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소매업체들은 온라인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해 점점 더 ‘매장 기반 주문 처리store-based fulfillment’ 방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세기 후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오 봉 마르셰Au Bon Marché는 이미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우편 주문을 처리하고, 말과 마차로 상품을 배달했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른바 ‘매장에서 직송ship-from-store’ 모델은 전자상거래 확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다시 부상했다. 팬데믹 기간 이 모델은 ‘옴니채널 주문 처리omnichannel fulfillment’의 대표 사례로 주류에 올랐으며, 지역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면서 더 빠르고 저렴한 배송을 약속했다. 현재 월마트Walmart는 온라인 주문의 절반을 매장에서 처리하고 있으며, 타깃Target은 30억 달러를 투자한 후 거의 2천 개 매장을 통해 온라인 주문의 95%를 처리한다.
이 모델은 효율적이지만 위험도 크다. 주문은 실시간 재고가 아닌 예측 재고를 기반으로 접수되기 때문에, 매장 진열대에 상품이 없으면 고객은 일부 품목이 누락되거나 대체된 주문을 받게 된다. 매장 기반 주문 처리가 흔한 식료품 소매 분야의 경우, 매장 재고 부족률stockout은 평균 8%에 이르며, 온라인 주문의 경우 15%까지 높아진다. 이러한 주문 처리 실패는 운영과 고객 경험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온라인 쇼핑객의 거의 3분의 1이 최근 주문에서 최소 한 개 이상 대체 상품을 받았다고 한다. 서유럽 일부 소매업체에서는 전체 주문의 거의 80%에서 최소 한 품목이 환불되거나 대체되고 있다.
필자가 함께 일한 소매업 경영진들은 이런 주문 처리 실패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인지 고민하고 있다. 더 똑똑하고 복잡한 대체 정책을 만들고, 상품을 선택하는 직원의 훈련을 강화하는 등 완화mitigation에 더 투자해야 할까? 아니면 재고 정확도를 높이고 매장 재고 수준을 늘리는 등 예방prevention에 집중해야 할까? 정답은 명확하지 않다. 상품 특성, 고객 성향, 온·오프라인 팀 간 협업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논의에서 종종 빠지는 핵심 요소가 있다. 바로 고객이 이러한 주문 처리 실패에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는가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한 유럽 선도 식료품 소매업체의 5천 명 고객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온라인 주문 및 주문 처리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주문 상품이 품절될 때 소매업체의 대응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정할 수 있었다. 리테일링 저널Journal of Retailing에 곧 게재될 논문에서 자세히 보고하겠지만,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배송하지 못하면 직접적인 매출 손실이 발생할 뿐 아니라 고객의 향후 지출이 줄어든다. 그리고 품절된 상품을 대체 상품으로 제공할 경우, 이런 지출 감소 폭이 더 커진다. 게다가 그 영향은 상품의 신선도(부패 가능성), 프로모션 수준 등 속성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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