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로만 로도만스키 | Photograph by GIANFRANCO TRIPODO


HOW WE DID IT

우크라이나 스타트업 ‘레이랩스’의 공동창업자가 지난 1년간 전쟁을 견뎌낸 비결

러시아와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경고등이 처음 켜진 건 2022년 1월이었다. 침공 위협이 뉴스를 뒤덮기 시작했고 나는 국경 근처에 러시아 병력이 증강되는 상황을 직원들과 매일 모니터링했다. 연휴를 맞아 여자친구와 우크라이나 남부에 있는 그녀의 가족을 방문했는데, 차에 항상 기름을 가득 채우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는 등 이미 비상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었다.

1월 초 르비우로 돌아왔을 때 공동설립자 앤드루 야시니신^{Andrew Yasynyshyn}과 나는 창업 6년차에 접어든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레이랩스^Ralabs’의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세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배송, 인사관리, 재무, 채용, 엔지니어링 등 부서별 책임자들과 러시아의 도발, 우크라이나의 대응, 이에 동반되는 보안과 비즈니스 인프라, 시장 환경과 관련한 리스크에 따라 각기 다른 4가지 상황별 시나리오의 윤곽을 잡았다. 그런 다음 다양한 상황에 맞춰 내릴 결정사항을 계획했다. 가령 러시아 군대가 국경에 더 많이 배치되기 시작하면 매주 직원 및 고객들과 소통을 시작하고, 러시아 병력이 30만 명을 넘어설 경우 핵심 IT 인프라를 안전한 장소로 이전하기로 했다.

우리는 비즈니스와 직원들에게 닥칠지 모를 시련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국내외 고객들이 우크라이나 기업과 거래하기를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가늠하기 위해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당시만 해도 누군가들은 우리가 너무 과민반응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이런 포괄적 BCP가 흔할지 몰라도 레이랩스 같은 소규모 조직에서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있는 우리에게는 지극히 현명한 처사로 여겨졌다. 내가 너무 조심스럽고 비관적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차분하고 낙천적인 사람들도 침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리의 사전 대비는 빛을 발했다. 이미 전직원의 30%가량을 폴란드를 비롯한 외국으로 이주시킨 데다 BCP 관련 활동에 예산 할당을 마친 터였다. 국내 대피, 군대 징집, 해외 재배치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인사정책을 개발하고 정신건강, 기초 응급처치 기술, 위기관리, 비상용 생존키트 꾸리기부터 군사 동원 및 개인 재무와 관련한 법률 정보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직원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도왔다.

그 결과 침공 직후에는 실적에 타격을 입었지만 몇 주 만에 평소 실적의 90%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1년간 이런 상황은 개선되지는 않아도 쭉 유지돼 왔고,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 대상 매출 모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끔찍하고 위험천만한 시간을 견디도록 지원하고, 직원들이 안전하고 의욕을 잃지 않고 업무 효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나리오 계획, 유연성, 의사결정, 불확실성 속에서 고객과 직원들에게 지침을 제시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가 얻은 교훈이 직원들과 함께 이번 전쟁을 헤쳐 나가야 하는 다른 우크라이나 기업과 직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전 세계 리더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우리는 해외 고객들이 우크라이나 기업과 거래하기를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가늠하기 위해 이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

새로운 일상

아티클을 끝까지 보시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세요.
첫 달은 무료입니다!

로그인 멤버십 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