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소피는 팬데믹 기간 동안 자기 방 안에서 의류 재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저렴하게 의류를 구입해서 이윤을 붙여 다시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소피는 스웨트셔츠, 신발, 가방, 재킷 등을 포장해서 택배로 부쳤다. 사업이 한창 잘 될 때는 하루에 상자 30개 분량의 옷을 밀봉해서 그 위에 라벨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에 사업까지 병행하려니 힘이 들었던 것 같다. 소피는 고객에게 택배 발송을 제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자신이 일하는 동안 방에 같이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소피는 물건을 포장하거나 라벨을 대신 붙여달라고 요청하지 않았고, 재고 관리에 대해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다. 이메일에 회신을 하든, 책을 읽든 신경 쓰지 않았다. 소피가 원했던 건 자기가 일하는 동안 물리적으로 함께 있어주는 것뿐이었다. 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으면서 소피는 외로움을 덜 느꼈고 일에 더 잘 집중했다. 시작한 일을 끝내는 데 책임감도 더 느꼈다.
이를 ‘보디 더블링(body doubling)’이라고 부른다. 보디 더블링은 물리적 또는 가상적 공간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는 ADHD를 앓는 사람들이 과제에 계속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 출발됐으며, 필자가 코칭 고객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기도 하다. 이 방법은 직장에서 업무를 시작하거나 완수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직장 동료와 물리적 혹은 가상 공간에서 만나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