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느라, 또 감염된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정부와 의료기관들은 정신이 없습니다. 제조업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정신이 없는데요, 서플라이체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부품 조달 방식을 진작에 바꿨어야 하는데 그대로 방치했다가 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공급망 매핑(mapping) 및 리스크 모니터링 전문 회사인 레질링크(Resilinc)가 발표한 데이터를 보시죠. 이 표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표는 중국(코로나바이러스 위험지역), 한국, 이탈리아에 각각 주요 산업시설이 얼마나 위치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두 번째 표는 중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지역에서 생산되는 품목 현황을 보여줍니다.
꼭 겪어봐야만 알 수 있나?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많은 다국적 기업은 서플라이체인의 숨겨진 약점을 발견하고 뼈아픈 교훈을 얻었던 적이 있죠. 당시 매출은 물론 기업가치도 타격을 받은 회사가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1차 공급업체에 미친 영향은 신속하게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차, 3차 공급업체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었습니다.
9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의 교훈을 다시 떠올려봐야 합니다. 요즘 눈에 안 보이는 하위 공급업체, 즉 본사와 직접 거래하지 않는 2, 3차 공급업체 중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위험 지역에 거점을 둔 곳이 있는지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경우가 많죠. 한편으로는 서플라이체인을 관리하는 관리자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평상시에는 안정적 부품 공급과 비용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대개 중국에 있는 부품업체 한 곳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서플라이체인의 위기는 대부분 필수적인 원자재를 단일 공급업체나 단일 지역에서 조달 받다 보니 발생하곤 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플라이체인의 특성상, 중국에서 재료나 제품을 직접 공급받지 않는 기업이라고 해도 전염병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제조업 기업의 리스크 관리 원칙은 최소한 1차 및 2차 공급업체까지 적용돼야 합니다. 그 범위를 넘어서는 3차, 4차 공급업체까지 직접 관리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이라도 알아둬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