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드러낸 냉정한 진실 하나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전략적 예측과 운영 유연성이 후순위로 밀릴 때 비즈니스가 상당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하자 많은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텍사스에 본사를 둔 지역 마트 체인 H-E-B는 예외였다. 2020년 1월 중순부터 H-E-B는 글로벌 공급업체 네트워크 전반에 대한 상황 파악에 나섰다. 중국 소매업체들에 연락을 취해 팬데믹 초기 몇 주 동안 중국의 상황이 어땠으며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도 알아냈다.
H-E-B는 팬데믹에 전면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빨리 깨달았다. 다행히 사내에 이미 두고 있던 비상대비책임자가 허리케인이 발생했을 당시 물건이 필요한 손님들을 위해 매장 영업을 이어간 위기관리 경험이 있었다. 심지어 2009년 텍사스 주 시볼로에서 돼지독감이 발생한 이후 개선한 인플루엔자 관리 플레이북도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