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영 아이디어를 도입하기 전에 우선 조직에 적합한지 확인하라.
Photography: Bruce peterson
새로운 경영 기법(management practices)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일부는 학자와 컨설턴트의 머릿속에서 완전한 형태로 태어나지만 대다수는 기업의 중역들이 조직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구성원들의 자율적 활동을 통해 조직이 재구성되게 하는 ‘운영체제’, 이른바 ‘홀라크라시 (holacracy)1]로 기존 수직적 위계질서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자포스의 실험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전에 등장했던 수많은 경영 혁신과 마찬가지로 홀라크라시도 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기대감을 자아내는 매력이 있다. 분명히 다른 기업의 경영진 중에서도 혁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상존하고 종업원의 성향이 급변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해 다음과 같이 자문하는 사람들이 아주 없진 않을 것이다. 이것이 현재 최선의 경영 아이디어인가? 이것으로 우리 회사가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도입하고자 할 때 감수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영 혁신이 불쑥불쑥 등장할 때마다 경영진은 비슷한 질문을 했다. 이따금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막강한 변화 추동력이 나와 기업이 유례없는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식스시그마와 린 생산이 그런 효능을 발휘해 관리자들이 품질을 개선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도입하면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아무리 효과가 확실시되는 이론이나 기법이라고 할지라도 만약 기업이 거기에 담긴 통찰을 제대로 활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영 아이디어는 그 가치를, 그리고 그로써 조직이 도달하게 될 결과를 확실히 알 수 없다. 홀라크라시의 핵심은 창의성의 증대인가, 권위의 해체인가? 여러분의 회사에서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런 극적인 변화에도 조직의 문화와 구조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는가? 실험적인 발상은 특정한 상황에 있는 특정한 기업에는 잠재적 보상이 클지 모르나 나머지 기업은 그런 발상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조직이 파괴될 수도 있다.
다른 기업들이 일으킨 혁신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런 혁신이 여러분의 회사에 자리 잡은 사고방식 및 운영방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차근차근 확인해 나가면 어떤 실험적 발상이 도입할 가치가 있는지 좀 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 신중하고 사려 깊게 탐구하면 실제로 아이디어를 차용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사업에 보탬이 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이것이 정말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인가?
급진적인 경영 혁신은 순식간에 언론인, 학자, 컨설턴트들의 관심을 사로잡게 마련이다. 필자가 런던비즈니스스쿨 연구원 스테파노 터코니(Stefano Turconi)와 실시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그런 관심이 몰릴 때 어떤 중요한 이점이 있는지 드러났다. 연구자와 저술가는 기업이 자사의 아이디어를 명료하게 명문화하거나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아이디어가 가시적으로 드러남으로써 경영자는 회사 안팎에서 좀 더 수월하게 자신의 경영 기법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다른 기업들도 그 아이디어에 대해 알게 된다.
세간의 관심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환상을 품었다 실망할 위험이 커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디어가 일축될 위험도 증가한다. (‘불가피한 거품 사이클’ 참조.) 일례로 지금까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소개돼 왔던 아이디어 중 일부는 현재 경영 규범으로 자리 잡았지만 또 일부는 문서 보관실로 밀려나 먼지만 쌓여가는 처지가 됐다. 관리자로서 우리의 목표는 언론인, 학자들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파도가 밀려온다고 무작정 올라타려고 하면 안 된다.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파도를 찾아야 한다. 여론을 따르기보다는 아이디어의 근간이 되는 개념을 파헤치는 편이 합당하다. 실제로 경영기법이 인기를 잃어도 핵심 아이디어는 계속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관리자가 환상에 빠지지 않고 경영 혁신의 변화무쌍한 지형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혁신 기업의 산물을 차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관찰 및 적용, 다른 하나는 핵심 아이디어 추출이다. 각각 장점과 애로사항이 있다.
[1]부분으로서 전체의 구성에 관여하는 동시에 각각이 온전한 하나의 전체로서 자율성을 가지는 단위를 뜻하는 ‘홀론(holon)’들로 구성된 시스템인 ‘홀라키(holarchy)’와 통치를 뜻하는 ‘크라시(-cracy)’의 합성어. 위계질서에 따른 상명하달식 명령체계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는 여러 단위, 즉 자기조직적(self-organizing)인 ‘서클(circles)’들이 각자 고유의 권한을 행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면서도 전체 회사를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조직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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