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을 여는 이번 HBR은 재미있는 커버스토리 ‘코피티션’ 외에 ‘기업을 누가 어떻게 지배하느냐’라는 주제에 대한 글을 세 편 싣고 있습니다.
먼저 스포트라이트 섹션(31페이지)에서는 금융자본의 기업 지배 현상에 대해, 로저 마틴 전 토론토대 경영대학장과 루시안 벱척 하버드법학대학원 교수가 상반되는 의견을 펼칩니다. 특히 벱척 교수의 글에서는 분노마저 느껴집니다.
마틴 교수는 헤지펀드나 뮤추얼펀드 같은 단기 금융자본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공개 상장기업(public corporation) 모델은 효력을 다했다고 선언합니다. 그 대신 회사와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임직원 우리사주 펀드나 은퇴연금 펀드에 기업 지배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미 그렇게 운영되는 회사들이 (소수이지만)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면서요.
벱척 교수는 반대 의견입니다. 헤지펀드 같은 단기투자자들이야말로 부패하거나 나태해지기 쉬운 기업 경영진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충실히 다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양쪽 다 일리가 있어서 선뜻 한쪽 편을 들기가 어렵습니다만, 두 사람의 논리 전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두뇌에 자극이 됩니다.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로는 ‘오래가는 패밀리 비즈니스 만드는 법’(124페이지)을 추천합니다. 전 세계 기업의 85%가 가족 소유라 합니다. 그중엔 수백 년을 이어가는 성공 사례도 있는가 하면, 창업자의 아들딸이 말아먹고 망하는 경우도 무수히 많습니다.
필자인 조시 배런은 가족기업 경영자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라고 합니다. 회사의 성장, 유동성(현금 수입), 지배권 유지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 글의 요지입니다. 일종의 트릴레마(trilemma) 상황인 거죠. 이것은 꼭 가족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적용되는 교훈이 아닌가 합니다. 성장과 돈과 권력 모두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하나만 버린다면 무엇을 버리시겠습니까?
한편 영문판과는 별개로 이번 호부터 저희는 ‘피터 드러커와 HBR’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1962년부터 드러커가 썼던 글들을 싣습니다. 살아있다면 110세가 됐을 ‘경영학의 아버지’, 드러커의 세계로 입문하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