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을 짜는 영국의 직공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춘 현상보다 끔찍한 비극은 역사상 없었다.” 1867년 마르크스의 주장이다. 당시에 그는 도처에서 ‘기계의 급격하고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간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 세기 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다시 첨단기술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지난해 MIT의 에릭 브린올프슨Erik Brynjolfsson과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는 공동 저서에서 급속히 다가오는 디지털 미래가 어떤 위험성과 전망을 내포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한편 올해는 엑스프라이즈XPrize[1]의 설립자인 피터 다이어맨디스Peter Diamandis와 기자 스티븐 코틀러Steven Kotler가라는 책에서 기술이 지닌 잠재력을 적극 옹호했다. 혁신적인 기업가를 위한 이 안내서에서는 ‘기하급수적인 조직exponential organization’을 설립하는 방법을 조언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인 조직’은 직원 수에 비해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조직을 뜻한다. 사실, 인공지능이나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개발해 대중의 지혜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면 인간의 노동력이 왜 필요하겠는가?
이런 책들은 기술로 인해 엄청난 부가 창출된다 해도 그것이 극도로 불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노동자들을 도태시키지 않고도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책도 있다.
그중 최고의 화제작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의 공동설립자 피터 틸Peter Thiel이 쓴 <제로 투 원(Zero to one)>이다. 틸은 독점이 주는 혜택을 역설하는 동시에 기술이 노동을 보완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인간의 수고를 대신할 프로젝트에 헌신한다. 그것이 그들의 역할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기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틸이 설립한 또 다른 회사 팰런티어Palantir의 소프트웨어는 국가 안보 및 글로벌 금융 분야의 방대한 데이터를 샅샅이 분석해 의심스런 움직임을 포착해낸다.
경제학자이자 소프트웨어 회사의 전직 경영자인 제임스 베슨James Besson에 따르면 불행히도 기술과 노동 사이의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하루아침에 형성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출간을 앞두고 있는 그의 책에서 베슨은 방직공들에 대한 마르크스의 19세기 주장을 인용해 오랜 세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점차 나아지고 수입도 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1785년에 기계 직조기가 발명되면서 방직 산업은 농가에서 공장으로 옮겨갔고 생산성도 단번에 향상됐지만 그 후 수십 년간 방직공의 임금은 조금도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그 이후의 변화는 예측하지 못했다. 1860년부터 1890년 사이에 방직공의 급여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베슨은 모든 기술의 가치는 한 세대 이상 현장 학습을 거치면서 서서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초창기의 기계 직조기를 사용한 방직공들은 손베틀을 사용하던 선배들보다 시간당 2.5배의 직물을 생산했다. 하지만 80년이 지나자 생산량은 50배로 늘었다. 결국 기술의 가치를 크게 높이는 사람은 그 기술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응용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기술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표준화해 노동자에게 쉽게 가르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급여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기계 직조기가 충분히 발전하고 공장도 더욱 균일화되면 숙련된 기능을 지닌 방직공들은 다른 공장으로 떠나겠다고 공장주를 압박하며 더 높은 급여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베센은 현대사회에서 기능 교육을 가속화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커뮤니티 칼리지, 직업 교육, 해직 노동자 재교육에 투자를 늘리고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고 최신 기술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훈련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여기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숙련된 노동력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면 기업 스스로 직원 훈련에 투자할 동기가 충분한 것 아닐까?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와 브루스 그린월드Bruce Greenwald의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거시경제학 이론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들은 경쟁시장에 속한 회사는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에만 투자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환경오염의 대가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기술에 투자를 꺼리게 되며, 실업률 증가의 비용을 감당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력을 줄이는 기술에는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러한 시장 실패는 심각해진다. 그래서 정책결정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위해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창조하고 유해한 기술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책들은 공통적으로 다음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일자리를 없애는 기술 개발에 매달리기보다 기술과 노동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자. 직원들이 새로운 기능을 습득하도록 지원하고 기술의 창조와 수용을 동시에 촉진하는 산업 정책을 만들자.
기술 혁신의 속도가 더욱 증가한다면 오늘날 새롭게 표준화된 기능도 조만간 가치를 잃을지 모른다. 이러한 논의가 방직공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을지언정 환경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리처드 브랜슨: 내가 읽은 책
The Overview Effect: Space Exploration and Human Evolution, 프랭크 화이트(Frank White), AIAA, 2014“우주에 가본 사람은 547명에 불과하다. 아무런 경계도 없고, 연약하며,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지켜본 그들은 전혀 다른 사람이 돼 돌아왔다.”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버진그룹(Virgin Group)의 설립자이며의 저자다.
월터 프릭(Walter Frick)은 HBR의 편집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