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전략

녹색혁명의 표준을 직접 만들어라

매거진
2013. HBR in DBR (~2013)

 82_6401_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 11월 호에 실린 그레고리 운루와 리처드 에텐슨의 글 ‘Winning in the Green Frenz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당신 기업과 관련된 산업 및 사업, 제품에 적용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기준을 멋대로 정의하고 있을지 모른다. 녹색혁명의 초점은 친환경제품 개발에서 친환경 제품의 구성 요인이 무엇이냐는 정의의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섬유, 통신, 농산품, 자동차, 하이테크에 이르는 모든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정의는 산업·사업·제품군별로 다를 것이다. 이 친환경 표준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기준을 따라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거나, 약삭빠른 경쟁업체가 새로운 표준에 따라 모범업체로 공인을 받고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는 걸 멍하니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주체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표준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를 녹색열풍(Green frenzy)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생에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거리는 치열한 경쟁과 같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 연구기관, 블로거, 산업 협회, 컨설턴트는 물론 심지어 경쟁업체들까지 자신들의 친환경 표준을 만들어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커피 산업에서는 수십 개 이상의 업체가 농약 사용, 농장 근로자 숙소, 조류 친화적 농법과 같이 커피 재배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포괄하는 녹색 표준을 정립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열대우림동맹(RA·Rainforest Alliance)의 커피 재배 인증의 경우 무려 100개 이상의 규정을 갖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녹색 표준들은 제각각 ‘친환경 커피’가 무엇인지 정의하려 한다. 오듀본 학회(Audubon Society)나 트랜스페어(TransFair)를 비롯한 비영리단체들이 지지하는 표준이 있는가 하면, 스타벅스나 네슬레 등의 영리 기업이 지지하는 표준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 녹색열풍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필자들은 녹색제품 전략에 대한 연구(HBR 2010 6월호 Growing Green 참조1))의 일환으로 이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해왔다. 이는 심층 사례 분석 결과와 지속가능성 흐름을 주도하는 이해관계자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내용에 대해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기업들은 기업 역량과 경쟁 구도, 산업 내 친환경 표준의 정도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 이 가운데 산업 내 친환경 표준의 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 결과 산업별 녹색표준에 대한 경영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유형은 친환경표준을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로 받아들이고 모든 논의를 회피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외면한다고 친환경표준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현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오히려 친환경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서 녹색기업이라고 주장하면 기업의 신뢰성만 떨어뜨릴 수 있다. 다른 유형은 친환경 기준을 논의하는 절차에 참여하기를 원하면서도 이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하는 경영자들이다.

 

이런 기업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영향력 있는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지배적인 입지를 다진다면 더욱 좋다. 그래야만 친환경표준을 정립하기 위한 싸움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 전략을 선택하기 전에는 우선 내·외부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외부평가를 위해 자사가 속한 산업에서 현재 적용되는 친환경 표준과 관련 이슈, 이슈가 논의되는 장, 논의를 이끄는 경쟁업체 및 주요 이해관계자의 역할을 점검한다. 외부평가의 목적은 현재 산업 내에서 표준 정립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표준에 대한 논의를 이끌고 참여하기 위해 어떤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내부평가는 기술력을 포함한 자사의 친환경 역량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한다. 여기에는 제품 및 운영 측면에서 월등한 녹색혁신 수행능력, 녹색기업으로서의 신뢰도, 현재 및 잠재적 파트너십 등이 포함된다. 이때 “우리는 산업 내 친환경 혁명을 이끌고 통제할 만한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라는 핵심적인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

 

4대 전략

외부 상황과 내부 역량을 파악했다면 다음 중 가장 적절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1)이미 정립된 기준을 받아들인다.(adopt) (2)파트너십을 통해 기준을 공동채택하고 자사 역량 및 절차에 맞게 수정한다.(co-opt) (3)산업의 친환경 기준을 정의한다.(define) (4)이미 정립된 기준을 거부하고 자사에 맞는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다.(break away) (그림 ‘가능성 평가’ 참조)

82_6401_2 

 

수용하기(adopt)

산업 내 표준이 제대로 정립돼 있으나 기업의 친환경 역량은 부족하다면 기존 규칙을 수용하는 게 현명하다. 건축업계를 예로 들어 보자. 건축 산업의 경우, 친환경표준을 새로 만들 기회는 이제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건축업자 및 비영리 기구, 정부 등의 이해관계자와 시장이 친환경건물인증(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을 공식기준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LEED는 건축가와 설계자, 시공업체, 인테리어 자재 공급업체 등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LED 시스템은 인증(certified), 실버(silver), 골드(gold), 플래티넘(platinum) 4단계로 운영된다. 건축 자재 및 가구 등에도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자재 협력업체도 최대한 높은 LEED 점수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월마트, 테스코, 맥도널드의 협력업체는 물론 미 정부 납품업체 등도 자사가 제품을 납품하는 핵심 고객사가 설정한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표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애를 쓴다. 2009 7월 월마트는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모든 물품에 적용할 ‘친환경 제품 지수’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월마트의 협력업체는 세계적으로 10만 개가 넘는다. 월마트 친환경 지수는 제품 관련 에너지 사용량 및 폐기물 배출량을 측정하고 자연자원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한다. 월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와 판매업자는 월마트 요구에 따라 공급망과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를 거부한다면 매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정립된 친환경 기준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그에 따른 전략적 가치를 창출하고 시장 우위를 점유할 수 있다.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이점이다. 더 피싱 컴퍼니(The Fishin Company)는 월마트가 요구한 친환경 어업기준을 충족시키면서 신뢰받는 파트너사로 거듭났다. 이 회사는 월마트 최대의 수산물 공급업체가 됐고,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량을 월마트에 납품했다. 최근에는 장기 구매계약까지 체결했다. 업계 표준을 그대로 수용하면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소외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와는 반대로, 기존 규범을 수용하면 친환경 표준이 변경되는 과정의 논의에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

 

공동 채택하기(co-opt)건축업계의 친환경표준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지만 대다수의 산업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다. 친환경표준 수립 과정에 참여한 비영리 이해관계자들은 표준을 자체 개발하고 최대한 많은 조직에서 이를 수용하길 바란다. 이들에겐 새로운 친환경표준을 널리 알리고 수익 활동에 적용할 기업 파트너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신뢰할 만한 후원업체가 정한 표준을 공동 채택하고 자사 사업 환경 및 사회·환경적 영향을 반영해 이를 수정할 기회가 중요하다.

 

TIP. 새로운 표준 정립 시 유의점

기업이 자체 친환경 표준을 수립해서 적용할 때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비난을 받을 위험이 있다. 환경에 폐해를 주는 제품 및 관행을 환경 친화적인 것처럼 꾸며 거짓말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녹색표준을 수립할 역량 및 의지를 보여주고 신뢰를 얻을 자신이 없다면 현재 표준과 다른 새로운 표준을 정립하려는 노력을 중단하는 게 낫다.

다국적 농업 기업 몬산토는 1990년대 뼈 아픈 교훈을 얻었다. 당시 몬산토는 혁신을 통해 농약 및 비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수자원을 절약하는 지속가능한 농법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1996년 로버트 샤피로 몬산토 CEO는 유전자 조작 곡물이 “굶주린 이들의 수요와 식량 공급 간의 엄청난 간극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후 환경운동가들은 유전자 조작 기술이 환경과 인간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우려하며 전세계에서 몬산토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몬산토는 한 걸음 물러서야 했고, 이후 생명공학 사업의 성과에 대해서 항상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바나나 재배업체 치퀴타(Chiquita)는 비정부기구 RA와 친환경 기준 공동 수립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RA는 치퀴타와 경쟁업체 돌(Dole), 델몬트 등의 바나나 재배업체들이 사회·환경적 폐해를 가져오는 경영관행을 고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1990년대 초반 RA는 열대 우림 바나나 농장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표준을 개발했고, 이를 주요 바나나 재배업체에 알렸다. RA의 접촉에 응한 바나나 재배업체는 치퀴타뿐이었다. 치퀴타는 친환경표준을 시험 적용하는 데 동의하고, RA 규정을 자사 농장에 적용하기 위한 협업을 시작했다. RA 위원과 치퀴타는 협업을 통해 친환경 규정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기업의 수익 창출을 방해하지 않는 혁신적 방안을 찾아냈다. 이 결과 기업은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이익을 얻었다. RA가 요구한 운용 규정 및 사업 기준을 경영에 적용하면서 치퀴타 농장의 생산성은 27% 증가했고 비용은 12% 줄었다. 직원 만족도도 개선됐다. 2004년에는 OAS 아메리카기업시민상(Corporate Citizen of the Americas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티클을 끝까지 보시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세요.
첫 달은 무료입니다!

관련 매거진

(03187)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 동아일보사빌딩 9층 (주)동아일보사
대표자: 김재호 | 등록번호: 종로라00434 | 등록일자: 2014.01.16 | 사업자 등록번호: 102-81-03525
(03737)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29 동아일보사빌딩 8층 (주)디유넷(온라인비즈니스)
대표이사: 김승환, 김평국 | 통신판매신고번호: 제 서대문 1,096호 | 사업자 등록번호: 110-81-47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