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는 자신이 연구한 성공적인 기업들의 공통적인 경영방식을 일곱 가지로 정리해 <휴먼 이퀘이션>이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일곱 가지 방식 중 첫 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고용 안정’, 즉 함부로 해고하지 않는 것이다. 마구잡이식 해고는 안 되겠지만, 경영을 하면서 해고를 피하는 것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천재 경영자 스티브 잡스도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해고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이번 호 아티클 ‘인간미를 잃지 않는 해고의 기술(Firing with Compassion)’이 마치 형용 모순처럼 느껴진다. Compassion의 어원인 라틴어 ‘compati’는 ‘고통을 함께 한다(suffer with)’는 뜻인데, 직원을 해고하는 것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해고를 잘 하는 10가지 조언의 상당 부분은 실리콘밸리 조직 환경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수긍하기 쉽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출근한 직원을 불러서 바로 해고 통보를 하고 짐 싸서 집에 돌려보내는 일이 드물지 않다. 좋은 회사에서 해고된 인재는 다른 회사에서 금방 뽑아간다. 해고가 자유로운 만큼 이직도 자유롭다. 많은 직원들은 해고를 기다리기 전에 이직한다. 대개 평균 2년 정도면 직장을 옮기고, 그 과정에서 대체로 연봉도 괜찮게 오른다. 이렇게 운영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연차나 직위보다 직무 가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한 분야에 특화된 커리어를 선택하고 돈을 더 많이 주는 다른 회사의 같은 직무로 이직한다. 이직을 적절하게 잘 해야 몸값이 오른다. 한 회사에 오래 다녔다고 승진시켜 주거나 연봉을 인상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 오랜만에 이직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리콘밸리 얘기다. 많은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를 지향점으로 삼아 조직문화, 리더십, 인사관리 등을 개선하려고 하지만, 그렇게만 한다고 실리콘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고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특히, 직원에게 해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