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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는 로고도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

매거진
2015. 6월호

Defend

Your Research

매일 보는 로고도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

 

연구 내용: UCLA 교수 앨런 카스텔Alan Castel과 공동 연구진은 100명 이상의 학생에게 자신들이 기억하는 대로 애플의 로고를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 중에는 맥과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았고, 대부분 정확하게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로고를 제대로 그린 참가자는 단 한 명이었다. 원본을 약간씩 변형한 여러 개의 로고들이 제시된 실험에서도 진짜를 골라낸 정답자는 절반 미만이었다.

 

 

논의점:우리의 시각적 기억은 정말로 그처럼 형편없는 것일까? 어째서 간단한 정보를 기억하는 일조차도 만만하지가 않은 것일까? 카스텔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카스텔 교수:사실 인간이 시각 정보를 잘 기억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많이 있습니다. 이전에 봤던 물건들이나 복잡한 사진들, 이를테면 타인의 휴가 사진 같은 건 놀랄 만큼 잘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하지만 늘 집중력의 포화 상태에 놓여 있는 현대인에게 방대한 양의 시각 정보를 모두 남기는 일은 힘들고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삭제하죠. 이 주제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실험 결과를 보자면, 사람들은 1센트 동전의 디자인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예컨대 링컨이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 ‘liberty’라는 단어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익숙한 물건이지만 세부사항을 유심히 살펴보지는 않거든요.

 

계산기 키패드나 컴퓨터 키보드, 엘리베이터 버튼, 도로 표지판 등 다른 사물들을 활용한 유사 실험도 비슷한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저와 제 동료 애덤 블레이크, 미넬리 나자리안은 애플 로고로 실험하면 결과가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애플 로고는 오늘날 1센트 동전보다 더 자주 보는 대상이지만 훨씬 단순하고 심미적으로 디자인됐죠. 수많은 애플 팬들에게 의미 있는 상징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실험 참가자들은 오늘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애플 로고를 자세히 기억에 남겨두지 않았더군요. 모든 부분을 정확히 그린 사람은 단 한 명이었고, 오류가 3개 이하인 경우도 7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애플의 로고와 7개의 변형을 객관식으로 제시했을 때 정답을 고른 참가자 비중은 47%에 그쳤습니다. 누구나 애플 로고가 사과 모양인 것은 알지만, 사과를 베어 문 자국이나 잎사귀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앞으로 활용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정보까지 저장하면 뇌에 부담이 될 테니까요.

 

HBR: 그러면 기억력이 나쁜 게 좋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지난주에 주차한 위치나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리면 그만큼 뇌가 자유로워지면서 더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별적 기억에 능숙한 사람은 굉장히 효율적일 수 있어요.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리는 거죠. 반대로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만큼 방해되는 정보도 많이 지니고 있어요. 사소한 대화는 기억하지만 자동차 키를 어디에 뒀는지 깜박하는 식이죠.

 

그러면 기억력이 제로섬 게임이라는 뜻인가요? 특정한 양이 채워진 상태에서는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는 나가는 식으로?

아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에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습득하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저는 한참이 지났는데도 남아 있는 제 자신의 기억 때문에 가끔 놀라곤 합니다. 30년 전에 좋아했던 노래 가사나 대학원에서 시험을 봤던 연구 등이 아직도 생각나거든요. 그러나 인간의 뇌가 중요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기억하도록 구조화돼 있는 건 사실입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저는 어떤 의약품의 굉장히 긴 부작용 목록을 참가자들에게 제시한 다음에, 그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모두들발작 위험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잘 떠올렸지만하지 부종swelling feet같은 사소한 항목은 기억하지 못했어요. 물론 발이 붓는 증상은 혈전의 조짐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보를 걸러낼 때 신중해야겠죠.

 

애플 로고 실험 참가자들이 로고를 정확히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뭘까요?

우리는 심리학계에서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1]이라고 부르는 판단행위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플 로고는 수없이 봤으니까 당연히 기억하고 있겠지라는 사고방식을 의미하죠. 1차 실험 참가자 85명 중 75, 2차 실험 참가자 26명 중 24명이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자신할 만도 했죠. 실제로 그려보기 전까지는 애플 로고를 똑같이 재현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만약에 울타리도마뱀을 정확히 그려보라고 요구했다면 처음부터 다들 못한다고 했겠죠. 우리가 진행한 다른 실험에서는 가장 가까운 소화기의 위치를 기억하는지 물었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자신 없어 했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구별하는 인지 능력을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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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신이 경험했거나 들은 정보에 우선해 어떤 문제를 단정해버리는 경향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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