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심각해지는 소득 불평등이 직장 상사의 유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필자들은 성장기 때 부모의 소득이 자녀가 성인이 된 후 리더로서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부모의 소득은 자녀가 성인이 이후의 나르시시즘(자기애)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들은 자기중심주의, 충동적 성향, 낮은 공감능력 등의 특징을 보인다. 또한 나르시시즘의 강도는 리더로서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중요한 자질 및 업무성과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웨스트포인트의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군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장교들을 표본으로 이러한 연관성을 연구했다. 이 표본집단은 학력, 교육수준, 현재 소득, 조직 내 현재 위치와 같은 중요한 요소를 일정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조사대상자의 부모의 소득 정보는 웨스트포인트 입학원서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수집했다. 그 후 이 표본집단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나르시시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여러가지 문항을 읽고 이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예컨대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준다” “그룹 활동에 내가 빠지면 지루해진다” 등과 같은 내용이었다.
다음으로, 해당 장교의 부하들을 설문 조사했다. 자신의 상관이 리더로서 필수적인 다음 세 가지 자질 중 어떤 요소를 갖췄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첫째는 부하직원을 배려하고 걱정해주는 관계지향적 행동이다. 둘째는 업무와 역할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는 역량을 뜻하는 임무지향적 행동이다. 세번째는 혁신적 사고를 독려하고 색다를 관점을 공유하며 독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변화지향적 행동이다. 또한 상관의 성과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하게 했다. 상관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단체 활동에서 상관이 얼마나 긍정적 혹은 부정적 행동을 하는지 등이다.
조사결과, 부모의 소득수준은 자녀가 성인이 된 후 리더로서의 역량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성장기에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성인이 된 후 높은 나르시시즘을 보였으며, 나르시시즘이 심할수록 관계, 임무, 변화지향적 행동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행동 수준이 낮은 상관에 대해서는 부하들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부하들은 이들의 업무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그룹 활동에서도 긍정적 행동보다는 부정적 행동을 더 많이 보인다고 답했다. 즉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는 나르시시즘을 키우게 되고, 리더로서의 역량은 간접적으로 저해되었으며, 이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행동을 가져오게 한다.
우리 연구에서 보듯이, 왜 고소득층에서 자란 리더가 저소득층 출신 리더보다 지도력 면에서 별달리 뛰어나지 않을까? 이는 흥미로운 질문이다. 고소득층 가정에서 자라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훨씬 많이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소득 학부모는 좋은 학교가 있는 안전한 동네에서 자녀를 키우고, 아이들의 여러 가지 스킬을 키워줄 수 있는 선생님, 코치, 캠프 등에 돈을 지불할 여력도 있다. 또한 자녀의 성장에 유익한 경험이나 이력서에 쓰기 좋은 경력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무급 인턴십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 드러난 내용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고소득의 잠재적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고소득층은 스스로 독립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이런 인식은 고소득층이 더 똑똑하고 특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고 다른 의견, 생각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연구에서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감능력, 돕고자 하는 경향도 낮게 나타났다. 실제로 고소득층 가정의 자녀는 이런 인식을 가정에서 배우며 자라는 듯 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고소득층 가정의 자녀가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보다 친구에게 스티커를 나눠주거나 아픈 아이들에게 물건을 기부하는 데에도 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를 매우 독립적이고, 독특한 존재로 여기며 다른 이들보다 우선시하는 행동은 나르시시즘적 경향으로 이어지기 쉽고, 이런 나르시시즘적 경향은 아동이 타인과 상호교류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연구결과가 비즈니스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르시시즘과 리더십은 복잡한 관계다. 지금까지는 둘의 결합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왔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그룹에서는 나르시시즘이 큰 사람이 리더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졌다. 취업 면접과 같이 대면시간이 짧은 상황에서는, 나르시시스트는 매우 좋은 인상을 남기곤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나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타인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경향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인간관계나 그룹활동 시 부정적인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소득 가정 출신이라는 배경이 항상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며 여러 혜택을 입을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리더로서의 역량은 키우지 못할 수도 있다. 거꾸로 해석하면, 조금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리더도 오히려 나르시시즘이 지나치지 않아서 금수저만큼 성공하고,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소득과 나르시시즘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해도, 그 연관성을 직접 조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소득과 나르시시즘의 연관성이 조직 내 행동에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다른 배경에서는 이 연관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을 좀 더 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표본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군에서 모두 같은 계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연구는 성장기 때 부모의 소득 수준이 애초에 그 지위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
다만 기업은 이번 조사 결과를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탁월한 리더를 키우려면 회사에서는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누를 수 있는 공식적인 규칙과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즉 동료에 대한 공감능력과 배려심을 강조하고 우선시하거나, 타인에 대한 봉사를 인정해주고 보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고소득층 가정 출신들이 자라면서 받았던 혜택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고, 저소득층 출신들이 잘하는 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일터가 될 것이다.
션 R. 마틴(Sean R. Martin)은 보스톤대 캐럴경영대학 부교수이며,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리더십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한다.
스테판 코테(Stéphane Côté)는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동을 가르치며, 미시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계층과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 및 조직 내 개개인의 친사회적, 윤리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감성지능이 개인과 그룹의 실적개선과 갖는 연관성 등을 주로 연구한다.
콜 토드 우드러프(Col. Todd Woodruff)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서 리더십 및 경영학과 학장을 맡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케넌플래글러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군에 입대하는 이유가 조직 내 관계의 수준, 친조직적 행동, 조직내 정체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번역: 송채영
에디터: 조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