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월마트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듯했다. 월마트는 1980년대 내내 미국 내수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1991년 멕시코시티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고 1994년 캐나다에 진출했다. 1998년엔 독일과 한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항상 저렴한 가격always the low price’이라는 사업 방식으로 현지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월마트는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6년 세계를 향한 야망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그해 불과 3개월 만에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으며 독일과 한국에서 모두 철수했다.
뭐가 잘못됐을까? 이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기업 리더, 언론인, 사회과학자들은 세계화의 진전이 문화와 가치관의 지역적 충돌을 종식시킬 것이라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믿었다. 유명한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1992년 세계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하는 ‘역사의 종언end of history’ 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한 국가에 맥도날드가 충분히 생기면 평화와 민주적 가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당시 많은 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 1990년부터 2016년까지 다국적기업의 총자산은 25배 증가한 112조 달러, 해외 계열사에 고용된 직원 수는 4배 증가한 82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경제 세계화가 문화 시장을 동질화하지는 못했다. 소비자들의 전통적인 선호도, 신념 체계, 도덕적 가치관은 문화권마다 여전히 분열돼 있다.
지난 50년 동안 문화심리학자들은 이런 문화적 분열을 기록하고 정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필자도 연구에서 전통 대 혁신, 위계질서 대 평등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 등 문화적 분열을 기록했다. 필자와 동료들은 작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문화적 차이가 어떻게 글로벌 소비자 선호도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는지 조사했다. 인공지능(AI)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불안해하는 비중이 미국 소비자는 63%에 달한 반면 일본 소비자는 23%에 불과한 이유에 대한 문화적 뿌리를 분석했다.
가장 최근 분석에서 다닐라 메드베데프Danila Medvedev와 필자는 급격한 경제 세계화가 이뤄진 지난 40년 동안 문화적 차이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연구하고자 76개국의 5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설문조사 응답을 분석했다. 놀랍게도 세계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40년 전보다 도덕적 가치, 부모의 양육 방식, 신념 체계에서 문화 간 차이가 더 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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