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라크라시 논란을 넘어
차세대 자기경영 팀의 의욕적인 주장과 실질적인 약속
이선 버스타인, 존 번치, 니코 캐너, 마이클 리
“ 2015년 5월, 라스베이거스의 어느 목요일 오후였다. 미국의 온라인 신발쇼핑몰 자포스의 사무실 한 곳에 직원 5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자포스 내 홀라크라시Holacracy[1]
시행을 감독하는 책임을 맡은 서클로, 홀라크라시의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이의를 제기하는 중이었다.
자포스는 의사결정 권한을 개인보다는 이른바 ‘서클circles’이라는 유동적 형태의 팀과 역할에 부여하는 자기경영self-management방식인 홀라크라시를 시행하는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다.”
그 회의가 있기 두 달 전, 자포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토니 셰이Tony Hsieh는 자기경영이 잘 맞지 않는 직원은 물론 그 외 다른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모든 직원에게 퇴직장려금severance packages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직원 대부분은 잔류를 택했지만 홀라크라시 때문에 퇴직하는 6%를 포함해 총 18%의 직원이 퇴직장려금을 받고 사표를 냈다.
퇴직자를 대상으로 치러진 면담과 설문조사에서 6%는 홀라크라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화려한 버즈워드shiny buzzword’를 배우려고 교육도 받아보았지만 업무방식에서는 달라진 점을 거의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조직구조에서는 “승진, 보상, 책임이 명료하게 정의되지 않아 모호”할 뿐 아니라 기본적인 조직관리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홀라크라시가 “불완전하고 비현실적인” 실험적 아이디어라고 결론 내렸다. 비록 자포스의 많은 직원들은 “내 재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기고 “직원 각자가 조직의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등 다양한 이유로 홀라크라시를 좋아했지만, 퇴직을 선택한 직원들에게 그 제도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회사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경력을 위해 회사의 경영실험에 동조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 이들에게 셰이의 퇴직장려금 제안은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홀라크라시 같은 다양한 유형의 자기경영 조직은 자기경영팀 분야에서 불고 있는 최신 트렌드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구조에 관한 글을 썼던 관찰자 대부분의 시각은 첨예하게 갈린다. 즉, ‘상사 없는’ ‘수평적’인 환경이 융통성을 키우고 몰입도를 끌어올린다고 치켜세우든가,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무시하는 어설픈 사회적 실험일 뿐이라고 깎아내리든가 둘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정확하고 균형 잡힌 관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탈관료제post-bureaucratic’ ‘탈구조주의post-structuralist’ ‘정보기반’ ‘유기적’ 등 이런 구조를 설명하는 버즈워드에 현혹되지 말고, 일선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기업 차원의 전략과 정책에서 이런 자기경영이 무슨 이유로 발달하게 됐고 어떤 식으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이 글의 목표다.
필자들은 그간의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의 ‘요소’들이 모든 종류의 기업에 귀중한 도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접근법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때에는 실질적인 문제도 따라온다. 가령 자포스는, 직원 이탈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후 홀라크라시 시행 책임이 있는 서클holacracy adoption circle이 정상궤도로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홀라크라시가 전면적으로 시행하기에는 지나치게 소모적인 구조라며 백기를 드는 조직들도 생겨났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미디엄Medium은 최근 홀라크라시를 포기했는데, 사업본부장 앤디 도일Andy Doyle은 블로그에서 “모든 노력을 수평적으로 조직화하기가 힘들었다”며 포기 이유를 밝혔다. 자기경영 접근법을 토대로 조직 전체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누구에게 어떻게 보상해 줄지를 결정하기는 어렵고도 불확실한 일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해서 끝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위험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필자들은 새로운 접근법과 전통적인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매력 요인은 무엇일까?
자기경영 모델의 매력을 더욱 확실히 이해하려면 가장 필요한 조직의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바로 신뢰성reliability과 적응성adaptability이다. 신뢰성은 예측 가능한 주주 수익 창출, 규제 준수, 안정적인 고용률 유지, 고객 기대치 충족 등 많은 개념을 아우른다. 이는 적응성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지역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이나 제조과정에 작은 많은 변화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가 하면, 전략이나 역량에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도 있다.
[1]영국 철학자이자 작가인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가 1967년 저서에서 ‘자율적이면서 자급자족적인 결합체’라는 의미로 소개한 신조어 ‘홀라키holachy’와 ‘통치’‘지배’를 뜻하는 ‘크라시cracy’를 붙인 합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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