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 IN BRIEF 문제 많은 노력을 들여 전략을 수립하고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는 회사들도 종종 엄청난 곤경에 빠진다.
문제의 원인 ‘대체현상’이라고 알려진 심리적 함정에 빠지면, 성과지표를 만든 목표와 성과지표 그 자체를 혼동하게 된다.
해결책 대체현상의 리스크를 줄이려면 전략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전략수립 과정부터 참여하도록 하고, 인센티브를 전략 성과지표에 직접적으로 연결시키지 말고, 성과를 측정할 때 하나가 아닌 다수의 성과지표를 이용해야 한다. |
성과지표가 비즈니스를 망치지 않게 하는 법
숫자에 대한 집착이 당신의 전략을 무너뜨릴 수 있다
성과지표를 전략에 연결시키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베스트 프랙티스로 인정돼 왔다.
전략이란 원래 추상적 개념이다. 그러나 전략에 성과지표를 결부시키면 형태가 생겨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포드자동차가 한때 표방했던 ‘품질이 우선Quality is job one’이라는 전략은 식스시그마라는 성과기준으로 표현할 수 있다.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와 삼성의 ‘미래를 창조하라Create the future’ 전략은 신제품 판매량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조직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전략이 설계도라면, 성과지표는 콘크리트, 목재, 석고, 벽돌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하나 있다. 전략을 잊어버리고 성과지표에만 집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미국 금융기업 웰스파고다. 웰스파고 직원들은 ‘교차판매cross-selling’라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350만 개의 예금계좌와 신용카드를 개설했다. 덕분에 이 전략은 악명을 얻었다.
이 사태로 엄청난 비용이 초래됐다. 웰스파고의 위기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처음에 1억8500만 달러(약 2200억 원)의 벌금을 부담한 데 이어, 고객들에게 610만 달러의 수수료를 환급했으며, 결국 2002년부터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에서 1억4200만 달러에 합의했다. 신규고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4월 발표한 1분기 신용카드 가입 실적은 전년 대비 42%, 예금계좌 신설은 35% 감소했다.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변경 및 수수료, 부적절한 자동차담보대출, 그 외 잘못된 관행 및 실수가 2017년 추가로 드러났다. 그해 4분기에 웰스파고는 32억5000만 달러(약 4조 원)를 미래 소송비용에 대비한 충당금으로 잡았다. 2018년 2월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위원회는 거버넌스 및 리스크 관리가 강화될 때까지 웰스파고의 자산 증가를 금지시켰다. 이후 4월 소비자금융보호국(CFPB)과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공동으로 10억 달러의 벌금이 부과됐고, 웰스파고는 소송비용 충당금을 8억 달러 증액해야 했다. CFPB와 OCC는 언론 발표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담보대출 문제 때문에 벌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면 당초의 유령계좌 스캔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일부 반영돼 더욱 엄중한 벌금이 부과된 것으로 보인다. 스캔들 이후 CEO 자리에 올랐던 티머시 슬론Timothy Sloan은 경영난 장기화에 결국 2019년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렇게 심각한 사태는 단지 웰스파고가 나쁜 전략을 선택한 데 따르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었을까? 구체적 연구를 통해 분석해본 결과, 웰스파고는 사실 교차판매를 전략으로 삼은 적이 없었음이 드러났다. 교차판매라는 성과지표는 있었다. 2016년 3분기 실적보고서에는 ‘교차판매라는 성과지표를 장기 리테일 뱅킹 관계 구축이라는 우리의 전략적 포커스에 잘 연결’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하면, 웰스파고의 전략은 과거나 지금이나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이며, 경영진은 그러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파악하고자 교차판매 성과를 성과지표로 삼아 측정한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과지표에 대한 집중 때문에 고객과의 장기관계 구축이라는 중요한 전략이 오히려 망가져 버렸다.
웰스파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조직에서 매일 전략은 숫자에 가려져 밀려난다. 이렇게 마음속에서 전략을 성과지표로 바꾸어 버리는 경향을 대체surrogation라고 하며, 이런 현상은 매우 흔하게 일어난다. 문제는 대체현상이 기업의 가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체현상의 덫
성과지표는 본질적으로 어느 정도 불완전하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성과지표를 두는 이유는 그 기저에 깔린 어떤 무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지만, 이런 시도는 거의 항상 실패하기 마련이다. 여러분의 회사 관리시스템에는 잘못된 지표로 된 성과지표가 가득하다.
일반적인 시나리오는 이런 식이다. 어떤 회사가 ‘고객을 기쁘게 하라’를 전략목표로 삼고, 고객 설문조사 점수로 목표달성 여부를 측정하기로 했다. 설문조사 점수는 회사가 고객을 얼마나 기쁘게 했는지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 그러나 점점 직원들은 고객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설문조사 점수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회사의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실제로는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점수만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0점이 아니면 실패로 간주되기 때문에” 10점으로 응답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받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런 부탁을 받으면 부정적 피드백을 주려다가 그냥 응답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고, 압박감 때문에 고객은 불쾌하게 느낄 수도 있다. 이뿐인가. 설문조사에 응답해 달라고 끝없이 요구하는 팝업 창, 자동발송 이메일, 자동녹음 전화를 우리가 얼마나 지긋지긋하게 여기는지 떠올려보라. 이런 방법은 회사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낮추게 만든다. 실제 전략은 고객을 기쁘게 하라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현상에 사로잡힌 직원들은 이런 역효과 나는 방법들을 사용하게 된다.
성과지표와 전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을 때 대체현상은 특히 더 문제가 된다. 부정합의 정도가 클수록 잠재적 피해는 더 커진다. 만약 생산관리자의 전략목표가 ‘고품질 제품 만들기’이고, 그 전략의 성공 여부를 매우 정확한 품질기준, 예를 들어 ‘볼 베어링 직경이 10mm이고 오차 범위는 ±0.0001mm여야 한다’라는 기준으로 측정하면 대체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객의 반품 수’를 지표로 삼으면, 생산관리자는 어떻게든 반품을 피하려고 각종 창의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고객 명부에 나와있는 구매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해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개인적으로 처리해줄 테니 반품이 아닌 재작업으로 처리되도록 해 달라고 제안할 수도 있다. 또는 반품 요청을 받을 정도만 아니라면 품질이 좀 떨어지거나 안전기준에 약간 미달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도박을 할 수도 있다. 더욱이, 복잡한 제품의 여러 다양한 부품을 감독하는 많은 관리자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단 하나의 성과지표만 사용한다면 대체현상은 더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웰스파고 사태
웰스파고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가장 일반적인 이론은 회사 인센티브 시스템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처음 웰스파고에 벌금을 부과했던 리처드 코드래이Richard Cordray전 CFPB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직원들이 불공정 판매 관행을 지속하는 게 가능한 인센티브와 보상 프로그램을 웰스파고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직원 보상 프로그램이 웰스파고 사태의 주요한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근본 원인은 따로 있고 이것은 단순한 증상일 뿐이었을까? 직원들이 달성하기 어려운 판매목표를 부여받고, 이를 달성하도록 지속적인 압력을 받은 것이 또 다른 원인이었을 수 있다. 실제로 왜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 묻자 직원들은 인센티브보다 영업실적 압력에 대해 더 많이 언급했다. 느슨한 영업문화가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 경영진이 “좋은 계좌 한 개를 위해서 안 좋은 계좌 열 개를 판매하는 것이 용인된다”라고 주장했음이 내부조사에서 밝혀졌다. 경영진은 고객이 필요치 않거나 원치 않는 제품을 ‘슬리피지slippage’라고 불렀으며, 어느 정도의 슬리피지는 “어느 리테일 환경에서든 발생하는 사업비용”이라고 간주했다. 그러나 판매압력과 마찬가지로 관대한 영업문화 역시도 단지 문제의 증상에 불과했다. 그 이면에는 보다 치명적인 문제가 만연해 있었다.
인센티브, 목표할당량 달성 압력, 느슨한 영업문화는 모두 당시 웰스파고 전반을 아우르는 한 시스템에 연결돼 있었다. 사실 이 시스템은 거의 모든 회사에 존재한다. 조직 차원에서 직원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매일 매일의 사업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되는 성과측정 시스템이다. 웰스파고에 엄격한 매출 숫자 관리가 없었다면 매출 인센티브도 없었을 것이다. 고객 계좌 수에 대한 관리가 없었다면, 고객 가구당 계좌수 목표, 목표달성 압력, 영업문화 등 관련된 모든 것들도 전부 없었을 것이다. 존 스텀프John Stumpf전 CEO가 내세운 구호 ‘여덟 개면 성공Eight is great’은 고객 한 명당 웰스파고 제품(계좌) 여덟 개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는 의미로, 바로 이런 공통분모에 기반하고 있었다.
웰스파고 사태의 진짜 원인은 성과 측정에 있었다. 웰스파고가 매일 매일 교차판매 실적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대한 당연한 반응으로 직원들은 실적을 최대한 높이고자 노력했다. 여기에 금전적 인센티브, 관대한 영업문화, 성과에 대한 강한 압력이 더해지자, 직원들은 교차판매라는 ‘전략’을 실행한다는 명분 아래,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계좌를 개설하는 불법 행동까지 자행했다.
우리의 주장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성과 측정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성과 측정이 나쁜 것은 아니며, 어느 기업에서든 보편적으로 성과 측정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성과 측정은 우리가 사업환경과 사업결과와 전략적 목표를 이해하도록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며, 성공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전략에는 형태가 없기 때문에 자칫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수 있으나, 성과지표가 더해지면 전략에 분명한 방향이 정립된다. 성과지표는 계획과 행동 수립을 가능하게 해주므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웰스파고의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성과지표의 내재적 왜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잘못된 성과지표는 행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왜곡 문제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대체현상 퇴치하기
대체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런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최근 대체현상에 대한 두 가지 연구가 있었다. 하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이해하기 위해 fMRI(기능적 MRI)를 이용해 뇌의 혈류를 측정한 연구였고, 다른 하나는 비디오게임을 이용하여 비즈니스가 아닌 환경에서의 대체현상을 조사한 연구였다. 두 가지 연구 결과는 대체현상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무의식적 편향현상의 하나임을 보여준다. 즉, 성과지표가 있으면 언제나 사람들은 대체현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예일대 교수 셰인 프레더릭Shane Frederick은 대체현상과 같은 사고작용이 이루어지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상정한다.
1. 목표나 전략이 상당히 추상적이다.
2. 전략의 성과지표가 구체적이며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3. 직원들이 적어도 무의식적으로라도 성과지표가 전략을 대신한다고 받아들인다.
위의 세 가지 조건이 합쳐지면 어떻게 대체현상이 나타나는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를 잘 이해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소의 필요조건인 열, 연료, 산소 중 하나를 제거하면 불이 꺼지는 것처럼, 핵심요소 중 하나 이상을 제거하면 대체현상은 억제될 수 있다. 이제부터 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략을 실행하는 사람들을 전략 수립에 참여시켜라.그러면 전략이 추상적이라고 해도, 전략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전략을 더 잘 이해하게 돼 대체현상이 감소하고 전략을 성과지표로 대체하는 문제도 줄어든다. 전략을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임원 및 고위관리자들을 여기에 참여시키는 것도 특히 중요하다. 우리 필자들 중 한 명인 빌 테일러가 위스콘신대 윌리 최Willie Choi,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의 게리 헥트Gary Hecht와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단순히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러서 전략에 대해 설명하거나, 사무실에 표어를 걸어두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람들을 전략개발 단계부터 참여시켜야 한다.
미국 비영리 의료기관인 인터마운틴 헬스케어Intermountain Healthcare에 빌 테일러가 권고했던 사례를 살펴보자. 인터마운틴 병원의 목표는 고품질 저비용의 의료서비스 제공이다. ‘가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허리통증 치료이다. 대부분의 허리통증은 그대로 두어도 수주 내에 괜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약물이나 수술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고통도 따르고 비용도 매우 높다. 데이터에 따르면 환자에게 허리통증이 나타났을 때 가장 이상적인 대응법은 그냥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인터마운틴은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고, 이 과정에 의사들을 직접 참여시켰다. 전략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병원은 의사들이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찰한 후 X선, MRI 등의 진단이나 수술치료 등을 권고하기 전까지 최소 4주를 기다렸는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성과지표의 위험은 의사들이 고품질 저비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기다리게 만들기’가 목표라고 생각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 의사들이 전략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에 대체현상이 훨씬 적게 나타났다. 그리고 의사들이 전략과 성과지표의 확대와 교육에도 깊이 참여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대체현상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인터마운틴 헬스케어의 공중보건과 닉 바셋Nick Bassett국장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의사들이 목표 수립에 참여하면 목표를 더 잘 이해하고, 목표를 잘 이해하면 특정 성과지표와 관계 없이 올바른 행동에 나서게 된다는 사실이 수없이 많이 증명됐다”라고 말한다.
전략 개발과 확산에 많은 기여를 했던 인터마운틴의 의사 브렛 뮤즈Brett Muse도 이에 동의한다. “의사들 앞에 서서 각종 데이터를 보여주면 그들은 멍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그 대신 의사들 앞에 서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해 봅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성과지표와 인센티브 간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하라.보상을 성과지표에 기반한 목표에 연결시키면 일반적으로 대체현상이 심화된다. 성과 보상제도의 안타까운 부작용이다. 이런 방식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금전적 동기부여를 자극할 뿐 아니라, 성과지표를 더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만들기 때문에 직원들이 전략 대신 성과지표에만 집착하게 만들기 쉽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 생각해 보려면, 인터마운틴의 허리통증 성과지표의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만약 경영진이 모든 결정을 다 내리고, 환자에게 값비싼 검사나 치료를 받기 전에 4주를 기다리도록 할 때마다 보너스를 조금씩 받게 된다고 의사들에게 단지 통보만 했더라면, 좋은 의도를 가진 의사들조차 불필요한 치료를 줄인다는 원래의 전략에서 멀어질 것이다. 단지 성과지표를 극대화하는 데에만 집착하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대부분의 의사가 이미 본능적으로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성과지표와 보상을 연결시키지 않았다. 또한 치료받기 전 4주를 기다린 환자의 비율 목표를 80%로 수립했다. 이 목표 수치는 의사들에게 대부분의 환자에게 있어 고품질 저비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허리통증이 저절로 낫도록 기다리게 하는 것이지만, 병원을 찾기 전 스스로 한 달을 기다렸던 환자의 경우처럼 일부 환자에게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상기시켜 준다. 이 목표에는 성과지표의 불완전성이 반영됐으며, 의사들이 근본적 전략으로 관심을 되돌리게 만들었다.
다수의 성과지표를 이용하라.빌 테일러, 윌리 최, 게리 헥트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한 개의 성과지표가 아니라 다수 성과지표의 목표를 달성하여 보상받을 때 대체현상을 덜 겪는다. 이는 어떠한 한 개의 성과지표도 전략을 완벽하게 대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이에 따라 사람들은 전략을 성과지표로 대체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게 된다. 인터마운틴에서 의사들의 전반적 성과는 환자의 만족도, 조건별 질적 성과지표(‘당뇨병 환자의 평균 A1C 레벨’ 등), 건강회복 결과(병원 재방문율), 예방 노력(적시 유방촬영술 조치), 의료서비스의 총비용 등 여러 다양한 성과지표의 조합으로 평가된다. 의료직원의 역량이나 기여도를 정량화하는 데 단일의 성과지표가 사용되는 경우는 없다. 여러 지표를 사용하면 성과평가 업무가 복잡해지지만, 그 대신 사람들이 진정한 전략에 집중하고 대체효과를 피하게 하려면 여러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웰스파고 사태를 다시 살펴보기
웰스파고가 여전히 대체효과에 취약한지 판단하려면 위기 후 어떤 대처가 이루어졌는지 살펴보자. 웰스파고는 피해 최소화 노력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새로운 경영진은 스캔들 이후 고객과의 신뢰 구축에 집중하면서 은행의 장기관계 전략을 보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만들었다. 둘째, 은행은 직원들에게 교차판매에 따른 보상 지급을 중단했으며, 모든 영업목표를 없앴다. 너무 과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매출 할당에 대한 집착이 뿌리 깊게 자리잡았던 웰스파고에는 적절한 조치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차판매 성과지표,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실적목표들을 없애야 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웰스파고는 적어도 열 개 이상의 고객 중심 관련 성과지표를 이용해 전략적 성공을 측정하며, 어느 하나의 숫자가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직원들에게 의식적으로 대체 효과를 피할 것을 독려한다.
이 모든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웰스파고 사태는 눈에 보이는 비용지출, 그리고 측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중요한 기업평판의 손실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웰스파고는 새로 도입한 여러 조치를 통해 미래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성과지표는 단지 전략을 대리하는 것일 뿐 전략 그 자체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잘 상기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경영자들은 대체효과가 전략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여러분도 만약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경험을 통해서 같은 가르침을 얻게 될 수 있다. 성과지표를 이용하고 있다면, 아마도 이미 대체효과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보상과 연계되지 않았어도, 성과지표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런 행동의 변화가 야기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진지하게 내부를 점검해서 어떤 성과지표가 대체 효과로 이어지기 쉬운지 살펴보고 어디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가 일어날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웰스파고 사례에서 잘 나타난 것처럼, 예방은 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번역 한지은 에디팅 조진서
마이클 해리스(Michael Harris)는 노스캐롤라이나대 키넌-플래글러경영대학원 박사과정생이다.
빌 테일러(Bill Tayler)는 브리검영대 매리엇경영대학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