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팬데믹과 무역 전쟁, 지정학적 갈등으로 제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제조업체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공급망 위험을 3대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제조업체는 일부 생산을 지역화할 계획이다.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응답자의 43%는 이미 구체적인 이전, 재배치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럽 소매업체 C&A는 독일 공장에서 연간 청바지 80만 개를 생산할 계획이며, 월마트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제조, 재배하거나 조립되는 품목에 3500억 달러를 추가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인건비가 높은 국가로의 생산 이전은 비용이 많이 든다. 기업은 인도, 중국, 베트남과 같은 국가에서의 노동집약적 생산 설비와 기술을 누릴 수 없다. 비용 효율적인 리쇼어링을 위해서는 생산 프로세스 자동화와 디지털화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럽의 많은 자전거 제조 업체들은 현재 완전히 자동화된 공정을 통해 프레임 생산을 고비용 국가로 이전하고 있다. 독일의 V 프레임(Frames)과 포르투갈의 트라이앵글(Triangles)이 좋은 예다.
대형 생산자는 필요한 막대한 투자를 대량으로 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규모 생산자는 이런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 이들에는 생산량에 비해 높은 기계 비용이 발생한다. 새로운 생산 모델인 서비스로서의 생산, 즉 ‘PaaS(Production as a Service)’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생산 모델
서비스형 "As-a-service" 모델은 장비의 소유권과 이용권을 분리한다. 소프트웨어 제공업체가 제품을 구독 모델로 전환했을 때 IT 부문에서 규모를 키웠다. 콘텐츠 소비 분야의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이동성 분야의 케어바이볼보(Care by Volvo), 티어 모빌리티(TIER Mobility)는 이 모델의 눈에 띄는 응용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러한 서비스형 모델은 이미 나타났다. 2020년부터 솔루션 회사 트럼프(Trumpf)와 재보험사 뮌헨 리(Munich Re)는 손잡고 레이저 절단기 사용권을 서비스로 제공했다. 다른 사례로는 ALD 배큠 테크놀로지(Vacuum Technologies, 열처리 공급), 캐저(Kaeser, 압축공기) 및 롤스로이스(Rolls Royce, 동력)가 있다.
PaaS는 이 방식을 전체 공장으로 확장한다. 유연한 생산, 자산 공유 및 재무 혁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개념을 실현해나간다.
유연한 생산
공장은 한 제조 시설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사출 성형 제조업체는 같은 기계에서 서로 다른 도구를 사용해 와인 보관 상자와 산업용 팔레트를 각각 생산할 수 있다. 한 기계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특정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작업만 거치면 변형된 여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르셰(Porsche)는 포르셰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을 위해 기존 차체의 성형 라인을 그대로 활용해 부품(hang-on parts)을 생산할 수 있다. 매우 유연한 다중 생산 공정을 개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