사회과학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주로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남들이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우리의 성격과 동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비교하는지에 달린 것이죠. 동료들에게 비공식적인 조언을 구하든, 아니면 공식적인 평가 활동에 참여하든, 직장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아는 데 있어 평판과 개인 ‘브랜드’에 대한 여러 사람의 평가를 모으는(crowdsource)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습니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높은 직무 수행 능력과 정확한 자기 인식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인식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흔히들 듣는 조언과는 배치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전략적이고 정치적으로 영리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직업적 성공에 있어 매우 중요한 능력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고 주문처럼 외우며 사는 사람들은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습니다. 학술 보고서가 강조하는 것처럼 성공한 사람들은(조안 제트 같은 특별한 예를 제외하면) 보통 그들의 평판에 신경을 많이 쓰고, 사회의 요구에 맞춰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동료들이나 고객들과 대면하는 사교 모임에서는 사람들이 우리가 악수를 할 때 얼마나 손을 세게 잡는지, 방의 음향 구조상 우리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등 3차원 공간에서의 물리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우리의 인상을 결정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풍기는 향기도 중요한 사회적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죠. 이런 오프라인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보이는 미소, 하품, 눈 맞춤의 빈도 등의 신호와 그들의 직접적인 말을 통해 피드백을 얻을 뿐이죠.
그러나 우리가 주로 온라인에서 소통하게 되고 우리를 대신할 ‘아바타’가 생기면서 달라졌습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상당(혹은 거의 모든) 부분에 똑같이 접근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만들어 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우리의 디지털 ‘발자국’을 추적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연료가 됩니다. 또 그 데이터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 우리의 개인적이고 전문적인 자질을 빠르게 평가하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신입 사원 모집, 직원 고용, 스타트업 투자, 협력, 경쟁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쓰이게 되죠.
소셜미디어가 사적인 공간인 건 맞지만 우리를 평가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공개돼 있습니다. 평소 기업들이 얼마나 쉽게 우리의 디지털 페르소나를 활용해 우리를 평가하고, 관심사를 파악하고, 인구 특성에 기초한 프로필을 완성하고, 제품을 판매하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의 잠재적 채용 면접관, 투자자, 동료, 경쟁자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 디지털 페르소나를 활용하고 있을 것임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다양한 상황에서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고 가설을 검증하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