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HBR 1988년 9월호에 실린 ‘Management and the World’s Work’를 번역한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이런 공장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1999년 ‘포스트모던’ 공장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는 있다. 이 공장은 상당히 많은 기계를 갖추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기계가 본질은 아닐 것이다. 이 공장의 본질은 보다 개념적이며 제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구성하는 4가지 원칙과 관행의 산물일 것이다.
이들 개념은 출발점도, 의제도 제각기 다른 사람들에 의해 따로따로 만들어지고 있다. 각 개념마다 고유한 목표가 있고 고유한 영향을 미친다. 통계적 품질 관리(SQC)는 공장의 사회적 조직을 바꾸고 있다. 새로운 제조 회계manufacturing accounting는 생산 의사결정을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일환으로 다룰 수 있게 해준다. 제조 공정의 ‘소함대’ 조직, 즉 모듈 조직은 표준화와 유연성의 이점을 결합해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접근방식systems approach은 비즈니스의 경제적 과정인 가치 창출에 비즈니스의 물리적 과정, 즉 물건을 만드는 제조를 포함시킨다.
이 4가지 개념이 발전하면서 제조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제조 관리법도 완전히 바뀌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 제조업 종사자들은 이제 새로운 제조업 이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낡은 이론을 임시방편으로 고쳐 쓰는 게 더 이상 효과가 없으며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더 뒤처지고 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들 개념을 함께 활용한다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새로운 이론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은 SQC다. 이 개념은 사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으며 로널드 피셔 경Sir Ronald Fisher이 70년 전에 정립한 통계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 벨 연구소Bell Laboratories의 물리학자 월터 슈하트Walter Shewhart는 1930년대에 복잡한 전화교환기와 전화기의 무결점 대량 생산을 위해 SQC의 첫 번째 버전을 설계했다. 슈하트 군단의 일원이었던 W. 에드워즈 데밍W. Edwards Deming과 조지프 주란Joseph Juran은 각각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오늘날 사용되는 버전의 SQC를 개발했다.
일본은 1950~1960년대에 데밍의 이론을 받아들인 덕분에 제조 품질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 주란 역시 일본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미국 업계는 40년 동안이나 이들의 업적을 무시해 오다가 이제야 포드, 제너럴 모터스, 제록스와 같은 기업들이 SQC로 전환하고 있다.
서유럽도 SQC 개념을 거의 무시해 왔다.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SQC를 가장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사람도 SQC가 실제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SQC는 생산도구로 간주된다. 하지만 실제로 SQC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은 공장의 사회적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