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SPOTLIGHT

기성 기업이 갖는 전략적 이점
복잡성, 신뢰, 의지의 힘을 발휘하는 방법


몇 년 전 우리는 여러 기성 대기업과 협력의 일환으로, 조기 파산하거나 매출 하락을 겪다 쓰러진 대기업들의 이름을 새긴 묘비로 가득한 모형 공동묘지를 만들었다. 묘지에는 코닥, 블록버스터, 디지털 이큅먼트, 팬암, 보더스, HMV, 노텔 네트워크스, 사브 등 과거 아이콘 기업들이 포함됐다. 공동묘지를 만든 이유는 비즈니스 리더가 고민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기성 기업의 점진적 몰락은 불가피한가?

지난 20년 동안 많은 기업 리더들이 이 실존적 질문에 집중했다. 아마도 지나치게 집중한 것 같다. 거의 20세기 내내 수년 간의 비즈니스 경험, 높은 시장점유율, 많은 직원 기반을 갖춘 회사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규모는 부채가 아니라 자산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1990년대 초 IBM이나 GM처럼 오랫동안 지배적 지위를 유지해오던 기업이 상당한 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 기존 기업이 스스로의 성공에 어떻게 희생되는지 설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의 파괴적 혁신 이론은 전략에서 중요한 개념이 됐다. 그로 인해 전반적인 사고방식도 바뀌었다. 오늘날 나이와 크기는 종종 취약성으로 인식된다. 오래된 ‘레거시’ 기업은 보통 작고 민첩한 다윗에게 결국 무너지는 골리앗으로 묘사된다. 기업의 붕괴와 죽음이 불가피하다는 통념은 많은 시장 리더들을 방어적 태세로 몰아넣었다. 그런 기업 안에서 혁신과 변화에 대한 노력은 절실한 과제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길을 본다. 기성 기업은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대신 우리가 ‘전략적 기존 지위^{strategic incumbency}’라고 부르는 사고방식과 행동을 택해야 한다. 우리는 전략적 기존 지위를 기존 기업이 나이, 크기, 전통을 시장 지배력, 신뢰 관계, 깊은 통찰력이라는 핵심 강점으로 역동적으로 전환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이런 전환을 잘 관리하면 기존 기업은 스스로는 물론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재창조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신생 기업과 벌이는 경쟁을 막을 수 있다.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다. 이미 크게 성장한 기성 기업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는가? 어떻게 다른 회사보다 잘 대비하는가? 어떠한 치명적 함정을 피하는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글로벌 기존 기업을 대상으로 3년 동안 연구를 수행했다.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시작해 연구 대상 기업에 나이, 시장점유율, 경기침체기 동안의 재무성과, 핵심 사업의 적응력, 두 번째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능력, 부정적 사건을 겪은 이후 회복력 등 6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그 결과 도전을 극복하고 여전히 번성하고 있는 38개 기업을 발견했다. 1995~2019년까지의 기간 동안 이들 기업에 대해 심층 조사했고, 어떻게 앞서갈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최고경영진과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가 연구한 기업들은 오랜 성공 경험에도 현상을 유지하는 데 안주하려는 유혹에 저항했다. 수동적으로 가정하는 대신 고객 니즈가 안정적인지, 경쟁사가 명확하게 식별되는지, 탄탄한 브랜드 가치가 보호 기능을 제공하는지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고객 니즈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 비전통적 기업으로부터 경쟁 위협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 브랜드 충성도가 빠르게 바뀌어 새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만한 원인은 무엇인가?

또한 기존 지위를 유리하게 사용했다.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이들에게 우위가 되는 3가지 능력을 발견했다. 즉 복잡성을 관리하는 능력, 장기적 초점을 유지하는 능력, 고객 관계를 활용해 인접 영역으로 확장하는 능력이다. 이 아티클에서는 이런 강점을 활용한 세 기업의 경쟁적 행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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