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해안 기니만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선박과 선원 6명이 납치된 사건이 발생했다. 선박 소유주와 피랍 선원의 고용주가 영국에 있던 나를 불러 인질 구출 협상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을 받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스트레스가 크고 불안 초조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대응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회사의 위기관리 전담팀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한 적임자를 찾았다. 구체적으로는 적절한 언어와 사투리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쉽게 동요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 무엇보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인질로 붙잡고 있는 해적들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물색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바로 존을 불렀다.
이후 몇 주 동안 하루 16시간씩 회사 사무실에 존과 나란히 앉아 테이블 위 휴대전화만 바라봤다. 물론 전화가 오지 않을 것 같은 시간대에는 중간중간 쪽잠도 청하고 밥도 먹으면서 쉬었다. 그런 때에도 신경은 온통 휴대전화에 쏠려 있었다. 납치세력이 우리에게 연락하거나 연락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온 힘을 전화기에 쏟았다. 해적들이 처음 제시한 몸값은 500만 달러였다. 내 이론과 경험에 따르면 요구에 바로 응하면 몸값이 더 오르거나 몸값을 받은 해적들이 다음주에 회사의 다른 선박을 다시 공격할 가능성이 컸다. 나는 뒤에서 코칭을 하고 존이 앞으로 나서서 해적들과 대화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