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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사용 설명서

매거진
2017. 11-12월(합본호)

The Big Idea

인공지능 사용 설명서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말한다.

인공지능에 투자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이제 제대로 알아보자.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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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인간은 무엇일까?

 

인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번 시리즈를 장식한 이미지들은 인간을 찍은 일련의 사진을 토대로 생성됐다. 왜곡 기법을 썼기 때문에 신체 어느 부분을 나타내는지 알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출처: HBR DESIGN STAFF)

 

인공지능 파헤치기

 

인공지능이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지난 250여 년 동안 기술혁신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돼 왔다. 그중에서도 증기기관, 전기, 내연기관처럼 경제학에서 범용기술이라고 부르는 기술혁신이 특히 중요하다. 각 범용기술은 상보적인 혁신과 기회를 잇달아 촉발했다. 이를테면 내연기관 덕분에 승용차, 트럭, 비행기, 전기톱, 잔디 깎는 기계가 나왔다. 대형마트, 쇼핑센터, 크로스도킹 창고[1], 새로운 공급망이 생겨났다. 잘 생각해 보면 교외지역이 등장하는 데도 기여했다. 월마트, UPS, 우버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은 이런 기술을 활용해 수익성 있는 신규 사업 모델을 구상할 수 있었다.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범용기술은 인공지능(AI), 그중에서도 머신러닝(ML)이다. 머신러닝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방법을 인간이 꼭 일러주지 않아도, 기계가 알아서 꾸준히 성능을 개선하는 능력을 말한다. 요 몇 년 사이 머신러닝의 효율성과 가용성이 크게 높아져서, 기계 스스로가 임무수행 방법과 학습시스템을 만드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머신러닝이 왜 중요할까?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인간은 자신이 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알고 있다.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거나 바둑 대국에서 묘수를 두는 등 수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어떻게 그러는지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머신러닝이 나오기 전에는, 이처럼 인간의 지식은 표현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일을 자동화할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둘째, 머신러닝 시스템은 대개 뛰어난 학습능력을 지녔다.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등 여러 활동을 인간보다 훨씬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훌륭한 머신러닝이 경제 전반에 배치되고 있고,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조만간 인공지능은 지난날의 범용기술만큼이나 혁신적인 영향을 여러 업계에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 세계 수천 개 기업이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있지만, 큰 기회들은 대부분 아직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제조, 소매, 운송, 금융, 의료서비스, 법률, 광고, 보험,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거의 모든 업계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하려고 핵심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뒤엎고 있다. 인공지능의 영향력은 향후 10년 동안 크게 확대될 것이다. 다만 경영과 실행, 비즈니스적 상상력에서의 역량 부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른 신기술들처럼 인공지능도 갖가지 현실성 없는 기대를 낳았다. 머신러닝, 신경망 등 여러 기술 형태를 장황하게 들먹이는 사업계획서 가운데는, 사업과 기술의 실제 능력과의 연관성이 빈약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소개팅 주선 사이트가 단순히인공지능을 활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이트보다 특별히 더 뛰어나진 않다. 하지만 이런 홍보문구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의 진정한 잠재력과 실제적 영향,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을 채택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에 대해 차별화된 설명을 해보려 한다.

 

인공지능 개발, 어디까지 왔나?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1955년 존 매카시John McCarthy다트머스대 수학과 교수가 만들었다. 매카시 교수는 그 다음해 인공지능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콘퍼런스를 꾸리기도 했다. 그때부터 인공지능 분야의 멋진 가능성과 장래성이 점점 과하게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좋은 느낌도 이런 현상에 일조했을 것이다. 1957년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향후 10년 안에 컴퓨터가 체스에서 인간을 이길 거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40년이 걸렸다. 1967년 인지과학자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인공지능을 실현하는 과제는 앞으로 한 세대 안에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과 민스키는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지만, 미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그런 면에서 미래 혁신에 대한 과장된 주장이 회의주의와 짝을 이루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우선 오늘날 인공지능의 수준과 발전속도부터 살펴보자. 지금까지 가장 큰 진전을 이룬 분야는 크게 지각perception과 인지cognition. 지각 분야에서는 음성 관련 기술이 사실상 가장 많은 진전을 보였다. 음성인식 기술은 완벽해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미 수백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어시스턴트를 한번 떠올려 보자.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글도 처음에 컴퓨터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받아 적었다. 음성인식 정확도가 꽤 높아서 키보드로 입력할 때보다 훨씬 빨리 글을 쓸 수 있다. 제임스 랜데이James Landay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음성인식을 통한 텍스트 입력 속도는 휴대전화 키보드 입력 속도보다 평균 세 배나 더 빠르다. 과거 8.5%에 달했던 오류율은 4.9%까지 낮아진 상태다.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눈부신 기술의 진전이 10년 동안 서서히 이뤄진 게 아니라, 불과 2016년 여름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미지인식 기술도 극적으로 개선됐다. 여러분이 페이스북에 친구 사진을 올렸더니, 애플리케이션이 그들의 이름을 태그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야생조류 종을 인식하는 스마트폰 앱도 있다. 이미지 인식이 기업의 본사 직원들의 신분증을 대체하기까지 한다. 자율주행차에 장착되곤 하는 비전 시스템vision systems, 예전에는 오가는 보행자를 인식할 때 30프레임당 한 번꼴로 실수를 했다.(시스템에 내장된 카메라는 초당 30프레임씩 촬영한다.) 하지만 이제는 3000만 프레임당 한 번 미만으로 실수를 한다. 이미지넷ImageNet이라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에는 평범하고, 흐릿하고, 기이한 이미지 수백만 장이 저장돼 있다. 여기서 추출한 이미지를 최고성능의 기계로 인식했을 때 오류율은 2010 30%를 웃돌았지만, 2016년에는 약 4%까지 낮아졌다.(‘강아지인가 머핀인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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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개선 속도는 초대형 신경망, 신경망에 기반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도입되면서 지난 몇 년 새 급격히 빨라졌다. 머신러닝을 활용한 비전 시스템은 여전히 허점이 많다. 하지만 강아지 얼굴을 재빨리 인식 못하거나, 심지어 강아지 얼굴이 없는 이미지에서 강아지 얼굴을 찾아내는 민망한 일은 사람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커다란 진전을 보인 두 번째 분야는 인지 및 문제해결과 관련돼 있다. 이미 기계가 포커 챔피언과 바둑 고수를 이겼다. 전문가들이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가능하다고 예측한 성과였다. 구글딥마인드Google DeepMind팀은 인간 전문가가 최적화한 데이터센터의 냉각효율을 머신러닝 시스템을 활용해 15% 이상 추가 개선했다. 사이버 보안업체 딥인스팅트Deep Instinct는 지능형 에이전트를 이용해 악성 소프트웨어를 감지하며, 인터넷 결제 시스템 페이팔PayPal은 돈세탁 방지에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 보험사는 IBM 기술에 기초한 시스템으로 보험금 청구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데이터과학 플랫폼업체 루미데이텀Lumidatum의 시스템은 고객지원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조언을 그때그때 제공해 준다. 월스트리트의 기업 수십 군데가 머신러닝을 활용해 어떤 거래를 맺을지 판단하고 있으며, 신용거래를 결정할 때도 점점 머신러닝의 힘을 빌리는 추세다. 아마존은 머신러닝으로 재고를 최적화한 한편, 고객들에게 더 나은 제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케팅 예측 및 분석업체 인피니트애널리틱스Infinite Analytics는 사용자가 어떤 특정한 광고를 클릭할지 예측하는 머신러닝 시스템을 개발해, 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온라인 광고 배치 전략을 개선했다. 브라질의 어느 온라인 소매기업에는 고객의 제품 검색 및 발견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머신러닝 시스템을 개발해 줬다. 덕분에 글로벌 소비재 기업은 광고 투자수익이 세 배 증가했고, 브라질 소매기업은 연 수익이 12500만 달러나 늘었다.

 

머신러닝 시스템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의 기존 알고리즘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지난날 인간이 제일 잘했던 많은 일들을 인간보다 훌륭히 해내고 있다. 시스템이 완벽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미지넷 데이터베이스에서 머신러닝 시스템의 오류율은 이미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 음성인식 기술은 시끄러운 곳에서도 인간과 거의 흡사하게 기능한다. 기술이 이 정도 수준에 이르면, 일터와 경제를 완전히 뒤바꿀 만한 어마어마한 가능성이 새로 열리게 된다. 어떤 임무가 주어졌을 때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이 인간의 수행능력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시스템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일례로 드론 제조업체 앱토노미Aptonomy와 로봇기업 샌봇Sanbot은 개선된 비전 시스템을 이용해 경비업무 대부분을 자동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 어펙티바Affectiva의 경우 소비자그룹의 얼굴에서 기쁨, 놀람, 분노 같은 감정을 읽어내는 데 사용한다. 딥러닝 스타트업 엔리틱Enlitic은 의학 영상정보를 분석해 암 진단을 돕는 데 비전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모두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기반한 시스템이 적용되는 범위는 여전히 좁은 편이다. 예컨대 인공지능 시스템은 이미지 수백만 개가 저장된 이미지넷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놀라운 수행능력을 보이지만 채광 조건, 각도, 이미지 해상도, 사정이 전혀 다른자연 환경에서는 그만큼의 인식률을 보장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어를 알아듣고 영어로 번역해 주는 시스템이 매우 경이롭기는 해도 베이징 시내 맛집을 찾아주기는커녕 특정 한자의 뜻조차 모를 것이다. 어떤 사람이 한 가지 작업을 잘해내면 관련한 다른 일도 어지간히 할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반면 머신러닝 시스템은 몇몇 특정한 작업만 수행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에 지식을 일반화할 수가 없다. 컴퓨터의 편협한 지식이 더 넓은 이해를 암시한다고 믿는 오류야말로 인공지능이 진보하는 데 혼란과 과장된 주장을 불러오는 최대 주범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반지능general intelligence을 발휘하는 기계를 개발하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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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고된 상품을 그대로 보관하는 게 아니라, 분류나 재포장 과정을 거쳐 곧바로 소매점포로 배송하는 물류 시스템을 갖춘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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