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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술집으로 걸어 들어간 인류학자

크리스티안 마드스비에르그(Christian Madsbjerg),미켈 B. 라스무센(Mikkel B. Rasmussen)
매거진
2014.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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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을 이해하려면 고객의 생활공간에서 그들을 관찰하라.

 

2006년 유럽의 메이저급 주류제조사 비어코(BeerCo, 가칭)는 술집과 음식점 매출이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탄탄한 시장조사와 경쟁사 분석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고객들은 이 기업의 핵심 제품인 스탠더드 라거(standard lager) 맥주를 좋아했고 매장 매출도 높았다. 하지만 일반 술집에서는 상황이 달랐고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통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런저런 연구방법을 전부 동원해본 비어코는 사회 인류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에게 영국과 핀란드 내에 소재한 술집 십여 곳을 방문해 원인을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인류학자들은 마치 보르네오 섬에 거주하는 낯선 부족을 연구하듯 프로젝트에 임했다. 이들은 술집이라는 공간으로 직접 들어가 어떤 결과가 나오리라는 가설도 없이 그저 술집 주인과 종업원, 단골손님을 관찰했다. 관찰 종료 후, 연구대상의 생활상을 밀착 취재해 문화인류학적 관찰조사 기법에 따라 촬영한(ethnographic) 150시간 분량의 영상과 수천 장의 스틸 사진,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현장노트를 들고 돌아왔다. 비어코 경영진은 인류학자들과 함께 몇 주에 걸쳐서 데이터를 샅샅이 살피며 주요 원인을 탐색했다.

 

마침내 특정한 패턴이 드러났다. 비어코 측에서는 컵 받침, 스티커, 티셔츠 등 기업에서 제공하는 홍보물을 술집 주인들이 소중하게 다룰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러한 물품은 충분히 활용되지도 않았고 심지어 하찮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어느 술집에서 한 연구자는 홍보용 물품이 주방 찬장과잡동사니 모아두는 곳이라고 적힌 상자 안에 쑤셔 박혀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또한 분석팀은 서빙 담당 여종업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갑갑하게 느끼고 손님의 농담에 웃어주며 맞장구쳐야 하는 점을 몹시 불쾌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종업원들은 이러한 경험을 두고핫팬츠를 입은 여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은 판매와 직결되는 주요 통로임에도 불구하고 비어코 제품에 대해 거의 알지도 못했고 더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이러한 분석 결과 술집과 음식점에 대한 비어코의 접근방식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천편일률적인 홍보물 공세 대신 각 술집과 주인별 특성에 맞춘 물품을 주문 제작하기 시작했다. 가게 주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영업 담당자를 훈련시켰고 사업장에서 실시하는 판매촉진 행사에 유용하게 쓰일 방법을 개발했다. 종업원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교육하기 위해 직장 내교육훈련 기관을 신설했고 늦게까지 근무하는 근로자를 위해 택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여종업원들의 마음을 회유하는 데 성공했다. 2년 뒤 술집과 음식점 매출은 반등했고 지금까지 기업 매출과 시장점유율 모두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사업가 대부분은 인류학, 사회학, 정치학, 철학 등 인문과학이라고 하면 상당히 학술적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 분야 연구결과는 이해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자자하고 학자들이 내놓는 통찰력은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실무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오늘날 인문과학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방법론은 어떻게 기업이 인문과학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정립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인텔, IBM, 삼성 같은 IT기업의 연구소, 아디다스, 레고, 프록터앤드갬블(Procter & Gamble) 등 대형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 부서,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 화이자(Pfizer) 같은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또한 비즈니스 리더들의 의견개진과 저술활동은 물론 우리 기업처럼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융합한 새로운 유형의 컨설팅 업체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최고경영자 1500명을 대상으로 IBM이 수행한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소위 복잡성 격차(complexity gap)’라는 사안이다. 10명 중 8명이 비즈니스 환경의 복잡성 증가를 예상했지만 변화에 준비돼 있다는 대답은 절반도 안 됐다. 이 연구는 최고경영자들이 복잡성 관리에 있어서 가장 큰 결함으로 고객에 대한 통찰력(customer insight) 부족을 꼽았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들은 의사결정 관련 업무보다 고객에 대한 통찰력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고고객 강박증(customer obsession)’, 즉 철저한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장 중요한 리더십 덕목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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