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댐, 발전소, 로켓, 철도, 정보기술 시스템, 심지어 올림픽 게임에 이르기까지 약 1만6000개의 주요 프로젝트를 연구한 결과, 프로젝트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결과
프로젝트의 8.5%만 기한과 예산 내 완료됐으며 기한과 예산에 맞춰 완료되고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둔 프로젝트는 0.5%에 불과했다. 즉 대규모 프로젝트의 99.5%가 약속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아웃라이어
건축의 대가인 프랭크 게리는 이런 확률을 지속적으로 뛰어넘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제작하면서도 기한과 예산 목표를 지키고 있다. 이 글은 게리 및 그의 동료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대규모 프로젝트의 성공적 관리를 위한 4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1997년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했을 때 비평가들은 프랭크 게리의 걸작을 ‘20세기 건축의 경이’라며 칭송했다. 매년 50만 명의 여행객들이 미술관을 방문할 것이라는 지방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을 뛰어넘어 첫 3년 동안에만 400만 명이 몰려들었다. 도시 계획과 경제 개발 분야에서 생긴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는 이제 이웃과 도시, 지역을 변화시킬 정도로 장관을 이루는 건축물을 묘사하는 말로 쓰인다.
그런데 이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대형 프로젝트로서 거의 불가능한 관리 기준을 달성해 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건축은 단 6년이라는 정해진 기한 내, 그것도 1억 달러의 예산에서 300만 달러나 절감한 비용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후원자들이 꿈에도 생각지 못한 큰 관심과 관광, 개발이 잇따랐다.
구겐하임 빌바오의 건축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프랭크 게리의 프로젝트들은 빌바오에 준하거나 동일한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켰다. “사람들은 제가 예산을 초과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게리는 좀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제 모든 건물은 고객과 합의한 예산에 따라 건축됩니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완벽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게리만큼 마감과 예산을 지키는 건축가는 실로 보기 드물다.
데이터를 살펴보자. 필자 중 플뤼비아는 옥스퍼드 팀을 이끌고 전 세계 주요 프로젝트의 비용 및 효과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대형 건물에서부터 터널, 교량, 댐, 발전소, 광산, 로켓, 철도, 고속도로, 석유 및 가스 시설, 태양열 및 풍력 발전소, 정보기술 시스템, 심지어 올림픽 게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대규모 프로젝트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썩 좋지 않은 편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8.5%만이 기한과 예산 내 완료됐으며, 기한과 예산에 맞춰 완성되고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둔 프로젝트는 0.5%로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대규모 프로젝트의 99.5%가 약속대로 이행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프랭크 게리가 빌바오 및 기타 프로젝트에서 이룬 성취는 놀라울 따름이다. 필자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프로젝트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일상적인 프로젝트인 데 반해, 게리의 프로젝트는 항상 전혀 또는 거의 시도된 적이 없는 작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세운 기록은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다.
그는 도대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분야에서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게리 및 그의 동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수년간 그의 작업을 연구하면서 우리는 게리의 프로젝트 관리 방식에 일관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패턴에서 추출한 4가지 교훈은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임 있는 일을 수행할 권한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게리는 두각을 나타내기 이전에 30년 이상 건축가로 로스앤젤레스에 살면서 단독 주택이나 소규모 저예산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그는 합판이나 체인링크 펜싱처럼 값싼 재료를 혁신적으로 사용하는 건축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점점 더 규모와 포부, 비용이 큰 프로젝트들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