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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 지속가능성

‘CEO는 영웅’이라는 신화

매거진
2021. 7-8월호
179

THE BIG IDEA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제대로 알아보기

‘CEO는 영웅’이라는 신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두루 이익을 주는 일은 열성적인 리더 한 명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회사 시스템 전반을 바꿔야 한다. 다논의 CEO가 해임된 사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021년 3월 에마뉘엘 파베르Emmanuel Faber가 프랑스 다국적 식품기업 다논Danone의 CEO 겸 회장 직에서 해임됐다. 일각에서는 2020년 말 다논의 지분을 취득한 한 행동주의 투자자가 이번 해임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파베르가 ‘미션 기업Entreprise à Mission’이라는 프랑스의 법적 틀을 통해 다논을 목적지향적 기업으로 바꾸려는 주주투표를 주도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때였다. 언론은 ‘목적의 함정에 대한 사례 연구’ ‘목적지향적 수장의 추락한 위신’ ‘자본주의의 영혼을 놓고 벌이는 투쟁’이라는 제목을 달아 파베르의 몰락을 보도했다.

파베르가 해임될 당시 다논의 재무성과는 동종업계 다른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었다. 그럼에도 다논의 문화와 법적 틀을 바꾸려는 파베르의 노력을 보고 그를 목적지향적 비즈니스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파베르를 해임에 이르게 한 일련의 사건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파베르가 밀턴 프리드먼을 저격한 영웅적 리더라는 입장)와 행동주의 투자(파베르의 해임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실패하고 주주가치 극대화가 승리했음을 알리는 사건이라는 입장)의 충돌로 해석되기 쉽다. 누군가는 파베르의 말처럼 프리드먼의 동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드먼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다. 어쩌면 이전보다 더 위풍당당한지도 모른다.

이런 묘사가 생동감은 있지만 사태의 전모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다논의 사례는 훨씬 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인류와 지구의 요구를 안정적으로 충족하고 수익성까지 담보하는 기업 생태계를 설계하는 과정에 리더가 필요할 수 있다. 권위 있는 전문가, 혁신가, 인습타파주의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한 영웅 한 사람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와 지구가 처한 얽히고설킨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이 정도 규모의 변화를 이루려면 많은 사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시스템 변화는 개체와 대의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제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교육 및 보육 시스템, 문화 규범, 산업 요인 간 관계처럼 말이다. 시스템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리더십은 ‘있으면 좋은 것’이나 조직 상층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목적에 헌신하는 리더, 직원, 고객, 투자자 모두 다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시스템 변화의 관점에서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엄청나게 야심차고 노련하고 헌신적인 CEO라 해도 혼자 힘으로는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이 점에 정책입안자와 비즈니스 리더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다논과 같은 사태는 반복될 것이다. 경영자들은 차츰 이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전 세계 3900개 이상의 비콥 인증 기업들B Corporations은 비콥을 어느 한 기업의 힘만으론 이끌 수 없는 변화를 각 분야에서 주도하는 공동체이자 운동으로 간주한다.

파베르 해임 사태는 이런 시스템 변화와 관련된 4가지 핵심 원칙을 보여준다. 이 원칙은 기업이 주주뿐만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커지는 현실에 대처하는 방법을 고안할 때 참고할 만한 지침을 준다. 우리가 몸담은 영국 비랩B Lab UK에서는 ‘더 나은 비즈니스 법Better Business Act’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업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주주와 기타 이해관계자를 동등하게 고려하는 걸 의무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우리는 이 캠페인에서 영감을 얻어 4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이를 따르는 경영진이라면 CEO가 누가 되든 상관없이 일관되게 기업의 포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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