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내용:벨기에 루벵가톨릭대 소속의 벤 베르메르케Ben Vermaercke와 그의 동료들은 쥐와 인간의 인지학습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실험 대상으로 삼은 실험실 쥐들과 학생들에게 두 가지 과제를 부여했다. 이 연구팀은 먼저 ‘좋은’ 패턴과 ‘나쁜’ 패턴을 구별하도록 쥐와 학생들을 훈련시킨 다음, 이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새로운 패턴에 적용하는 능력을 각각 측정했다. 첫 번째 실험 과제에서는 방향orientation이 됐든 간격spacing이 됐든 패턴이 한 가지 측면에서만 바뀌었는데, 이 경우 쥐와 사람은 임무를 똑같이 잘 수행했다. 그런데 패턴의 변화가 방향과 간격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나타났던 두 번째 실험 과제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쥐가 인간보다 과제를 더 잘 수행해낸 것이다.
논의점:그렇다면 쥐와 같은 설치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한 걸까? 경우에 따라서는 쥐가 인간에 비해 우월한 인지 능력을 가진 것일까? 베르메르케의 설명을 들어보자. |
베르메르케:여기에선 ‘경우에 따라서’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쥐들은 두 번째 실험에서 인간에 비해 임무를 잘 수행했어요. 첫 번째 실험에서는 ‘좋은’ 패턴과 ‘나쁜’ 패턴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인간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해야 했지만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앞서 습득한 것을 인간보다 더 빨리 적용했지요. 이 실험에서 쥐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보여주기 위해 수영을 해야 했고 학생들은 컴퓨터를 사용했습니다. 그 외에는 모든 조건을 가능한 한 똑같이 만들려고 노력했고요.
HBR: 쥐들의 과제수행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실험 과제의 목적은 규칙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실험은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췄어요. 인간의 학습은 두 가지 방식 모두를 통해 이뤄집니다. 규칙에 기반해 판단을 내리는 인간의 시스템은 거듭 진화하며 현 수준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어떤 열매는 먹어도 되고 어떤 열매는 먹으면 안 되는지 어떻게 아나요? 예컨대 작고 빨간 산딸기류 열매가 있다고 칩시다. 이 열매를 먹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굳이 다른 모양이나 색깔의 열매들을 채집하느라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아도 되지요. 이렇게 우리의 뇌는 규칙을 찾도록 돼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부모님으로부터 규칙을 배우고, 이를 적용해 훌륭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단순한 규칙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상황들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정보 통합information integration학습이 힘을 발휘하지요. 방사선 전문의가 X-레이를 판독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스크린상에 나타난 하나의 점이 암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데 어떤 규칙을 활용하는지 물어보면 아마도 그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할 거예요. 그는 의과대학에서 표준 사례를 배우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익혔겠지요. 그리고 나서 자신이 과거에 본 것에 기초해 암을 구별하는 직관을 키웠을 거예요. 다른 예를 들자면 입사 지원자를 면접하고 있는 기업 관리자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누가 좋은 직원이 될지 알아보는 데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관리자라면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는 한편 그 동안 직장생활에서 사람들을 겪으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의 판단이나 직감에 의존해야 하지요. 불행하게도 이런 식으로 정보를 통합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있어서 인간이 쥐에 비해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증거가 대단히 많습니다. 그 이유는 규칙이 없는 곳에서도 규칙을 찾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쥐들은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맞습니다. 복잡하게 작동하는 뇌라고 해서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우리 이론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이번에 우리의 실험 대상이었던 쥐들은 인간처럼 특정한 데이터를 염두에 두고 규칙을 찾아 적용하려고 하는 대신 ‘유사성에 기초한 범주화’ 전략을 사용했다고 봅니다. “이 패턴이 이전에 봤던 그 ‘좋은’ 패턴들과 비슷한가?”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전략입니다.
복잡하게 작동하는 뇌라고 해서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실험에서는 쥐들이 이전에 습득한 것을 인간보다 더 빨리 적용했습니다.
쥐들에게 정말로 그런 식별력이 있나요?
저는 박사학위 논문을 쓴 이후로 줄곧 동물들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제 결론은 동물들이 상당히 복잡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사람들은 사실상 쥐들이 거의 앞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쥐의 시력이 꽤 좋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잖아요. 우리의 연구 결과, 쥐들은 쥐가 나오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콕스David Cox와 그의 동료들은 쥐들이 크기가 바뀌거나 회전하는 3D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지요. 그 외에 다른 연구 결과들을 봐도 쥐가 복잡한 시각적 과정을 연구하는 데 있어 가치 있는 동물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쥐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어째서 중요한가요?
쥐의 뇌는 인간의 뇌보다 훨씬 더 작고 덜 복잡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의 구조와 기능은 꽤 흡사합니다. 쥐의 뇌도, 인간의 뇌도 고도로 밀접하게 연결된 방대한 양의 뉴런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 뉴런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말을 합니다. 이 의사소통의 기저에 깔린 주요 원칙들에 대해 인류는 아직까지 아주 제한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보다 덜 복잡한 포유동물의 시스템부터 조사합니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셰익스피어부터 읽지는 않으니까요. 그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는 진행할 수 없는 연구를 쥐에게는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제가 하버드대 연구원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살아 있는 쥐의 두개골에서 작은 부분을 제거하고 도려낸 부위에 투명한 덮개를 씌우는데요. 이렇게 하면 쥐의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창이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죠. 이 창을 통해 쥐가 자신의 임무를 습득할 때 신경회로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도 같은 실험을 진행할 수 있고요.
동물보호협회 PETA는 이 실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는 동물 실험을 할 때 항상 인도적 사육 환경과 실험에 대해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준수합니다. 쥐가 지적 생물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이런 실험에 쥐를 사용하는 데 따른 좋은 점은 원숭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모든 연구에서 영장류 대신 쥐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쥐를 사용하는 일이 가능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훨씬 더 많은 수를 훈련시킬 수 있고 윤리적, 재정적 제약도 덜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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