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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운영관리

분노의 시대에 경영하기

매거진
2023. 1-2월호
100

BUSINESS & SOCIETY

분노의 시대에 경영하기
갈수록 분노가 커지는 사회, 세심하게 반응하라


내용 요약

문제

분야를 막론하고 리더들은 분노한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2022년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저항하던 트럭 운전사들이 캐나다 오타와 시를 봉쇄했을 때 정부 공무원과 관련 기업이 직면했던 위기를 생각해보라.

원인

우리는 3가지 악재가 겹친 ‘퍼펙트 스톰’을 겪고 있다. 많은 사람이 미래가 현재보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경쟁의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타자화’ 이데올로기에 점점 더 끌리고 있다.

해결 방안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케이스 스터디와 심리학, 경제학, 철학 등 학술 분야를 토대로, 이 아티클은 분노한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온도 낮추기, 분노 분석하기, 반응을 구체화하고 제한하기, 타인을 움직일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 이해하기, 탄력성 회복하기의 5단계다.



어느 분야든 리더들은 분노한 관계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2022년 초 캐나다 오타와에서 소위 ‘자유 호송대Freedom Convoy’ 트럭 운전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며 도시를 봉쇄했을 때 정부 관계자들이 마주했던 위기를 생각해보라. 이는 절제된 조직일지라도 순식간에 직원이나 외부 관계자들의 분노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분노한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가 다른 점은 3가지 악재가 겹친 ‘퍼펙트 스톰’ 때문이다. 첫째, 기후 변화, 인구통계학적 변화, 임금 상승 정체 등의 다양한 이유로 많은 사람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미래가 현재보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사실 여부를 떠나 사람들은 경쟁의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고 자신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고 있다. 부유층이 중산층에 비해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는 보도나 소수 계층에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구조적 편향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셋째, 아마도 처음의 두 문제에 기인해 많은 사람들이 ‘타자화’의 이데올로기, 즉 계몽주의적 자유주의에서 벗어난 ‘우리’ 대 ‘그들’의 사고방식에 빠지고 있다. 역사가 새뮤얼 헌팅턴은 이 같은 현상을 ‘문명의 충돌’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공격성에 대한 과학, 관리경제학, 조직행동학, 정치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분석적 통찰을 바탕으로 관계자의 분노를 관리하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는 필자가 옥스퍼드대에서 가르치는 ‘분노의 시대에 경영하기’라는 강의의 기초이기도 하며 이케아, 런던 시 경찰, 네슬레, 옥스퍼드대 병원 등 다양한 분야의 조직에 대한 심층적인 케이스 스터디를 바탕으로 귀납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 프레임워크는 온도 낮추기, 분노 분석하기, 반응을 구체화하고 제한하기, 타인을 움직일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 이해하기, 탄력성 회복하기의 5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상대적으로 복잡한 단계도 있고 꽤 간단한 단계도 있기는 하지만 5단계 모두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노련한 경영자라면 아주 생소한 내용도 아닐 것이다. 이 프레임워크의 가치는 다양한 통찰을 한 곳에 모았다는 점에 있다.

[ 1 단계 ]

온도 낮추기

여기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분노의 임상적 근거를 인정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한 바 있는 참여 프로세스를 준수하는 것이다.

분노의 임상적 근거. 공격성에 대한 행동과학은 방대한 분야다. 경영자 입장에서 핵심적으로 알아둬야 할 통찰은 주변 조건, 감정 및 인지적 추론의 상호작용에 의해 상황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먼저 물리적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덥고 습한 방에 있을 때, 환기가 잘되는 방에서보다 화를 낼 가능성이 더 높다. 다음으로 인지적 추론에 쓸 수 있는 자원이 제한돼 있을 때, 감정이 행동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분주하거나 산만한 뇌는 감정적이게 되고,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 (투쟁 도피 반응의 일환으로)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격앙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한숨 자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다. 감정적 반응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인지 기능이 초기 반응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사건을 정신적 ‘스크립트script’, 즉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경험적 지침에 따라 해석한다. 이런 스크립트는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강화되며 겉보기에는 비합리적인 스크립트라고 해도 인지 반응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상 편향된 서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시간이 지나며 스크립트가 영향을 받고 분노를 유발한다.

공동의 절차. 토론할 수 있는 편안한 주변 환경과 초기의 감정적 충동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스크립트가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개인에게 뿌리내린 스크립트를 형성한 경험을 통제할 수는 없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맞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스크립트가 적절해 보이지 않을지라도 앉은 자리에서 이를 단번에 바꾸는 것은 확실히 어렵다. 하지만 이해관계자가 스크립트를 명시적으로 형성할 수 있도록 위협적이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 이렇게 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옥스퍼드대 산하 블라바트니크행정대학원에서 필자가 맡은 역할 중 하나는 (중국과 미국,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60개 이상 국가의 공공 지도자를 모아 기후 변화, 이주, 불평등과 같은 분열적인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립트의 차이는 고질적이다.

필자와 동료들은 이런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사전에 참여 수칙을 개발하고 합의했다.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특정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는 와중에 그 프로세스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 경영자로서 당신은 불을 끄려고 달려들기 전에 시간을 내서 주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우리 공동체의 규칙은 간단하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스크립트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의 발언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방식에 책임을 져야 한다. 두 번째 규칙은 구성원들이 단순한 토론자가 아니라 리더가 되기를 목표하도록 유도한다. 자가 검열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설사 동의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세계관을 점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모두가 스스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조절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이 자기 자신의 편향과 관련된 스크립트를 공유하도록 권장해서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공동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 2 단계 ]

분노 분석하기

이해관계자 간에 스크립트를 공유하고 숙고해서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여기에도 두 부분이 있다.

원인 분석. 2020년 6월 3개월간의 런던 락다운이 끝날 무렵 흑인 런던 시민들이 검문 수색을 받는 횟수가 다른 시민 대비 4배에 이른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크레시다 딕Cressida Dick 런던 경찰청장은 흑인 시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딕을 비롯한 런던 경찰과 (증가하는) 범죄 피해자들은 검문 수색이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봤지만, 다수의 흑인 주민들은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흑인들이 필수 업무에 종사하는 비중이 더 높기 때문에 락다운 기간 동안 거리에 있는 경우가 많았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인종간 체포율은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흑인을 ‘타깃’으로 삼을 이유가 없었고, 런던 경찰이 ‘제도적 인종 차별’을 자행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분노의 3가지 동인, 즉 미래에 대한 절망, 게임이 조작됐다는 느낌, 타자화의 이데올로기 중 어떤 것이 작용하고 있는지 식별해야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 일정 부분 경영자가 해소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이유를 제공하거나 관계자들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런던 시민들이 검문 수색에 대해 분노를 느낀 것은 경찰이 소수자에 대해 편향적이라는 오랜 경험의 역사에서 해석할 수 있다. 1981년과 1999년에 이미 이를 비판하는 공식 보고서가 출간됐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딕은 출발점을 찾을 수 있었다. 환멸에 빠진 런던 시민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최소한 20년 전 런던 경찰의 반응보다는 개선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분노의 원인이 타자화 이데올로기라면 직접 상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타와 시 자유호송대 시위에서 정부 당국이 저지른 실수였다. 일부 트럭 운전사들은 합당한 정치적 요구를 하고 있었지만 개중 일부는 시위를 이용해 배타적인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런 이데올로기에 천착해 트럭 운전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 찍은 정부 관계자들은 시위대의 격분을 야기했고, 결국 더 많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시위에 참여하도록 유도했으며, 시위대가 도시 봉쇄를 중단하도록 협상할 가능성을 낮췄다.(인종차별주의자와 합의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이 개인적인 이데올로기를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이념적 차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런 싸움을 피해야 양극화된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아래로부터의 해결 방안이 떠오르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촉매제 분석. 관계자의 분노를 강화하는 요인을 찾는 것이 목표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일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2020년 런던 경찰의 사례에서는 미국 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나 런던 흑인 경찰관 중 일부가 검문 수색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한 것이 촉매였다. 그 경찰관들은 분노를 완화할 장기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딕이 협상할 수 있는 상대가 돼 줬다.

종종 소셜미디어가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신중한 사람이더라도 익명성에 기대 극단적 견해를 표현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견해를 보고 포용하거나 강화하거나 심지어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도록 만드는, 소위 감정전염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자신을 비판하는 견해로부터는 보호받도록 하기 때문에 사용자를 더욱 깊은 분노에 빠지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논의 중에는 상대방이 소셜미디어 노출도를 줄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다시 말하지만 이런 규칙은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 3 단계 ]

반응을 구체화하고 제한하기

분노의 동인을 파악한 후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부족한 반응과 지나친 반응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아래의 두 가지 개념을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역량의 비대칭. 2015년 식품 대기업 네슬레는 인스턴트 국수 상품인 매기Maggi가 포장지 표기와는 달리 글루탐산나트륨, 즉 MSG가 인도 정부 산하 식품안전연구소의 정기 검사에서 발견되면서 100년이 넘게 쌓아온 입지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 처음에는 이 문제를 무시했고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확신했다. 인도 가공식품 공급업체 중 약 75%가 라벨을 잘못 기재하는 소규모 국내생산 업체이고 네슬레보다 안전 기준이 낮았기 때문에 규제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후 다른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실시한 검사에서는 매기 국수 제품에 높은 수준의 납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를 주 고객으로 한 건강식품으로 마케팅 되던 이 제품에 보다 엄격한 조사가 진행됐다. 그제서야 네슬레는 ‘MSG 무첨가’는 기술적으로 사실이지만 제품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글루탐산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납 성분에 대해서는 인도, 싱가포르, 스위스에서 진행한 자체 검사에서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으며, 나중에 나온 결과는 인도 정부 산하 연구소의 검사 절차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인도 정부 당국은 이와 같은 네슬레의 대응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제품 리콜을 명령하기까지 했다. 언론 보도가 쏟아지면서 80%에 달하던 네슬레의 인도 인스턴트 국수 시장 점유율은 거의 하룻밤 만에 절반으로 떨어지고 주가는 15% 하락했다. 결국 네슬레는 큰 비용을 들여 이 제품을 철수하고 ‘MSG 무첨가’라는 상표를 뗀 제품을 재출시했다.(납 함량 문제는 결국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 과실이 중대한 다른 위반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했지만 스위스에 본사를 둔 대기업인 네슬레는 자기 책임이 아닌 문제까지 떠안아 해결해야 했다. 다른 기업들에 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유사한 상황에 놓인 경영자라면 다음 4가지 질문을 고려해야 한다. (1)분노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가? (2)우리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나빠지는가? (3)관계자들과의 (암묵적) 계약상 분노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가? (4)우리는 행동을 취하길 원하는가?

위의 4가지 질문 모두에 대해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에만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네슬레의 경우 첫 번째 질문에는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의 원인이 규제당국의 일관성 없는 조치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 세 질문을 고려했을 때는 회사가 행동을 취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두 번째 질문을 살펴보자. 납 중독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며 네슬레가 취한 대응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상황을 무시할 경우 분노를 초래하게 된다. 생명윤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구조 수칙을 생각해보면 도움이 된다. 우리의 윤리적 본능은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긴박하고 심각한 위험에 처한 이들을 도울 것을 권장한다.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홍수로 인해 생계를 잃는 사람보다는 연못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 번째 질문의 경우, (MSG 문제 사례와 같이) 피해 정도가 심각하지 않고 급박하지 않더라도, (매기 국수를 ‘건강’ 식품으로 묘사하는 등) 예전에 한 발언으로 인해 회사가 자기 책임이 아닐지라도 관계자의 우려를 해소할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네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하버드대 교수 프리츠 로스리스버거Fritz Roethlisberger의 조언을 생각해보자.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는 종종 그 때문에 탄탄히 짜 둔 미래 계획을 부당하게 바꿔야 한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위기가 오히려 그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면 어떤가? 위기 상황 때문에 계획이 틀어진다고 불평하는 대신, 이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당신의 계획을 활용해 대응 방안을 구상하라. 네슬레의 경우, 매기 제품으로 발생한 위기를 활용해 흔들리지 않는 식품 안전 계획을 수립할 수도 있었다.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면 다음 과제는 과도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충족할 수 없는 수준의 기대치를 설정하고 조직의 핵심 업무에서 벗어나거나 심지어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이는 두 번째 개념으로 이어진다.

기대치 바꾸기. 2012년 스웨덴의 가구 대기업 이케아IKEA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통되는 가정용 배달 카탈로그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지웠다며 스웨덴 언론의 공격을 받았다. 이에 이케아는 사우디 현지 법률을 준수했으며 이는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케아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스웨덴과 서유럽 지역에서 순식간에 반발이 일어났다. 스웨덴의 한 장관은 “그 누구보다도 이케아의 원칙과 가치를 배워야 하는 나라에서 이케아가 스웨덴의 이미지와 가치의 중요한 부분을 지워버린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는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에 입각한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이케아는 스스로를 스웨덴 문화의 연장선으로 브랜딩 해왔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영감을 받은 키치로 가득한 동네 이케아를 방문하는 것이 마치 스웨덴을 여행하는 것과 같았던 것이다.

수년 동안 이케아는 이런 전략을 통해 꽤 괜찮은 수익을 내기도 했고 여러 방면으로 스웨덴의 가치를 존중해왔다. ESG가 유행하기 전인 2000년대 초부터, 이케아는 자사 공급망을 통해 공정한 노동과 환경 보호 책임을 실현했다. 1990년대에 이미 광고에 동성 커플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오랫동안 스칸디나비아식 진보주의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해 온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내 카탈로그에서 여성의 사진을 삭제했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이케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것은 1980년대 초반으로, 사우디 왕가가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권력 찬탈 시도를 막아낸 직후였다. 지나치게 서구적이라는 이유로 이란 황실이 무너지는 것을 본 당시 사우디 왕가는 보다 강경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후의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른 나라였다. 사우디 언론조차 이케아의 정책에 의아해할 정도였다. 반면 스칸디나비아 문화는 훨씬 더 진보적으로 변했다. 기대하는 바가 달라진 것이다.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이해관계자들과 도덕적인 약속을 한 조직이라면 이와 같은 기대치의 변화로 인한 악영향을 피할 수 있도록 다음 3가지 질문을 지속적으로 숙고하며 현실을 확인해야 한다. (1)이 약속을 진정으로 충족할 수 있는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 (2)이 약속의 한계선은 어디이며 관계자들에게는 어떻게 전달됐는가? (3)이 약속에 대한 기대치가 변화한다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일련의 결정을 통해 이케아는 스웨덴을 비롯한 서구 이해관계자들에게 스스로 스웨덴식 가치의 대표자가 되겠다는 도덕적 책무를 졌다. 영업하는 국가의 법률에 따라 이 책무가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또한 이케아는 스웨덴식 가치가 점점 더 진보적으로 변하면서 회사에 대한 기대치도 올라가리라는 점에 대비하지 못했다.

앞서 이야기한 런던 시 경찰의 사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런던 경찰이 ‘제도적 인종 차별’을 자행했다고 딕 청장이 인정해서 런던 경찰이 사회 전반의 인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 런던 경찰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었을지라도, 런던 경찰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비대칭적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딕은 여기에 이의를 제기했다. 런던 경찰 스스로 제도적 인종차별이라는 꼬리표를 인정한다면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일 것이며 그로 인해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치는 그녀의 능력 범위 밖으로 치솟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런던 경찰 내부의 많은 이들은 그런 꼬리표가 경찰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모욕적이라고 여겼으며 범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찰 인력의 대거 이탈이나 내부 반발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내부 직원들의 감정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 대처할 방안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만약 신뢰할 만한 직원으로부터 당신이 (외부) 이해관계자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접근방식을 재고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는 직원들이 자신의 관점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직원들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대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백인이 아닌 런던 경찰관의 수가 2020년까지 20년에 걸쳐 5배 증가해 15%에 이르기는 했지만, 런던 주민 중 40%가 백인이 아닌 것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낮은 비율이었다. 런던 경찰이 수호하는 주민 공동체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제도적 인종 차별’의 꼬리표를 떼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딕은 최우선적으로 런던 경찰을 가장 신뢰하지 않는 공동체로부터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재구상하려 했다.

[ 4 단계 ]

타인을 움직일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 이해하기

분노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결정한 뒤에는 ‘어떻게’ 이를 실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두 단계로 이루어진 프로세스다. 먼저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의 원천이 조직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즉 공간적 이해다. 다음에는 그런 능력을 활용하면 어떻게 변할지 고려하라. 시간적 이해다.

공간적 이해: 어디에서 능력이 오는가. 능력의 4가지 유형을 분류하면 도움이 된다.

→ 강제적 능력은 명령을 통해 타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당신의 위계적 권위 혹은 개인을 채용, 승진, 해고할 수 있는 등 희소 자원을 통제하는 권한에 기인할 수 있다. 경영자의 권한 중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조직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군대를 제외하면 공공부문 조직의 관리자는 대부분 민간기업 경영자보다 강제적 능력이 약하다.

→ 호혜적 능력은 교환에 기인한다. 계약직 직원에 임금을 지불하고 경영자로서 권한을 행사하듯 순전히 거래에 기반할 수도 있지만 항상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 상호주의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권한이 발생하는 사회적 관계라면 반드시 대가가 필요하지는 않다. 교환이 이뤄지는 상황에 힘을 쏟을수록 힘이 더 커진다. 여러 해 동안 관계를 맺으며 깊은 유대를 쌓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더 큰 힘이 따르기 마련이다.

→ 감정적 능력은 개인의 카리스마에서 나온다. 호혜적 능력과 마찬가지로 관계를 기초로 두지만 교환을 기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모 자녀 사이라든가 깊은 신뢰를 쌓은 관계의 경우 서로에게 감정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

→ 이성적 능력은 목적과 수단에 대해 (논리적이고 사실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대방이 정보를 잘 갖추고 있고 경영자와 비슷한 수준일 경우 참여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공간적 이해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2020년 팬데믹 초기에 과학자들마저 어떤 바이러스인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확실히 모르던 상황에서 옥스퍼드대학병원의 최고의료관리자 메가나 팬딧Meghana Pandit이 마주했던 상황을 살펴보자.

영국 정부는 옥스퍼드대학병원을 비롯한 공공 병원이 응급이 아니더라도 예정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팬데믹이 사그라들었을 때 지나치게 수술이 적체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개인 보호 장비가 부족하다는 우려로 인해 옥스퍼드대학병원 외과의 일부는 정부 조치 준수를 거부했다. 생명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팬딧은 정부 조치를 강제해 안 그래도 감정적으로 민감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옳을지 결정해야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이기는 했지만 당시 옥스퍼드대학병원은 파란만장한 몇 해를 보낸 후였다. 잘못된 부위를 수술하는 등 절대 발생해서는 안되는 중대한 안전 사고, 즉 ‘네버 이벤트never event’가 2018년에만 8건 보고됐다. 또한 직원 설문조사에서는 많은 사람이 개인 성과에 큰 자부심을 느끼기는 했지만 팀워크가 부족한 데다가 직원이 실수할 경우 경영진이 직원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병원 조직이 위험을 회피하는 데다가 위험 관리 절차를 무시하는 경향까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영국의 의료품질위원회Care Quality Commission는 옥스퍼드대학병원을 ‘개선 필요’로 평가하기도 했다.

2019년 초 옥스퍼드대학병원 이사회는 당시 영국 내 다른 병원의 최고의료책임자로 재직하던 팬딧을 옥스퍼드대학병원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해 그녀의 초점은 병원 문화를 환자 안전 및 만족, 실수를 바탕으로 한 개선,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목표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초기 성과는 고무적이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팬데믹이 발생하고 외과의들의 반발에 직면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팬딧은 상당한 강제적 능력을 갖고 있었다. 옥스퍼드대학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의료면허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을 계속 진행하라는 정부 명령을 강제할 확실한 권한이 있었다. 이성적 능력 또한 갖추고 있었다. 그녀 또한 의사였기에 병원이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히포크라테스적 이상뿐 아니라 정부 명령의 이점에 대해서도 권위있게 논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팬딧은 감정적 능력이 부족했다. 여성이자 소수인종 출신인 그녀는 남성 중심의 옥스퍼드 의료진 네트워크 밖 외부인이었고, 따라서 그녀의 카리스마가 의료진을 흔들 리 만무했다. 또한 거래에 기반한 호혜적 능력도 부족했다. 옥스퍼드대학병원은 공공기관이기에 급여와 보너스를 결정할 수 없었다. 국가적 급여 체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병원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관계에 기반한 호혜적 능력을 기르고 있기는 했지만, 그제서야 막 성과를 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옵션이 많지 않았지만, 팬딧은 정부 명령을 강제하는 대신 불안에 빠진 외과의들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맡겼다. 다음 단계를 바탕으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시간적 이해: 어떻게 능력이 발전하는가. 만약 팬딧이 정부 명령을 강제했다면 미약하나마 그동안 쌓아온 호혜적 능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고 이후 호혜적 능력을 쌓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직원들이 경영진을 신뢰하도록 하는 것은 병원 문화를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의학적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직원들의 불만을 억누르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팬딧은 (정부 당국의 노여움을 사고 반항적인 직원들을 부추길지도 모르는) 단기적 리스크와 (‘네버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병원을 만드는) 잠재적 장기 성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것이다.

또한 그녀는 정말로 필요할 때를 위해 강제적 능력을 아껴 두고자 했다. 2020년 3월에는 누구도 팬데믹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어느 정도로 심각할지, 앞으로 어떤 결정이 필요할지 알지 못했다. 강제적 능력을 너무 빨리 소모해버리면 나중에 아주 큰 값을 치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능력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파악하려면 이를 행사하는 3가지 기본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조직문화를 통한 암묵적 방법, 논의 주제를 통제하는 간접적 방법, (당신 스스로나 대리인의) 직접적 개입을 통한 명시적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방식을 나머지 두 가지보다 선호한다. 공유하는 신념을 통해 결과를 바꾼다면 경영자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다른 두 방법은 오히려 능력을 소모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방법의 타당성을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만약 팬딧의 병원문화 개선 노력이 더 많이 진행됐더라면 외과의들이 애초에 반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경영진의 결정이 옳다고 신뢰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언제 닥칠지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팬딧은 다른 접근방식을 찾아야만 했다. 그 다음으로 분명해보이는 방식은 논의 주제를 통제하는 일이었다. 외과의들의 우려뿐만 아니라 팬딧이 2020년 3월 당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다양했다. 코로나19 격리병동을 설치하고, 신규 환자를 부족한 인공호흡기와 중환자실을 고려해 어떻게 분류할지 의료진을 교육하고, 희소한 개인 보호장비 및 코로나19 검사키트를 어느 병동에 배분할지 결정하고, 향후 급증할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의료진 휴가 정책을 마련하는 등이었다. 외과의들의 불안감보다 이런 문제들을 우선시하면서 결정을 암묵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팬딧은 그런 식으로 논의 주제를 바꾼다면 신뢰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그 대신 그녀는 직접 개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자신의 강제적 능력을 유지하고자 했고 호혜적 능력은 부족했기 때문에 외과의들이 스스로의 상황을 처리할 지침을 결정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강제적 능력을 포기하고 외과의들을 대리인으로 만든 것이다. 그녀의 도박은 성공적이었다. 경영진의 관점에서 자신들의 우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 외과의들은 한발 물러섰다. 앞서 말한 로스리스버거의 조언을 따른 생생한 사례다. 옥스퍼드대학병원의 미래 모습, 즉 신뢰에 기반한 문화를 바탕으로 당면한 위기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 5 단계 ]

탄력성 회복하기

사실 필자가 제시하는 프레임워크를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조직 및 개인 차원에서 탄력성을 회복하는 것이 프레임워크에 포함된다. 탄력성이란 부정적인 충격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각종 위험 및 실패에 대해 지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다.

조직적 탄력성. 현장 상황에 밀접히 관련돼 있고 신뢰할 만한 유능한 직원들에게 의사결정 책임을 위임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기에는 경제학자들이 ‘관계적 계약’이라고 하는, 경영진과 직원 사이 서로 어떤 결정을 내리고 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규정하는 가치에 대한 암묵적 이해가 필요하다. 도요타의 안돈andon-行燈 코드가 좋은 예시다.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시스템 제조 결함 위험을 식별한 경우 안돈 코드를 당겨 전체 프로세스를 멈추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도 말이다.

언제 코드를 당겨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칙은 없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코드가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과는 달리 적은 비용으로 생산 공정의 안정성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대신 생산인력과 경영진 사이에는 생산인력이 경솔하게 코드를 당기지 않을 것이며 경영진은 설사 착오로 코드를 당겼더라도(혹은 당기지 않았더라도) 직원을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이해가 깔려 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수년 동안 도요타의 시스템을 모방하려고 노력했지만 여기에 필요한 관계적 계약을 형성할 수 없어서 실패했다.

한 조직의 탄력성은 또한 리더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미래의 조직 경영을 개선할 계획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외과의들의 반발을 비롯해 팬딧이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 중 그녀는 문화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선택했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눈에 보이는 문제들도 많은 상황에서 왜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에 집중해야 할까?

리더십 전문가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는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는다. 경영진은 종종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혼동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경영진에게 항상 ‘긴급한’ 현안들이 있기 마련이고 여기에 대응하는 데 순식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리더들이 불을 끄는 일에 몰두하면 할수록 화재를 예방하는 일에는 소홀하게 된다. 결국 나중에 더 많은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

만약 팬딧이 2020년 3월에 문화 개선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결코 언제 끝날지 모를 팬데믹 기간 동안 지속해서 발생하는 긴급 상황을 해결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안전, 경영진에 대한 신뢰, 지능적인 위험 관리를 실현할 문화를 계속 구축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긴급한 현안을 도외시하려던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하고 유능한 직원에게 일임해서 더 많은 현안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개인적 탄력성. 아마도 이것이 필자의 프레임워크에서 가장 난해한 요소일 것이다. 경영자들은 자신의 탄력성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비칠까 하는 우려에 개인적 탄력성을 논의하기를 꺼려한다. 다양한 문헌의 통찰을 바탕으로 다음의 3가지 교훈을 추렸다.

→ 낙관주의와 탄력성을 혼동하지 말라.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개인적 탄력성에 필요하지만 분노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자라면 당면한 상황에 대한 지속적 재평가와 긍정적 사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전략 및 전술을 재조정해야 한다.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리더라면 궁극적인 승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더불어 가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일상적인 자제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학습된 무력감에 주의하라. 우리는 종종 역경에 대한 잘못된 서사를 만들어낸다.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하는 일은 자존감을 손상시키는 트라우마를 남긴다. 이후 직장에서 또 다른 난관을 겪는다면 그것이 자기 탓이라고 여기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학습된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스크립트에 논리적 결함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전문가들이 능동적 건설적 관계active-constructive relationship라고 부르는 외부적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크레시다 딕의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구성된 커뮤니티가 필수적이라고 꼽는다.

→ 초연함을 기르라. 고대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에 따르면 "인생의 주된 임무는 단순하다. 어떤 것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일이며 내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선택에 관련된 것인지 스스로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도록 사물을 식별하고 구분하는 것이다.” 필자는 분노의 시대에 성공한 경영자들이 종종 스토아 철학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케이스 스터디 대상이었던 사람들을 통해 스토아 철학에 이끌리게 됐다. 종종 스토아 철학을 즐거움이든지 고통이든지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의 목표는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적인 감정을 피하는 것이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하나인 칼 포퍼Karl Popper는 과학의 발전은 세상에 대한 이론을 거짓으로 만드는 지속적 비판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역설적이게도 애덤 고프닉Adam Gopnik에 따르면 그는 “어떤 종류의 비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이런 괴리에 대해 고프닉은 “단순히 우리가 이상에 따라 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상이란 곧 우리 삶의 일부라고 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므로 이상에 따라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평했다.

필자는 본문에서 소개한 프레임워크를 실천하고자 매일 다짐하지만 항상 준수하지는 못한다. 이 고백이 양극화되고 불확실한 세상을 헤매고 있을지 모르는 다른 경영자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


카르틱 라만나(Karthik Ramanna)는 옥스퍼드대 산하 블라바트니크행정대학원의 경영 및 공공정책 교수다. 로버트 S. 캐플런(Robert S. Kaplan)과 함께 2022년 맥킨지 상을 수상한 ‘기후 변화에 대한 회계’(HBR 2021년 11-12월호)를 공저한 바 있다.

번역 윤성헌 에디팅 조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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