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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회계 & 전략

은퇴 설계의 위기

로버트 C. 머튼(Robert C. Merton)
매거진
2014. 7-8월

PHOTOGRAPHY: MARK HOOPER

 

우리가 저축에 접근하는 방식은 완전히 틀렸다. 순자산이 아닌 월 소득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재계는 2000년 닷컴 붕괴 이후 연금에 대해서 진지하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금리와 주가가 모두 급락했는데 이는 기업의 연금부채 가치가 상승한 반면 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한 연금자산의 가치는 하락했다는 의미였다.

특히 철강과 항공 등 취약한 업종에 진출한 다수의 대기업은 확정급여형 연금제도에 명시된 의무와 책임을 충족할 능력이 없어 대규모로 파산했다.

 

그 결과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빠르게 전환됐고, 이로 인해 투자 리스크가 기업에서 근로자에게로 이관됐다.1]전통적인 은퇴설계를 보완한 DC형은 오늘날 개인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됐다. 미국 DC형 퇴직연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401(k)플랜이다.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함에 따라 어쩌면 기업의 부채는 줄었겠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중대한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우선, 전문적인 재무지식이 거의 없는 개인에게 상당히 복잡한 형태의 투자결정을 일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의사결정은 행태적 편향(behavioral biases)에 기초한다. 어느 정도 이러한 편향은 적절한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보완될 수는 있다. 일례로 401(k)플랜에 자동가입제 방식, 즉 옵트인(opt-in) 방식이 아닌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기본 옵션으로 설정했더니 연금 가입률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2]

 

그러나 위험한 문제는 가입자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DC형 연금제도의 도입과 함께 퇴직연금의 초점이 은퇴소득에서 투자수익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현재 투자결정은 자금의 가치, 해당 상품이 제공하는 투자 수익률, 수익률 변동성에 치중돼 있다. 그렇지만 가입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늘 그래왔듯이은퇴 이후에도 편안하게 살 만큼 충분한 소득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분명히 말해서, 리스크와 수익률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지금 내리는 투자결정이 가입자가 희망하는 은퇴자금 목표에 들어맞는지, 혹은 그 목표를 충족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가입자의 자금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지금부터 필자는 일반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연금펀드 운용성과에 대한 평가와 비중조절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퇴직연금제도를 사용하는 기업주와 자산운용 담당자들이 가입자에게 의미 있는 선택을 제시하기 위해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 설명하며, 연금투자와 운용 규정을 위한 제언에 대해서 논할 것이다.

 

이 제안들은 선진국 가운데 은퇴 설계의 리스크와 책임을 개인에게 일임하는 방향으로 가장 급격하게 전환한 미국과 영국에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는 추세는 아시아와 유럽,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은퇴소득 준비를 위한 원칙은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다.

 

은퇴 이후 위기의 진정한 의미

향후 연금 위기의 원인은 위기를 잘못 인식한 채 투자결정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에 대한 좋은 예가 있다. 은퇴자금 적립의 목표가 부의 극대화일 경우 미 재무성 단기채권(T-bill)

무위험(risk-free) 투자로 보인다. 그러나 은퇴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을 기준으로 변동성을 평가해보면, 다시 말해 투자를 소득흐름(income stream)으로 전환했을 때 가입자가 연간 받을 수 있는 연금이 얼마인지를 평가해보면 T-bill이 실질적으로 매우 위험한 투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T-bill에 투자하면 원금은 안전하게 보장될 것이다

한 개인이 은퇴자금 100만 달러를 T-bill에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바와 같이 시간이 지나더라도 자산가치의 변화는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가입자는 투자 원금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 그러나 투자 원금으로 얻는 수익은 매우 변동적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은퇴 생활을 위해 T-bill을 소득흐름으로 전환했다고 생각해보자.

수익률, 즉 가입자가 연간 수령하는 소득액의 변화는 정확히 언제 전환 설정을 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1]확정급여형(DB)은 은퇴 후 미리 정해진 액수의 연금 혹은 퇴직금을 받는 제도. 확정기여형은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계좌를 운용해 그 실적에 따라 연금액수가 달라지는 제도

[2]옵트인: 따로 신청해야 등록되는 제도

옵트아웃: 자동으로 등록되고 탈퇴를 원하는 사람만 빼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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