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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회계 & 전략

월스트리트가 휘두른 권력의 대가

가우탐 무쿤다(Gautam Mukunda)
매거진
2014. 6월

 

금융계의 과도한 영향력이 어떻게 기업들을 멍들게 하고 있는가

 
main_62_June

Artwork Hubert Blanz, Four Elevators, 060

2006, black-and-white baryta print on aluminum 80 x 199 cm

 

이 글에서월스트리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금융권은 광범위하다. 이곳에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으며 그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례로 예금이나 대출은 벤처캐피털과 무관해 보이고 실제로도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금융화의 원인 제공자인 동시에 수혜자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월스트리트라고 할 때는 대형 유니버설 은행1]과 투자 은행만을 가리킨다. 이 글에 제시된 개혁안 역시 우선적으로 유니버설 은행과 투자 은행을 대상으로 하며 사모펀드나 대형 자산관리업체 같은 금융권의 다른 분야는 부차적인 대상이다.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최신 여객기 기종인 787을 개발했지만 엄청난 비용 상승과 배터리 화재로 오점을 남겼다. 어떤 상품이든 기술적 결함은 있을 수 있다. 다만 보잉 787기의 경우에는 모든 문제가 전적으로 월스트리트의 지시를 따른 경영진의 의사결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97년 맥도넬 더글라스와 합병하기 전까지만 해도 보잉은 엔지니어링 주도의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며 신형 항공기 개발에 과감히 투자해온 역사를 자랑했다. 반면 맥도넬 더글라스는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고 비용 절감과 재무성과를 중시하는 기업이었는데 두 회사가 합병되면서 이 기업문화가 보잉을 장악하게 됐다. 그 결과 보잉에서 다년간 근무한 엔지니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87기를 개발할 당시 전례 없이 높은 수준으로 아웃소싱이 단행됐다. 엔지니어들은 그 이유가 부분적으로는 순자산이익률(RONA)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웃소싱으로 인해 보잉사의 대차대조표에서 자산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공급망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면서 여객기가 갖춰야 할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엔지니어들이 우려했던 대로 개발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지고 비용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보잉이 자산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다분히 월스트리트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금융계 애널리스트들은 RONA를 기초로 기업과 경영자들을 평가하며 이처럼 수치에 집착하는 경향은 그동안 많은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왔다. 실제로 존 애스커, 조앤 퍼레 멘사, 알렉산더 엉크비스트 같은 경제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이 자산에 투자하는 규모가 비상장기업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되는 것도 단기간에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욕심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소비재 판매 기업인 새라 리는 자산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의류와 식품을 제조해오다 브랜드 관리로 방향을 바꿨다. 새라 리의 CEO는 이렇게 말했다. “월스트리트는 기업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의 세력가들은 규칙을 만드는 룰 세터다…. 그들은 최소 자산으로 최대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에 프리미엄을 주기로 결정해버렸다.” 많은 전자 회사들이 연구개발 부문과 제조 부문의 긴밀한 융합이 혁신의 관건임에도 불구하고 보잉이나 새라 리처럼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을 단행한 이유도 바로 주식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번 달 스포트라이트에 포함된 또 다른 글에서 나의 동료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많은 기업들이 월스트리트가 선호하는 기준을 채택한 탓에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학자들과 경영자들이 한목소리로 월스트리트를 비판하는 이유는 단기적 사고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주주 이익을 위해 직원과 고객을 희생시키며 경영진으로 하여금 불가능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 부정을 저지르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경영에 미치는 금융권의 영향력이 너무 강력해진 나머지 최근 기업의 CF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월스트리트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고겉보기에 번지르르한실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경제적 가치를 포기하겠다고 답한 CFO의 비중이 78%나 됐다. 투자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순현재가치가 플러스 상태인 프로젝트를 포기하겠다고 답한 CFO 55%였다. 결국 자신이 속한 기업에 기꺼이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경영자들은 월스트리트 의견을 존중하는 이유를 말할 때 흔히 자신들에겐 주주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신인의무(fiduciary duty)’2]가 있다고 설명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1970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경영진의 유일한 책무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래로 하나의 신조가 된 말이다. 문제는 이 말이 틀렸다는 사실이다. 경영진의 도덕적 책임에 대해 어떤 신념을 지니고 있든 상관없이 신인의무는 특정 상황에서의 법적 의무 사항인데 법학 교수인 린 스타우트에 따르면 법률상 미국의 경영자들은 그러한 규정을 전혀 따를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이 자신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전혀 옳지 않은 것을 믿거나 아니면 믿는 척 행동할까? 나는 정치학자다. 경제학자들이 돈에 대해 생각하고 군인이 군대를 떠올릴 때 내 관심은 권력에 쏠린다는 말이다. 사람들, 그리고 국가들이 스스로의 이익에 반하는 쪽으로 행동하게 되는 상황은 무척 많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특정 부문이나 집단의 권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경우라면 이는 가장 중대하고도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 관점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살펴보고 나면 지나치게 거대해지고 불균형하게 발달한 월스트리트의 권력을 억제하기 위한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Idea in Brief

문제점

경영자들은 기업에 가장 이익이 되는 판단을 내리지 않고 월스트리트의 압박에 굴복하기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분석

금융권은 1980년대 이래로 엄청난 권력을 축적해왔다. 이런 현상은 정부 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을 왜곡해 경제를 약화시키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해결책

메인스트리트(실물 경제)와 월스트리트(금융권) 관계가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 경영진과 미국 정부, 양쪽 모두의 용기가 필요하다. 

 

 

[1]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결합한 형태로 예금, 대출 등 은행 본연의 업무뿐 아니라 신탁, 리스, 할부금융 등 모든 금융업무를 아우를 수 있는 은행 편집자주

[2]전문적 지위를 지닌 금융회사가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의무. ‘수탁관리자로서의 의무’, ‘신의 성실의 의무라고도 한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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