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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혁신

코피티션의 규칙

매거진
2021. 1-2월호
052

오늘날 라이벌 기업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협력의 리스크와 보상을 제대로 평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맥락
경쟁하는 기업 간에도 협력이 필요하다는 개념은 1990년대에 소개됐고 이후로 지속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문제
‘코피티션(co-opetition)’에 익숙하지 않은 경영진은 이런 발전의 기회를 놓친다.

행동 프레임워크
우선, 협력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각 회사의 행보와 업계의 경쟁구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라. 협력이 확실한 승리를 보장해 줄 때도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협력하는 편이 협력하지 않는 편보다 나을 수 있다. 현재 우리가 가진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50년 전 달 착륙 사건을 미국과 소련이 벌인 치열한 경쟁의 정점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인간의 우주 탐험은 협력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흐루쇼프 소련 총리와의 회담과 1963년 유엔 연설에서 달 탐사 계획을 미-소 공동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냉전 라이벌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1975년 아폴로-소유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협력을 추진했고 1998년 공동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을 건설해 협력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많은 국가들이 달 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이 커진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조차 각자가 이끌고 있는 우주 벤처기업 블루 오리진BlueOrigin과 스페이스엑스SpaceX의 결합을 논의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렇듯 경쟁(competition)과 협동(cooperation)이 뒤섞인 현상을 뜻하는 용어가 바로 코피티션co-opetition이다. 필자들이 코피티션 현상에 대한 책을 집필하던1996년 당시만 해도 이런 사례가 비교적 드물었다. 하지만 이제 코피티션은 애플과 삼성, DHL과 UPS, 포드와 GM, 구글과 야후 같은 라이벌 기업들이 적용할 정도로 각종 업계에 퍼진 일반적 관행이 됐다.

경쟁사들이 협력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단순하게는 비용을 절감하고 중복 작업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회사가 관리하기에 규모나 리스크가 너무 큰 프로젝트라면 협업이 유일한 옵션일 수 있다. 한 회사가 A를 더 잘하고 다른 회사가 B를 더 잘한다면 양쪽은 해당 역량을 교환할 수 있다. 또 설령 한 쪽이 A를 더 잘하는데 다른 쪽이 더 잘하는 B가 없다 해도 적절한 가격으로 A를 공유하는 편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코피티션에는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 협력하거나 협력하지 않을 경우 업계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회사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할 수 있을지를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 글에서 필자들은 경쟁사와의 협력을 결정하기에 앞서 득과 실을 따지는 실용적인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협력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경쟁사와 협력할 기회가 생겼다면 협력하지 않을 경우 각 회사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부터 생각해 보자. 상대방은 어떤 대안적 합의를 도출하고 우리는 어떤 대안을 추구할 것인가? 거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가 우리의 자리를 대신할 것인가? 특히 지금 이대로의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프웨이는 자체 브랜드 유기농 차를 생산하고자, 필자 중 한 명이 공동설립한 유기농 차 브랜드 어니스트 티에 제휴를 제안했다. 새로운 라인이 등장하면 세이프웨이에서 팔던 어니스트 티의 기존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 뻔했다. 세이프웨이는 공정한 가격을 제시했다 해도 따지고 보면 어니스트 티에는 별로 남는 게 없는 장사였다.

그렇다고 제휴를 포기하면 세이프웨이는 어니스트 티 대신 경쟁사인 타조 등 다른 공급 업체와 손을 잡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어니스트는 만약 거래를 한다면 타조 제품과 유사한 풍미와 단맛을 지닌 ‘오 오거닉스(O Organics)’라는 세이프웨이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자사와의 경쟁을 줄이자고 판단했다. 제휴 제안을 거절하면 아마도 타조가 대신 세이프웨이와 손잡고 어니스트의 유사품을 만드는 등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어니스트는 세이프웨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식료품 체인 홀푸드가 내건 비슷한 제안은 거절했다. 홀푸드는 당시 어니스트의 베스트셀러였던 모로코 민트차의 복제품을 자체 라인에 포함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자사 제품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사들이 자사와 똑같은 민트차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미국 특송업체인 UPS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수년 전 특송업체 에어본 익스프레스를 인수한 후 큰 손실을 내고 있던 DHL은 UPS에 미국 내 DHL 수하물의 운송을 요청했다. DHL 입장에선 규모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UPS와의 합의가 성사되면 연간 약 1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 UPS 입장에서도 이미 미국 우정청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 전역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던 터라 남는 비행기 공간을 임대로 제공하면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물론, UPS 입장에서는 협력을 거절하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도 있었다. DHL이 지속적인 손실로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다면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던 지분의 상당 부분을UPS가 가져가는 셈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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