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변화’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변화는 한 인간이 성장하는 데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다. 동시에 대단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변화가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고 느껴질 경우에 특히 그렇다.
많은 연구자는 사회적인 변화에 집중한다. 하지만 필자는 지난 10년간 사람들이 개인의 삶에서 발생한 극적인 변화에 반응하는 방식을 연구해 왔다. 필자는 자신이 바라던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람들, 바람직하지 않거나 낙인과도 같은 정체성을 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수백 건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위가 낮은 자리로 좌천된 사무직 종사자, 지역사회에 다시 녹아들고자 노력하는 출소한 전과자가 그 예이다.
필자와 이야기를 나눈 많은 사람이 과거의 정체성에서 탈피해 새로운 자아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겉으로 보기에 그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상관없었다. 옴짝달싹 못하겠는 이러한 느낌을 우리는 ‘정체성 마비(identity paralysis)’라고 부른다. 정체성 마비 현상은 사람들에게 흔히 현재 상황에 대한 분노와 좌절, 절망을 안겨준다.
하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정체성 회피 현상을 겪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인생의 중대한 변화를 성큼성큼 뚫고 나가면서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위 인터뷰들을 통해 필자들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고(변화가 반가운지와는 무관하게), 정체성 마비가 아닌 정체성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다섯 가지 전략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