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친 스케일업 성공 비결 성장이 아닌 수익성에 신경 써야 하는 단계에 진입한 스타트업이라면 ‘외삽’을 마스터해야 한다
내용 요약
문제
많은 스타트업과 신생 벤처가 빠르게 성장하지만 그 다음 단계인 수익성과 이에 따른 확장에는 실패한다.
통찰
흔히 기업 성장 단계에서 '외삽'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외삽이란 신규고객 유입으로 매출은 늘어나는데 비용은 미미하게 증가하는, 장기적이며 수익성 있는 성장의 핵심 비결로 성공한 스타트업 모두 이 단계를 거쳤다.
교훈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사업 프로젝트를 계속 스케일업하고 싶다면 검증된 수익 창출 방법, 네트워크 효과 활용 전략, 탄탄한 자본 등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또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주력 사업을 제대로 활용하는 ‘양손잡이 기업’ 경영이 필요하며 비즈니스 모델에 성장을 가로막는 내부 요인이 있다면 체계적으로 뿌리 뽑을 필요가 있다.
다음 스타트업 3곳은 설립 초기에 성공 예감을 불러일으켰던 곳이다. 2012년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King Digital Entertainment는 원래 인기 있는 무료 스마트폰게임 개발 업체로 시작했다. 캔디 크러시 사가Candy Crush Saga가 대대적으로 히트하면서 사용자 베이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12년 중반~2013년 중반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매출은 12배 증가했고 비용은 6배 늘었다. 그 결과 영업수익이 1050만 유로에서 7억1600만 유로로 거의 70배 늘어났다.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는 온라인 오디오 공유 플랫폼이자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의 경쟁업체다. 2012~2013년 사운드클라우드 사용자 베이스를 보면 가입회원 수가 기존 1000만 명에서 1억5000만 명으로 늘어 약 15배 성장했다. 그러나 사운드클라우드 매출은 800만 유로에서 1100만 유로로 늘어난 반면 운영비용이 1650만 유로에서 2850만 유로로, 무려 75%나 증가했다.
2017년 유명 공유오피스 벤처기업 위워크WeWork가 조달한 자산(자기자본 및 부채) 규모는 100억 달러다. 매출이 5년 연속 2배 증가했고 이용자 수가 10배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운영비용이 기존 4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나 막대한 손실을 봤다.
이처럼 잘나가던 스타트업 3곳 가운데 오직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만 고수익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어디서 운명이 엇갈린 걸까?
급성장하는 벤처기업 수십 곳에 대한 검토와 우리 연구팀이 각자 경영대학원에서 엔터프라이즈 스케일업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이른바 ‘외삽extrapolation’이라고 불리는 개발 단계를 적절히 수행한 덕에 승기를 거머쥐었다. 외삽이란 원래 과거의 경험이나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에 근거해 아직 경험 또는 실험하지 못한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활용해 수익성이 괜찮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을 가리킨다.
사실 이런 개발 프로세스는 기존 조직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조직 이론에 따르면 기업이 도입 가능한 모드는 ‘탐색exploration’과 ‘활용exploitation’으로 나뉜다. ‘탐색’은 제품과 시장 사이의 적합성을 조사하는 과정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회사는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한다. 해결해야 하는 고객의 문제 또는 골칫거리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을 때 고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한다.
‘활용’은 스타트업이 창업 당시 누리던 매출 및 수익 급증 구간이 끝나고 성장이 둔해지면서 시장 평균으로 수렴할 때 시작한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비즈니스 모델을 미세하게 조정해 경쟁 우위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점진적인 장기 성장과 안정적 수익 달성을 추구한다.
익히 잘 알려진 단계들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혜성처럼 등장해 거침 없이 항해하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시장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거나 기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이 두 가지 단계에서 ‘외삽’은 흔히 간과된다. 하지만 우리 연구팀은 이것이 매우 중요한 단계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 단계에서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우리 회사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보여주는 제품-시장 적합성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다. 둘째, 소위 말하는 ‘수익-시장 적합성profit-market fit’을 달성하는 것이다. 수익-시장 적합성이란 벤처기업이 빠르게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모든 신규 고객이 추가 수익을 가져오는 한편 비용 부담은 미미한 정도에 그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는 내실 있는 성장의 핵심이다.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사운드클라우드, 위워크 모두 일단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가치는 증명했다. 이용자 수가 놀라울 정도로 많았고 이론적으로도 시장 지배 목전까지 갔다. 하지만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만 ‘외삽’ 단계에서 외형적인 성장을 수익 증가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스마트폰 사용자가 캔디 크러시 사가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때마다 매출이 늘었고 이는 고스란히 순이익으로 이어졌다. 반면 사운드클라우드는 많은 고객을 끌어들였지만 수익화할 만한 확장 가능하며 수익성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실패했다. 위워크를 보면 기업공개 실패와 이를 둘러싼 잇따른 논란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전 세계에 포진한 공유오피스 공간을 뒷받침할 만한 내실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실패했다.
성공적인 외삽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략과 운영, 파이낸싱, 속도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앞서 말한 다른 두 단계와는 구별되는 조직 구조와 문화, 인재 접근법이 필요하다. 스타트업과 엔터프라이즈 리더 관계없이 모두가 ‘외삽'을 새로운 벤처나 신규 출시 제품을 개발하는 구체적인 단계로 특별히 의식하고 다룰 필요가 있다.
외삽의 원칙
우리가 연구한 기업들을 보면 외삽 단계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정도 진행된다. 외삽 단계에서는 매출과 운영 수익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는데 이는 경쟁기업의 대응이나 시장 포화도, 외부 비즈니스 환경이 변하면서 끝난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외삽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벤처기업은 다음 3가지 특징을 지닌다.
1. 성공에 필요한 핵심 조건을 잘 이해하고 이용한다.
2. 철저한 외삽 프로세스를 따른다.
3.전략적 실험과 훈련된 실행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양손잡이 조직 역량을 갖고 있다.
다음을 차례대로 짚어보자.
핵심 조건
다음 두 가지 유형의 조건을 갖춰야 외삽이 가능하다. 하나는 필요조건이다. 그 자체로는 외삽이 일어나지 않으나 외삽이 일어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둘째는 충분조건으로 외삽을 발생하게 만든다.
필요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탄탄한 시장. 외삽이 발생하려면 비슷한 니즈의 대규모 고객이 있고 니즈를 채워주는 제품에 이 고객들이 돈을 써야 한다. 시장 규모가 충분해야 스케일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너무 뻔하게 들리지만 초기 스타트업을 만나보면 당황스럽게도 상당수가 이 포인트를 놓치거나 시장 관련 데이터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해결책의 반복성 및 차별성.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은 모두 동일해야 하지만 경쟁기업과는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제품의 동질성은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화하고 스케일업하기 쉽게 만든다.
이에 더해 우리는 5개의 충분조건을 찾아냈다. 모든 기업에 필요한 성공 조건들은 아니지만 일부 조건은 외삽이 발생할 때마다 반드시 갖췄던 것이다.
효과적인 시장 침투 전략. 벤처기업은 직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어떻게 도달할지, 충성심 높은 고객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할지, 고객이 우리 제품을 홍보하도록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반드시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세계 최대 중고품 위탁업체 스레드업ThredUp이 외삽 단계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를 위해 경영진은 스레드업 플랫폼 이용자 양측을 모두 스케일업해야 했다. 따라서 중고의류 판매자를 충분히 모집해 구매자를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구매자와 판매자 양측의 이용률과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크게 성장했고 최근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연 수익은 39% 증가했다.
검증된 수익 달성 방법. 결국 제품을 팔아 이용자에게 돈을 받든, 광고를 집행하든 직간접적인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 건전한 매출원이 있어야 사업 확장에 대한 정당성이나 지지 기반이 생긴다. 여기에 발목 잡혀 실패한 사례가 사운드클라우드다. 사운드클라우드가 청취자로부터 올리는 매출은 제한적이고 노래를 호스팅하는 뮤지션들로부터 올리는 매출은 보통 수준이었다. 이와 비교해 스포티파이는 수익 모델에 문제가 있긴 해도 구독료를 내고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
네트워크 효과와 밀도 효과.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이나 제품이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다른 이용자가 더 많은 가치를 누리기 더 수월해질 때 발생한다. 한편 밀도 효과는 한 개 지역이나 시장 세그먼트에 사용자가 집중적으로 몰려들면서 바이럴 마케팅이나 입소문이 날 때 발생한다. 네트워크의 기존 이용자 추천으로 생기는 신규 사용자의 평균 숫자(바이럴 계수viral coefficient)가 하나 이상일 때도 나타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외삽은 대개 강력한 네트워크와 밀도 효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제품의 부족한 점도 어디까지나 다른 제품과 비교할 때 나타나는 정도일 때 가능하다.
수익 증가. 회사는 매출을 늘리면서 변동비는 줄이고 고정비는 억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페이스북, 넥스트도어, 슬랙 같은 IT 플랫폼은 제공하는 서비스 단위마다 변동비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엄청난 규모의 경제로 유명하다. 또한 이런 플랫폼의 고정비 증가 속도는 보통 3~5배 정도로 매출 신장 속도보다 느렸다. 누가 봐도 확실한 성공 공식이다.
상당한 자원. 두말할 것도 없이, 어떤 설립자나 벤처기업은 알아서 스케일업에 성공한다. 생활용품 소매업체인 레지던트Resident는 성장 초기, 자금을 대체로 자체 조달할 수 있었는데 애초에 매트리스 같이 값비싼 고수익 제품을 팔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한 벤처기업 대부분은 외삽 단계에서 빠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외부에서 상당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엄격한 프로세스
외삽이 성공하려면 어떤 내부 비즈니스 모델 요소가 성장을 제약하는지 파악하고 제거하는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런 제약 프로세스에 대한 이론은 엘리 골드랫Eliyahu Goldratt 박사가 저술한 고전 <더 골The Goal>에 등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5단계를 따르면 된다.
1.‘매출 5배, 영업이익 10배 증가’와 같이 성장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검토한다. 이 목표는 시장,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현실과 창립 멤버가 각자 품은 야심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2. 비즈니스 모델을 뒷받침하는 주요 가정을 정의하라. 이때 성장을 위해 어떤 요소가 준비돼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장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무엇이 진짜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라. 이를테면 매출을 10배 늘리려면 지금 고객보다 3배 더 많이 구매하는 고객이 5배 더 필요할 수도 있다.
3. 비즈니스 모델 제약을 찾아라. 정확히는 성장 목표치 달성의 걸림돌을 찾아야 한다. 그 다음 이를 해결하는 데 알맞은 순서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매니저가 특정 부분의 투입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시장 규모가 너무 작은 점을 파악했다고 하자. 이 제약 이론에 따르면 가장 약한 고리보다 강한 사슬이란 없는 법이고 이런 철학은 비즈니스 모델에도 적용된다. 모든 비즈니스 모델에는 생산성을 갉아먹는 제약이 하나 이상 존재한다.
4. 가장 중요한 제약을 해결할 방법을 개발한다. 다른 회사도 똑같은 제약과 씨름한다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했는지 혹은 어떤 혁신적인 새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해결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핵심은 소규모로 기존 모델을 수정하거나 새로 모델을 만들어 검증한 다음 전체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전략적 실험strategic experimentation’이다.
5. 첫 제약이 더는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다면 다음 제약으로 넘어가 해결한다. 모든 중요한 제약 조건이 해결될 때까지 이 프로세스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
실제로 이 프로세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고자 우리는 니라즈 샤Niraj Shah와 스티브 코닌Steve Conine이 설립한 가정용품 및 가구판매점 웨이페어Wayfair의 외삽법을 연구했다. 웨이페어는 초기 좁은 제품 카테고리에 집중해 틈새 전자상거래 시장을 노린 온라인 사이트 CSN 스토어CSN Stores로 출발했다. ‘RacksAndStands.com’ ‘EveryGrandfatherClock.com’ 등 제품명과 ‘.com’의 조합으로 이뤄진 일반적인 웹 주소를 통해 접속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매출이 늘어나자 CSN은 사이트 200개 이상을 추가로 만들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결정적인 제약에 직면했다. CSN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구매한 고객 가운데 CSN이 다른 비슷한 사이트들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즉 CSN은 사이트를 만족스럽게 이용해 재구매 의향이 있는 고객들로부터 추가 매출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CSN의 제약은 채널 분산이었다. 채널이 너무 많아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수 없었다.
CSN은 재구매를 늘리는 데 집중해 이 제약을 해결하고자 했다. 일단 사명을 웨이페어로 바꾼 다음 모든 ‘제품.com’ 사이트를 새롭게 지은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수백만 개의 SKU를 플랫폼 하나에 통합했다. 통합 과정을 마무리하자 교차판매율cross-selling rate과 재구매율이 대폭 높아졌다.
두 번째 대응은 풀필먼트를 개선해 고객 평생 가치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었다. 웨이페어 주문의 85%는 재고를 쌓아 놓지 않고 판매하는 유통 방식인 드롭쉬핑dropshipping으로, 공급업체가 물건을 직접 보내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에 신속한 배송을 보장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용자가 주문하면서 기분 상하는 일을 겪으면 다시는 사이트를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웨이페어는 빠르게 나가는 SKU를 관리하는 유통센터망을 구축했다. 이렇듯 벤더업체에 재고를 줄 때 ‘포워드 포지션forward position(상품을 직접 소유하지 않아 자산 경량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수 있음)’을 취해 더욱 빠른 풀필먼트와 일관적인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이는 웨어페어 브랜드에 대한 고객충성도를 다지는 데 일조했다.
세 번째로는 제품 차별화와 제품 방어defensibility가 부족한 점에 집중했다. 경영진은 일반적이고 획일화된 제품 및 서비스에서 오는 한계가 제약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런 제품 및 서비스는 가격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 사이트에서만 파는 특별한 제품, 소비자 눈에 뭐가 달라도 다른 제품을 판매하자는 목표를 세웠고 여러 브랜딩 이니셔티브를 도입해 성공했다. 웨어페어는 여러 공급업체와 협력해 프라이빗 레이블 라인을 개발해 다양한 제품을 줄지어 선보이며 마진율을 올렸다. 소비자는 쇼핑하면서 더는 웨이페어 사이트가 더 싼지 아닌지 따지지 않았다. 이에 더해 웨이페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출시해 소피와 식탁 등 서로 연관성이 떨어지는 SKU를 통일된 스타일로 묶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프라이빗 레이블이기 때문에 총마진 역시 늘었다. 한편 이런 스타일을 제시하는 전략에 여러 제품을 조합해 구매하는 쇼핑객이 늘어나자 평균 결제액도 증가했다. 이 모든 변화는 고객 평생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양손잡이 조직
2004년 HBR 아티클 ‘The Ambidextrous Organization’에서 찰스 오라일리Charles O'Reilly와 마이클 터시먼Michael Tushman은 기존 핵심 사업을 알차게 활용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을 탐색할 역량을 갖춘 기업을 소개했다. 이런 역량은 성공적인 외삽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거의 모든 벤처가 초기 스타트업 단계를 넘어가면 주기적으로 재개발하고 핵심 사업을 다듬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유연성은 특히 외삽 단계에서 더욱 중요하다.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공동 설립자 리카도 자코니Riccardo Zacconi는 “사용자 기반을 키우던 당시 수익화 메커니즘을 얼마나 고치고 또 고쳤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는 광고에 힘을 주자고 했는데 나중에는 가상 제품virtual goods을 판매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변형 프로세스를 감행하면서 한 일을 보면 단순히 수익화 방향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끊임없는 실험으로 매출 모델과 경영 프로세스, 인력 배치, 스튜디오와 팀 구성 등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인프라를 확장하는 한편 단가를 줄였다. 이를 위해 고객 획득 비용CAC을 철저히 분석한 다음 인마켓in-market 테스트를 반복했다. 비즈니스 모델 전환과 동시에 높은 제품-시장 적합도로 매출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외삽 단계를 거치는 동안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경영진은 ‘탐색’과 ‘활용’을 동시에 해냈다. 신사업 탐색과 기존 사업 활용은 언뜻 보기에 서로 상충하는 배제적 관계 같지만 사실은 함께 회사를 더욱 도약하게 만든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양손잡이 운영을 원하는 경우 다음 요소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듈형 조직과 자율적인 팀. 벤처기업이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부담이 큰 혁신을 성공적으로 해낸 경우를 보면 항상 소규모 조직 단위를 유지했다. 일례로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마찬가지로 5개 스튜디오가 나란히 운영된다. 이는 전 세계에 걸쳐 있는 크리에이티브 클러스터의 일부다.
유럽의 앱 기반 전동킥보드 대여 기업 보이 테크놀로지Voi Technology에는 대도시 시장마다 다른 운영조직이 있다. 이런 모듈식 접근법을 통해 벤처기업은 민첩성을 유지하면서 스케일업을 추진할 수 있다. 외삽 과정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사례를 따라하는 한편 유연성을 유지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모듈형 조직이 없다면 피벗이 너무 힘들거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엄격한 경영진 중심 구조가 아닌 현장 팀에 권한이 골고루 분산됐을 때 외삽은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를테면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경쟁기업 슈퍼셀Supercell의 사령탑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의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힘없는 CEO 되기’다. 슈퍼셀의 팀들은 게임 프랜차이즈와 관련한 모든 핵심 사안을 그나 다른 임원에게 물을 필요 없이 알아서 결정할 수 있다.
신속한 인력 배치. 사업이 외삽 단계로 들어서면 경영진은 가장 유능한 인적 자원을 가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에 할당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와 슈퍼셀은 더는 유망하지 않거나 성숙기에 있는 게임 프랜차이즈에서는 무자비한 방침과 과격한 속도로 게임 개발자들을 빼낸다. 메모리폼이나 라텍스 매트리스를 박스에 넣어 배송하는 기업인 레지던트Resident는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원격근무를 도입했기 때문에 빠른 인력 배정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던 곳이다. 직원 대부분이 재택 근무하기 때문에 레지던트는 전 세계 어디서든 그 지역 최고 인재를 뽑아 활용하고 계속해서 유망한 사업에 이들을 배정할 수 있었다.
문화 관리. 외삽 단계에서는 인력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기에 문화는 기업의 목표와 미션, 방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인포마켓’ 이벤트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는데 이는 모든 직원이 더불어 문화적 규범을 강화하고 ‘에너지를 창출’하는 일이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기업 줌의 창립자 겸 CEO 에릭 위안Eric Yuan은 행복한 회사에서 고객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제품이 나올 수 있다며 이른바 ‘행복의 문화culture of happiness’를 주장한다.
새로운 사업 확장. 우리가 조사한 성공적인 벤처기업 상당수가 처음 성공을 거둔 시장에 안착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음 목표 두 가지를 동시에 지향했다. 첫째, 총 잠재시장을 확장하고 둘째, ‘고품질 매출’ 증대, 즉 더 높은 마진의 매출을 실현하는 것이다. 가령 교육 솔루션업체 체그Chegg는 원래 대학생들이 중고 교과서를 온라인으로 대여하거나 판매하는 시장에서 처음 시작했다.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오면서 수업 일정과 학습 가이드, 인턴십 정보 등 학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포털(초기명 ‘스튜던트 허브Student Hub’)을 통해 학생용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미션을 다시 짰다. 이런 변화 덕분에 잠재 시장의 극적인 확장을 이루는 한편 계절성 매출과 대여 사업으로 적은 총마진을 기록하다가 계절성을 줄이고 더 많고 예측 가능한 매출과 탄탄한 총마진을 자랑하는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체그 사례를 보면 외삽이 어떻게 개선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지 알 수 있다.
비유기적 성장 수용.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는 제품-시장 적합도를 찾고자 제품 및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한편 외삽 단계의 벤처기업은 지리적 발자취geographical footprints와 해당 지역 시장을 확장하고 인력 부족을 해소하며 어떤 특징이나 기능을 더하거나 청취자나 이용자, 소비자 접근을 강화하고자 인수합병을 고려할 때가 꽤 잦다. 체그도 15개월 동안 6개 회사를 사들이는 등 폭주를 통해 스튜던트 허브 포털에 여러 특징을 더했다. 모든 인수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회사들이 들어오자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시기에 다양한 핵심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 연구는 외삽을 비즈니스 개발 단계에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원칙이자 프로세스, 경영 조건으로 접근하는 통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우리가 연구한 벤처기업 절반 이상이 그렇게 했고, 더 높은 성공 확률을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기업 입장에서는 빠른 성장역학을 관리하는 것이 무지막지한 부담이다. 사실 스타트업과 기존 회사의 별도 이니셔티브도 마찬가지다. 경영진이 탐색, 외삽, 활용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깨닫고 나면, 특히 제품-시장 적합성과 수익-시장 적합성의 요건을 이해하고 나면, 이 3단계를 거칠 때마다 등장하는 까다로운 전환 노력을 보다 자신 있게 해나가며 필요한 변화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제프리 레이포트(Jeffrey F. Rayport)는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강사다. 다비드 솔라(Davide Sola)는 프랑스 ESCP경영대학원 교수다. 마틴 컵(Martin Kupp)은 ESCP경영대학원 조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