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로 미국 민주당원들은 2020년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노동 계층의 표를 어떻게 다시 확보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어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유색인종 유권자들에게 소외감을 주거나 결례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 백인 노동 계층에게 어필해야 했죠.
그리고 이들은 해냈습니다. 바이든은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를 되찾으면서 대통령으로 당선됐죠. 백인 노동 계층의 남성 중 민주당에 투표한 비율은 2016년 대비 23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여성 비율은 34퍼센트에서 36퍼센트로 올랐습니다. 2016년 힐러리의 패배를 결정지었던 러스트벨트에서 바이든이 승리를 거둔 데는 이 유권자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러나 백인 노동 계층의 지지만으로 바이든이 당선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바이든은 이번 대선에서 1990년대부터 공화당의 오랜 아성이었던 애리조나와 조지아를 뒤집고 네바다를 먹으면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 많은 라틴계 사람이 투표에 참여했던 것도 바이든에게 득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전 조지아 하원의원이었던 스테이시 애브람스가 투표율을 높여준 덕분에 조지아주에서 많은 흑인이 투표에 참여한 것도 바이든에게 큰 힘을 실어줬어요. 짐 클라이번 하원의원과 흑인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바이든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 선거)에서 승기를 잡으며 불확실했던 대권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바이든의 당선은 모든 인종의 합작품입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유색인종 유권자들뿐 아니라 (비록 모두는 아니지만) 꽤 많은 백인 노동층의 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동시에 유색인종은 무조건 민주당을 뽑는다는 뜻을 내포하는 “인구 변동은 운명이다”라는 논지는 힘을 잃었습니다. 플로리다에 사는 라틴 유권자 중 45퍼센트가 트럼프를 찍었어요. 트럼프가 수년간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사회주의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쿠바와 베네수엘라 출신 미국인들이 바이든에게 돌아서게 된 결과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민주당이 텍사스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는 거예요. 실패의 원인 일부는 바로 텍사스 남부 지역에 사는 라티노 유권자들이 트럼프 편으로 돌아서면서 민주당이 도시지역에서 얻은 득표수를 상쇄했기 때문입니다.
멕시코 국경 근처에 사는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을 정치 공략으로 내세운 트럼프를 전적으로 지지하다니.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