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고객인 멜리사는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 기업 CEO다. 멜리사는 자신이 회사의 CHRO인 벤과 나눈 대화에 대해 내게 하소연했다. 벤은 멜리사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팀 내에서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불만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스스로를 투명하고 포용적인 리더라고 자부해 온 멜리사(그리고 실제로 그렇다)는 이 말에 당황스러웠다. 벤은 이어서 팀원들이 자신들에게 중요한 결정에 대해 멜리사로부터가 아니라 동료들을 통해 알게 된 사례들을 몇 가지 들려줬다. 예컨대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우선순위에서 제외된 제품 기능에 대해 마케팅 부사장을 통해 알게 됐다. 품질 부사장은 제품 출시를 앞당기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운영 부사장을 통해 알게 됐다. 영업 부사장은 새로운 예산 변경에 대해 CFO를 통해 알게 됐다.
멜리사는 내게 설명했다. 실제로 각각의 임원들이 1:1 미팅에서 새로운 정보를 가져왔고 멜리사는 그들이 권고한 결정을 지지했다. 그들이 다음 임원 월례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이와 연관된 동료들과 직접 소통할 것이라고 당연히 여겼다. 그녀의 생각에는 자신이 병목지점이나 전달자 역할을 해 다른 부사장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대신, 팀이 신속하게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효율성 중심 접근은 팀 내에서 불협화음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각 사례에서 그녀는 상황의 일부만을 듣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 멜리사에게 내가 수많은 CEO와 C-레벨 리더들에게 해온 조언을 했다. 1:1 미팅을 그렇게 많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임원 간 1:1 미팅의 숨겨진 비용
대부분의 대규모 조직에서 CEO나 고위 임원의 일정은 1:1 미팅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이런 미팅은 대체로 방향성 정렬, 의사결정, 관계 관리에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업의 최상층에서는 이 미팅의 구조 자체가 조직의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1:1 미팅을 어떻게 최적화하거나 개선할지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할 미팅이라면 아무리 개선해도 소용이 없다.
조직 하위에서는 1:1 미팅이 중간 관리자, 감독자, 개별 구성원을 지도할 때에는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인 진실이 숨겨져 있다. 고위 임원들이 1:1 미팅을 많이 할수록 조직은 더 분절되고 기능별 사일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멜리사가 기능별 부사장들이 자신들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핵심 동료들과 충분히 상의한다고 당연히 여기지 말았어야 했다는 결론은 쉽게 내릴 수도 있다. 그녀가 단순히 “우리가 진행하기 전에 존도 함께 논의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봅시다”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했더라도 임원 간 1:1 미팅이 초래하는 분절화 문제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더 나아가 그녀가 조정을 하느라 다섯 번의 추가 미팅을 중재해야 했을 수도 있다.
임원급에서 의미 있는 의사결정은 결코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멜리사의 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하는 일은 마케팅 부사장의 결정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 운영 부사장의 결정은 품질 부사장에게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쳤다. 그러나 멜리사가 그 핵심 리더들과 진행한 미팅은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고 의견을 낼 기회가 없었다. 이들 임원들은 나중에서야 이러한 결정과 가정들을 보고 받아야 했다. 물론 누군가가 고의로 악의를 품거나 다른 이의 영향력을 빼앗으려 한 것은 아니다. 단지 각자 자신의 기능이나 지역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기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는 네 가지 중대한 문제를 만들어낸다.
분절된 거버넌스 각각의 1:1 미팅은 마치 소규모 운영위원회처럼 기능하지만 그 회의실 안에 없는 사람들은 참여하지 못한다. 거버넌스는 비공식적이고 중복적으로 이루어지며,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을 따라 잡기 위해선 재작업과 후속 미팅이 필요하다. 더 나쁜 것은 1:1 미팅에서 고려되지 않은 관점들이 나중에야 표면으로 드러나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분절된 미팅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쓰이면, 고위 리더들만이 할 수 있는 본연의 일—기업의 우선순위를 이끌고, 인재를 육성하며, 조직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에 쓸 시간이 거의 남지 않는다.
기능 중심의 편향 1:1 미팅은 조직을 역량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부서들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강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는 기능 간 일관성을 높이기보다는 사일로를 더욱 공고히 한다. 그 결과 CEO나 고위 리더가 기능 간 관점을 통합하는 유일한 연결자 역할을 떠맡게 된다.
의사결정의 재포장 임원들은 비공식적으로 내려진 결정을 반복해서 설명하고, 해석하고, 방어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다. 이는 추진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그들의 구성원 사이 불일치와 마찰을 낳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뢰는 약화되고, 리더들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도록 시스템을 우회하고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 1:1 미팅을 이용하는 데 익숙해진다.
임원 간 경쟁과 담합 승계 구도와 야망은 고위 리더들 사이에 은밀한 경쟁심을 부추길 수 있다. 1:1 미팅은 내부 영향력을 행사하는 무대로 변질되며, 리더들은 “오늘 아침 빌과 1:1 미팅에서…” 같은 식으로 비공개 접촉을 언급해 비밀스러움과 지위를 암시하고, 이는 공동체적 신뢰를 갉아먹는다.
CEO들 또한 1:1 미팅을 통해 다른 팀원의 정보를 빼내면서 직속 보고자와 허위의 ‘내부 친밀감’을 조성하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약화시킨다. 내가 1:1 미팅을 줄이라고 권했던 한 CEO는 이렇게 토로했다. “하지만 그러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내부 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임원 시간이 더 가치 있게 쓰이는 방법: 역량 중심 회의 대안은 임원들의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운영 논의를 위해 1:1에 의존하는 대신, CEO와 고위 임원들은 소규모의 기능 간 ‘역량 중심 회의
capability meetings’를 소집해야 한다. 이는 1:2 또는 1:3 대화 형태로, 실제로 가치가 창출되는 방식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혁신은 연구개발(R&D), 마케팅, 고객 경험 중 어느 한 부서만의 것이 아니다. 혁신은 이들 부서의 경계 지점에 존재한다. 관련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으면 전략적 명확성이 확보되고 조정 속도가 빨라지며 공동 소유의식이 강화된다.
다음은 이를 시작하는 다섯 가지 방법이다.
1:1 미팅은 인재 개발에만 활용하라 1:1 미팅을 분기별 주기로 전환하고 개별 구성원의 성장, 피드백, 경력 개발에만 집중하라. 이런 대화는 운영 보고나 즉각적인 문제 해결로 희석되지 않고, 온전히 집중해서 진행할 가치가 있다.
분기에 한 번씩 90분짜리 세션을 미리 잡아두고 ‘개발 대화
development conversation’라고 분명히 명시하라. 이 시간을 회고, 피드백, 미래 목표 설정으로 구성하라. 전술적 사안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예컨대 “이번 분기에 리더로서 자신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혹은 “내년에 의미 있게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도전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으로 유도하라.
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COO는 ‘커리어 체크인
career check-in’ 모델을 도입해 1:1 구조를 재설계했다. 분기별 세션에서 각 직속 보고자의 장기 목표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슬라이드나 프로젝트 업데이트는 일절 다루지 않았다. 이 변화는 팀 내 유지율과 승계 가시성을 크게 개선했다.
역량 중심으로 모여라 조직의 혁신, 디지털 전환, 고객 충성도 같은 핵심 역량들을 도출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 간 교차 지점을 중심으로 정기 회의를 설계하라.
당신의 비즈니스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5~7개의 핵심 역량을 식별하라. 각 역량마다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2~4개의 기능을 한자리에 모아라. 이런 ‘역량 위원회
capability councils’는 단기 의사결정, 상충관계 조율, 공동 실행을 논의하는 장이 돼 전체 임원진이 기업 차원의 전략과 기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멜리사는 팀과 함께 전략적 우선순위를 ‘원격 진료 경험’과 ‘임상 운영 기술’ 같은 역량 영역으로 재구성하고, 제품, 운영, 엔지니어링 리더들이 포함된 정기적인 1:3 역량 회의를 만들었다. 그 결과 시장 출시 주기가 20% 단축됐고, 팀 간 중복과 마찰이 크게 줄었다.
적임자가 직접 듣게 하라 1:1 미팅의 조용한 비효율 중 하나는 의사결정을 비공개 채널로 끌어들여 실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러면 리더들은 나중에 같은 논의를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설명해야 하거나,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결정을 재논의해야 한다. 따라서 오해, 불일치, 실행 지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역량 중심 회의를 활용해 특정 이슈를 둘러싼 기능 간 교차점에 있는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정보를 이해하고 실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꼭 필요한 시점에 직접 들을 수 있다. 누구도 나중에 따로 보고받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런 집중된 참석 구조는 더 날카로운 공동 판단력을 키워주고, 사일로 간에 결정을 다시 전달하고 해석해야 하는 필요를 없앤다.
내가 자문했던 한 금융 서비스 기업의 CEO는 ‘시장 진출’, ‘운영 효율성’, ‘기업 인재 전략’ 같은 역량 중심 주제로 다수의 1:1 미팅을 대체했다. 위험관리, 준법, 영업, 인사 책임자들과 사업부 총괄들을 다양한 조합으로 모아 해당 역량 주제를 논의하게 했다. 적임자들이 실시간으로 맥락을 듣게 되자 실행 속도가 빨라졌다. 리더들은 더 이상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해 설득하거나, 닫힌 문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늠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임원 팀의 시간을 격상시켜라 너무 많은 의사결정이 비공개 1:1 미팅에서 이루어지면 전체 임원 회의는 종종 뒤처진 내용을 따라잡고, 이미 내려진 결정을 되풀이하고, 오해를 해소하고, 관계 갈등을 관리하는 자리로 전락한다. 그 결과, 임원 팀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기업 차원의 과제에 집중할 기회를 빼앗긴다.
역량 중심 회의를 통해 적절한 수준에서 기능 간 실행과 상충관계를 처리하면, 임원 팀의 시간은 전략적 의미 형성, 문화적 책무, 장기적 투자 같은 본연의 일에 온전히 투입될 수 있다. 전체 임원 회의 의제를 ‘이 팀의 모든 역량이 필요한 의제는 무엇인가?’, ‘우리 시스템에서 다시 정렬이 필요한 영역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하라.
한 포천 100대 기업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내려진 결정을 다시 논의하느라 월간 임원 회의의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전면 개편했다. 핵심 역량에 연계된 3인 조에 운영 의사결정을 위임함으로써, 고위 임원 팀은 문화적 회복력, 혁신 파이프라인, 위기 시나리오 플래닝, 글로벌 포트폴리오 이동 같은 조직 차원의 중대한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조직 말단의 실행 속도는 빨라지고, 중심에서는 전략적 일관성이 한층 깊어졌다.
임원 간 경쟁을 최소화하라 승계 구도는 종종 미묘한 경쟁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1:1 미팅은 CEO와의 ‘독점적 접촉’이나 ‘비공개 접근권’을 암시함으로써 권력 다툼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운영 논의를 소규모 그룹 형식으로 전환하면 임원 팀은 더 큰 투명성과 상호 책임감을 바탕으로 움직이게 된다. ‘나는 너는 모르는 걸 안다’는 식의 권력 구도는 공유된 맥락과 가시적인 기여로 대체된다. 실질적인 영향력은 가까운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협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 비공식적인 뒷말이 줄어들면 진정한 신뢰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내가 코칭했던 한 글로벌 물류기업 CEO는 직속 보고자들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종종 비공개 미팅에서 나눈 이야기나 그 정보를 자신이 활용한 방식에 대한 뒷말에서 비롯됐다. 그는 1:1 미팅을 전면 폐지했다. 두 분기 만에 이런 ‘지위 과시’가 사라졌고, 팀은 ‘권력 없이 리더십 발휘하기’라는 새로운 문화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단순히 회의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십의 효과성에 관한 문제다. 고위 임원의 역할은 각 기능을 따로따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적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일로만이 아니라 그 경계 지점을 보고 이끌어야 한다.
1:1 미팅을 최소화하는 일은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조직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하는 조직을 만들어가려는 리더에게 이러한 시도는 강력한 도약의 출발점이 된다.
원문 | https://hbr.org/2025/07/why-senior-leaders-should-stop-having-so-many-one-on-ones론 카루치(Ron Carucci)는 나발렌트Navalent의 공동 창립자이자 매니징 파트너로 변혁적 변화를 추구하는 CEO와 임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To Be Honest: Lead with the Power of Trust, Justice and Purpose >(Kogan Page, 2021)를 포함해 10권의 베스트셀러 저서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에디팅 이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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