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거의 40년 동안 진행된 앨런 랭어(하버드 심리학자)의 ‘마음 챙김(mindfulness)’ 연구는 행동경제학에서 긍정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깨어 있는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이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창의력을 높이며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일례로 ‘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clockwise)’라 불리는 실험에서 노인들로 하여금 마치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 이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본지(HBR) 선임 편집자인 앨리슨 비어드(Alison Beard)가 랭어를 만나 요즘처럼 갈수록 혼돈이 커져가는 시대에 마음 챙김을 리더십과 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기초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마음 챙김’이란 정확하게 어떤 것입니까? 당신이 정의하는 ‘마음 챙김’은 무엇입니까?

‘마음 챙김’이란 새로운 것에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는 과정을 말합니다. 마음 챙김을 하게 되면 마음이 현재에 있게 되고 현재 상황과 관점에 더 민감해집니다. 이는 관여(engagement)의 본질이지요. 마음 챙김을 하면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고 오히려 샘솟습니다. 흔히들 생각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가 생기고 에너지가 고갈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특별한 이유 없이 부정적 평가를 내리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걱정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안정을 추구합니다. 어떤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하지요. 그러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모든 것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므로 이러한 소망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이 같은 생각 때문에 통제력을 잃게 되지요.

일을 진행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 일은 이러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일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으며 이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현재의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어제의 문제를 해결한 방식으로 오늘의 문제를 풀어낼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제2의 천성이 되도록 (기존 방식을) 익혀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고 방식이야말로 ‘마음 놓침(mindlessness)’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규칙은 그 규칙을 만든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나는 그 사람이 아니므로 나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나와 그 사람이 다르면 다를수록 더 역효과만 나겠지요. 마음 챙김의 미학을 체득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규칙이나 관례, 목표는 단지 안내자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이러한 것들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지요.

“나는 사람들에게 일과 사생활의 ‘균형(balance)’이 아니라 ‘통합(integration)’을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균형’이라는 단어에는 일과 개인적인 삶이 서로 적대적이며 공통점이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마음 챙김을 잘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을 누릴 수 있는지요?

우선 성과가 좋아집니다. 교향악단의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적이 있는데 이들은 매일 똑같은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일에 심한 권태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라는 관점에서 괜찮은 직업이라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 연주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한 그룹은 이전에 공연하면서 마음에 들어 했던 곡을 다시 연주하도록 했습니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다시 말해 마음 놓침 상태에서 연주하도록 한 것이죠. 다른 그룹에게는 저마다 미묘하지만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면서 연주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다시 말해 마음 챙김 상태에서 연주하도록 유도했지요. 우선 이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클래식 곡은 재즈가 아니므로 연주자가 가할 수 있는 변화는 감지하기 힘들 정도로 미묘하답니다. 그런데 두 그룹의 연주를 녹음해 이 연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자 청중의 반응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마음 챙김 상태에서 연주한 곡을 압도적으로 선호했습니다. 단원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주를 한 곡이 훨씬 더 훌륭했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게 놔두면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물론 일부러 반항적인 의도를 갖고 행동한다면 그러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맥락에서 연주를 한다면, 그리고 몸만 와 있는 게 아니라 정신을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면 충분히 더 빼어나고 조화로운 성과를 얻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밖에도 마음 챙김의 장점은 많이 있습니다. 마음 챙김의 미학을 터득하면 주의 집중을 하는 데 더 유리합니다. 자신이 한 일을 더 잘 기억할 수 있고, 더 창의적이 됩니다. 기회가 나타나면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위험이 닥치기 전에 피할 수 있고, 사람들을 더 좋아하게 되며, 사람들도 당신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 당신이 남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지요. 당신은 예전보다 더 카리스마를 갖추게 됩니다.

일을 미루거나 후회하는 습관도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어떤 일을 선택했을 때는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으므로 또 다른 일을 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책망하지 않는 것이지요.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하거나, 직장을 정할 때, 또는 제품을 만들거나 전략을 추진할 때 당신이 이를 충분히 의식한 상태에서 정신을 제대로 집중하고 있다면 그런 결정들을 후회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거의 40년에 걸쳐 거의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 이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 결과, 마음 챙김 요법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려면 마음 챙김이 다른 개념들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의 범주에 속하는 변수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샌드위치를 먹든, 인터뷰를 하든, 어떤 기기를 만지작거리든, 보고서를 쓰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마음 챙김을 실행하면서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 챙김을 실천하면서 한 일에는 뭔가 족적이 남기 마련입니다. <포천>이 선정한 50대 CEO와 가장 뛰어난 예술가와 음악가, 정상급 운동선수, 최고의 교사와 기술자 등 자기 분야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마음 챙김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음 챙김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