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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러시아 시장을 떠나야 할 때인가?

매거진
2023. 5-6월호
CASE STUDY

러시아 시장을 떠나야 할 때인가?

Is It Time to Exit Russia?

니엔헤 시에



HBR의 가상 사례연구는 실제 기업에서 리더들이
직면할 법한 문제를 제시하고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해결방안을
함께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강의에서
니엔헤 시에 교수가 다룬 사례를 기반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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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제약의 CEO 벨린다 겐서는 회사 CFO이자 최측근인 클로드 무테바와 중역 회의실에 마주 앉았다. 클로드의 표정이 영 심상치 않았다. 방금 전 주간 임원회의를 마친 두 사람은 막간을 이용해 대화를 나누려던 참이었다.

“예일대 교수 한 명이 만든 명단 봤나요?” 클로드가 스마트폰을 돌려 벨린다에게 화면에 띄운 내용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예일 리스트’는 3주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기업활동을 일부 축소한다고 공개 선언한 기업들에 관한 짧은 보고서였다.1 각종 매체에서 이 리스크를 다룬 가운데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 CEO들이 대부분 그렇듯 벨린다도 조만간 입장을 밝혀야 할 상황이었다.

브뤼셀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회사 스파크는 24개국에서 활동 중으로, 모스크바에는 제조공장 한 곳을 가동하며 영업팀을 두고 있었다. 최근 2주 새 많은 다국적기업의 뒤를 따라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라는 압박이 거세진 상황이었다. 주주들과 우크라이나 및 벨기에 정부, 그리고 우려와 분노를 표하는 유럽연합 지역 곳곳의 시민들로부터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스파크가 신경계장애부터 당뇨병까지 여러 질환의 치료제를 공급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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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철수한 회사들은 필수재를 공급하는 업체가 아니에요.” 벨린다가 “발을 빼기도 비교적 쉬운 회사들이죠. 현지에 보유자산이 없는 전문서비스 기업이거나 쉽게 손을 털고 떠날 수 있는 정유회사들이잖아요”라고 지적했다.

클로드가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의료기업도 몇 개 보이는데요?”

클로드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벨린다도 알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었다. 벨린다 본인이 원하는 바도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업이 정치적·사회적 사건에 대응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가 크게 변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더는 방관자처럼 옆길에 비껴 서 있을 수 없었다. 전 세계 기업이 소비자와 종업원, 투자자로부터 정부가 강제하는 제재 외에 자체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받고 있었다. 벨린다도 이미 몇몇 이사를 비롯해 스파크의 대응을 염려하는 직원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문의를 받고 있었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안전상 우려로 스파크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창고와 물류센터를 잠정 폐쇄하고 우크라이나 주재 직원에 대한 지원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약품 기부를 약속했다.2 그러나 아직까지 러시아 지사는 계속 운영 중이었다.3

“여론은 분명 좋지 않을 거예요. 명단에서 눈에 띄게 누락된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벨린다가 말했다. “하지만 전쟁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러시아 주재 직원들과 그곳 고객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느껴요. 인도주의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는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우크라이나 편에 설 수도 있겠지만 러시아 국민들에게 계속 의약품을 공급할 수도 있으니까요.”


벨린다와 클로드는 완전 철수의 재무적 영향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왔다.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스파크 전체 매출의 3% 미만에 불과하고, 회사의 전략계획과 예측에는 러시아 시장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미 반영된 상태였다. 하지만 철수 결정의 더 큰 함의를 고려해야 했다. 러시아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다면 이 전쟁에 대한 반대 의사가 그다지 강하지 않은 국가들에서 거두는 매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러시아 시장 철수가 가령 인도에서 고객이나 공급업체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인도 시장은 스파크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인도 정부는 제재 조치에 동참하지 않은 상태였다.

“밀라의 생각은 어떤가요?” 스파크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및 홍보 부문장 밀라 제이콥스를 지칭하며 클로드가 물었다.

“밀라는 전면 철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벨린다가 대답했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죠.”

“그럴 만도 하지 않나요?” 클로드가 대답하며 전화기 화면을 다시 벨린다에게 내밀었다. 이번에는 5000 명 넘게 ‘마음에 들어요’를 누른 트위터 메시지였다. ‘러시아에서 계속 사업을 하면서 러시아에 세금을 내는 기업은 전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겨냥한 전쟁에 자금을 대는 것이다. #당장철수 #중간지대는없다’

“이번 일에서 스위스처럼 중립국 위치에 설 방법은 없겠네요.” 벨린다가 말했다. “사실 스위스조차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지지하고 나선 상황이에요.”4

“사장님이 결단을 두려워한 적은 없었잖아요?” 클로드가 물었다.

“두렵지는 않아요.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싶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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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그날 저녁 벨린다는 브뤼셀 외곽에 있는 집에서 남편 윈스턴 유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혈관외과 전문의인 윈스턴 역시 장시간 격무에 시달리는 직업이라 부부는 저녁시간은 늘 서로에게 할애했다.

식사를 하면서 벨린다는 클로드와 나눈 대화를 공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스파크의 대응 방안은 이미 둘의 대화에서 자주 거론됐는데, 윈스턴은 그때마다 러시아에서 전면 철수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을 더이상 구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조차 못하겠어.” 윈스턴이 말했다.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실천하는 게 이 상황에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잖아?”

“러시아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회사 약품의 복제약을 구할 수 있을 거야. 물론 혼란이 벌어지겠지만 대안은 있는 거니까. 그 대안이 늘 효과적이지는 않겠지만.”5

윈스턴은 두 사람이 상의했던 또다른 방법이 있음을 벨린다에게 일깨워줬다. 전면 철수 대신 스파크는 (계절성 알레르기 약처럼)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약품 판매를 중단하더라도, 없이는 살 수 없는 약품은 계속 공급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는 말로 들리네.” 벨린다가 말했다.

“아니면 윈-윈 상황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일 수도 있지”라고 윈스턴이 대답했다. “당신이 그 자리를 맡은 건 세상을 치유한다는 스파크의 미션 때문이었잖아. 선한 일을 해서 성공을 거두는 데 늘 초점을 맞춰왔고.”6

벨린다를 CEO 자리로 이끈 것이 바로 그런 사명감이기는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비극을 고려하면 이 상황에서 ‘윈-윈’의 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누가 봐도 올바른 선택이란 없었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스파크가 전혀 비판을 받지 않을 가능성은 없었다.7

벨린다는 스파크가 러시아에서 완전 철수하지 않으면 중국에 동조한다는 개인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단지 남편 윈스턴이 영국계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비난을 받을 우려가 전혀 없는 결정을 내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벨린다는 공격을 받더라도 그리고 그 공격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일지라도 윤리적, 도덕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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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다음날 벨린다는 스파크의 러시아 지사장 드미트리 구제이, 그리고 그의 보좌역 이반 메드베데프와 화상회의를 가졌다. 두 사람이 회사의 결정에 대해 벨린다와 대화를 하기 원했고, 벨린다 역시 두 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처음에는 드미트리가 대부분 말을 했다. “우리 직원, 환자들, 그리고 솔직히 우리나라가 걱정입니다.” 감정이 복받쳐 갈라진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게다가 이번 결정에 개인적 이해도 달려있어요. 지난 10년간 우리 공장의 생산규모를 늘리고 판매인력을 키우려고 노력해왔어요. 그 모든 게 허물어진다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벨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철수를 결정하더라도 일시적 조치가 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분명히 해두자면 아직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어요. 전쟁이 끝나면 전면 복귀할 거예요.”

얼굴을 찌푸린 이반에게 벨린다가 말했다. “당신 생각은 어떤지 말해줘요.”

“푸틴은 철수하는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기 위한 법적 수단을 이미 강구하기 시작했어요.” 이반이 대답했다. “복귀할 방법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8 전쟁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는 건가요? 드미트리와 저는 그 점에 대해 견해가 다르지만 기업들이 압박을 가한다고 푸틴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고 봐요. 사실 푸틴이 제재조치를 러시아가 서방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데 이용한다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어요.”

“당신이 보기엔 어때요, 드미트리?” 벨린다가 물었다.

“제가 보기에 제재는 효과적입니다. 그 결과로 러시아가 입는 세수 손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죠.” 드미트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모두 가능해요.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단일 조직이 아니에요. 이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듣지만 기업들의 대탈출이 전쟁과 푸틴의 행동이 어떤 고통을 야기하는지 러시아인들에게 일깨워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사장님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지하겠습니다.”

이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전통

“명심하세요. 결정은 결정이고 메시지 전달은 또 다른 문제예요.” 밀라가 벨린다에게 말했다.

벨린다는 이사진 중에서 적극적인 편에 속하는 칼 폰 포스트와 함께 회의를 갖고 회사의 선택에 대해 논의하자고 밀라에게 일러둔 터였다. 칼은 러시아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다른 몇몇 EU 기반 회사의 임원을 맡고 있었고, 벨린다는 칼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편이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러시아에 남는 게 인도주의적 결정이라고 주장할 수 있어요.” 밀라가 설명했다. “하지만 대중이 그런 미묘한 차이를 신경이나 쓸까요? 잔류한다면 틀림없이 불매운동과 함께 소셜미디어에서 반대 여론이 일 테고, 그렇게 되면 회사의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거예요.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9

“부분 철수도 여전히 검토 대상인가요?” 칼이 물었다.

벨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벨린다는 러시아에 남아 이윤이 러시아 정부의 세수를 늘려주지 않도록 제품을 원가에 판매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외부에 설명하기에는 까다로운 메시지예요.” 밀라가 말했다. “전면 철수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비난받을 거예요. 언론과 대중은 관대하지 않을 겁니다.”

“벨린다의 주도하에 이 회사는 고객의 호감을 크게 얻어왔어요.” 칼이 말했다. “우리는 공정한 가격으로 우리 약품을 널리 보급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게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겁니다.”10

밀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대로 그게 더 자극적인 언론보도 거리가 될 겁니다. ‘착한 기업이 러시아 침공에 대해서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요.”

“기업들은 설사 그게 나쁜 결정일지라도, 세계적 위기상황에서 장기적 손실을 입지 않은 채 문제의 국가에 잔류하는 힘든 결정을 내려왔어요.” 칼이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차별을 저지를 때 존슨앤드존슨이 내린 결정을 보세요. 당시 기업들은 철수하지 말아야 할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요. 누구도 인종차별 정책이 옳거나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죠. 하지만 존슨앤드존슨은 남아공 주재 직원들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잔류하기로 결정했어요. 당연히 악을 돕는다는 비난이 따랐지만 잔류 결정 때문에 회사가 위태로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좀 더 큰 그림을 보세요.” 밀라가 반론을 제기했다. “전 세계에 진출한 우리 회사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딜레마와 맞닥뜨리는 게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겁니다.” 이어 벨린다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 결정은 사장님의 이름으로 내리는 겁니다. 어떤 전통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핵심을 찌르는 밀라의 말에 벨린다는 잠시 움찔했다. 지금의 결정이 앞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스파크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한 선례를 만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니엔헤 시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킴클라크 경영학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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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스파크는 러시아를 떠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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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택일에 내몰릴 필요는 없다


CEO 개인의 가치와 함께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중단 없이 제공한다는 스파크의 미션에 부합하는 원칙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다는 벨린다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이번 사례에서 나는 러시아에서 기업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모든 수익을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화이자가 한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는 러시아 환자들에게 중단 없이 의약품을 공급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한편 이후 우리가 거둔 수익을 한푼도 남김 없이 우크라이나 인권단체에 기부했다.

최근 출간한 저서 에서 나는 까다로운 사회 문제에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게 관여하려면 언제 어떻게 왜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본 체계를 소개했다. 벨린다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가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그리고 우리의 가치와는?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관여하는 방식에는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침묵의 대가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다 보면 벨린다를 비롯한 경영진은 제품의 공급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같은 결정을 내리고 나면 벨린다와 밀라는 이를 사내외에 설명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결정의 근거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스파크가 제재조치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부당한 멍에를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스파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언론과 접촉해 스파크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설명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 실례로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는 미카 브레진스키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모닝 조Morning Joe’에 출연해 러시아와 관련한 회사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벨린다가 미래에 내릴 결정들을 규정하게 될 것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정학적 위기는 앞으로 점점 더 빈발할 것이다. 벨린다가 지금 일관성 있고 원칙에 기반한 체계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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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린다는 전면적이되
단계적으로 러시아 철수를
계획하고 발표해야 한다

완전 철수가 아니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스파크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비난받고 회사의 명성과 시장 가치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전략과 평판 문제에 대해 기업 자문을 하는 입장에서 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고경영진에게 점점 더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음을 안다. 전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상황에서 철수가 스파크의 최선의 선택이며 그 같은 결정을 직원과 고객, 공급망 파트너, 투자자와 각국 정부에 즉시 알려야 한다.

스파크는 어느 국가든 주권침해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해야 하며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히 더 그래야 한다. 발표문에서 벨린다와 밀라는 스파크가 추구하는 기업가치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결부시켜야 한다. 결국 스파크의 제품은 인명을 살리고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모든 사항을 고려하더라도 철수는 스파크의 러시아 주재 직원과 러시아 고객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급작스레 철수할 경우 직원들이 새 일자리를 잡거나 환자들이 다른 의약품 공급업체를 찾는 시간이 없다. 단계적 접근은 반면 공급 중단을 막기 위해 러시아 내 사업권을 러시아 회사에 매각할 가능성을 타진할 기회를 벨린다에게 제공할 것이다.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스파크의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지만 벨린다에게는 철수의 재무적 영향과 이를 최소화할 방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조율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테네오의 고객사 중 상당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마찬가지로 까다로운 선택에 직면했다. 우리 회사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정치적 리스크, 재정 자문 부서를 대표하는 글로벌 경영진이 매일 긴급회의를 열어 위기 상황과 전개 가능성과 함께 대부분 이 분야에 종사한 이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나리오들을 토대로 고객에게 어떤 조언을 제공할지 논의했다.

다국적기업의 역할은 지난 10년 새 크게 증가했다. CEO들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긴급한 문제의 해결을 돕기를-나아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주기를-요구받고, 회사의 자원을 국제사회의 주요한 사회적, 정치적 불평등을 다루는 데 활용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벨린다는 그 같은 책임을 인식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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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는 당분간 철수하지 않고 러시아에 남되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이는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의약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필수 의약품을 원가에 판매해 수익을 내지 않아 러시아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스파크는 인도주의적 원조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

에서 공저자 에리카 제임스Erika H. James와 나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고려해야 할 3P, 즉 사람people 이윤profit 세상planet에 관해 논했다. 이 사례의 경우 이윤은 다른 두 P만큼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른 두 P는 바로 스파크의 직원과 환자를 포함해 사람을 보살피고,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위기에 대응하려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벨린다에게 스파크의 동료직원과 외부 협력사, 다른 기업, 비영리단체, 관련된 정부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에서 기업 활동을 축소하면서도 필수 의약품은 지속 공급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그 한 방편으로 벨린다의 직원들은 스파크가 생산해온 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러시아 공급업체와 접촉을 시작할 수도 있다.

이런 계획을 전파할 때 벨린다와 밀라는 환자와 직원들을 위한 연속성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이들의 실제 상황을 가감 없이 공유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스파크는 플랜B도 수립해야 하는데, 이 계획에는 전면 철수할 경우 벌어질 상황과 부정적 여파를 완화하기 위한 실행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벨린다는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이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방침을 수정할 것임을 명확히 밝혀둬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상황 전개와 징후들,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진행하는 의미부여sensemaking가 효과적인 위기 리더십에 필수다.

여성 리더로서 나는 벨린다가 느끼는 압박감에 공감한다. 나 역시 가능한 늘 윈-윈 상황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여성인 우리는 “너무 관대하다”거나 “너무 가혹하다”는 비난을 더 자주 받는다. 분명 스파크가 러시아에 남는다면 벨린다는 충분히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반발에 부딪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파크의 미션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돕는 길을 찾는다는 벨린다 자신의 사명에 기댄다면 의연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 이종민 에디팅 김현진


1. 제프리 소넨필드(JeffreySonnenfeld) 교수가 만든 이 명단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철수 규모에 따라 기업들에 A부터 F까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2. 스파크가 우크라이나에서 펼친인도주의적 활동이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충분할까?

3. 스위스 장크트갈렌대가 2023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둔 EU와 G7 국가 기업 중 불과 9%만이 침공 이후 9개월 내에 러시아에서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4. 2022년 2월 스위스는 EU의 결정에 동참해 러시아에 제재 조치를 부과해 수백 년간 이어온 중립 정책을 포기했다.

5. 스파크는 고객들이 자사 약품을 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어떤 윤리적 책임이 있을까?

6. ‘공유가치 (shared value)’라는 오래된 개념이 최근 10년 사이 새롭게 주목받고있다. 실례로 2019년 S&P 500 기업의 90%가 사회적 책임(CSR) 보고서를 발간해 20%에 불과했던 2011년 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7. 벨린다가 결정을 내릴 때 대중이나 언론, 투자자들의 압력을 얼마나 고려해야 할까?

8. 스파크가 철수를 결정한다면 어떤 요건이 충족됐을 때 복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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