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을 싫어합니다. 이런 성향은 다양한 경제적 행위로 나타납니다.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자산에는 가산금리가 많이 붙고 경기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집니다.
기업 경영에서도 불확실은 달가운 존재가 아닙니다. 시장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에 기반을 둔 소비자 수요를 점치기도,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일부 뛰어난 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나름의 감으로 기회를 잡아 큰 성과를 냅니다. 지난 5-6월호 HBR에 소개됐던 화이자가 대표적입니다. 화이자는 중국 지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시작한 작년 초, 이미 백신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번지는 속도와 양태가 일반적인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 이른바 이상현상(anomaly)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이자는 무조건 6개월 안에 백신을 개발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전사적으로 힘을 모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를 기록하며 백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국내 기업 씨젠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씨젠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 침투하기 두 달 전부터 백신 키트 개발에 나섰고 발 빠르게 대응한 덕에 전 세계적으로 치솟는 수요에 맞춰 실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상현상이 시작될 때는 그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다소 성가시기는 하지만 얼핏 무시하고 지나가도 상관없을 불확실의 파편들에 불과합니다. 이상현상들이 모이면 트렌드가 됩니다. 일단 트렌드로 명명된 후에는 모두가 인지하며 마땅히 따라야 할 방향이 됩니다. 경쟁자 대비 전략적 우위를 점하려면 시장의 이변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채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아직 이름이 붙기 전에, 남들도 모두 알아챌 만큼 거대한 흐름이 되기 전에 트렌드가 보여주는 작고도 불확실한 신호들을 낚아채야 승산이 있습니다.
이번 호에 게재된 아티클 ‘이상현상의 힘’에 그 구체적인 방법이 소개돼 있습니다. 그중 가장 와 닿은 방법은 ‘이름 붙이기’입니다. 이름조차 없는 현상들을 그 자체로만 이해하려고 하면 모호하기 짝이 없습니다. 흩어지는 공기처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름을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구분되지 않고 경계가 흐릿했던 무언가가 손에 잡힐 듯 좀 더 친밀하게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경영자는 상상력이 풍부해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저 목적 없는 바람이겠거니 하고 지나쳐버릴 일에 굳이 이름을 붙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기업이 승기를 잡을 것인가에 대한 예상과 어떤 전략이야말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해줄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들이 쏟아지는 때입니다. 쏟아지는 단서들 속에 숨어 있는 기회를 먼저 포착할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호 HBR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