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thesis
투명성, 신뢰,
비트코인
1973년 발표된 SF 영화 ‘소일렌트 그린Soylent Green’에서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은 2022년 뉴욕시의 형사 프랭크 손을 연기했다. 손 형사는 축축하고 더러운 도시의 끝나지 않는 여름을 배경으로 인구 과밀, 자원 고갈, 도덕적 타락, 불평등이 심해진 디스토피아에서 일한다. 천연 식품이 이미 고갈돼서 사람들은 합성 가공식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미리 스포일러 경고를 해야겠다. 헤스턴이 마지막 장면에서 폭로한 대로 소일렌트 그린이라는 가공식품의 원료는 바로 사람이다.
어찌 보면 가상 화폐도 마찬가지다. 기술 자체에 관심이 집중될 때가 많기는 하지만 암호 해독, 장부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blockchain, 암호화에 필요한 해시 알고리즘hash algorithm, 채굴mining, 가상의 중앙저장소 등에 수반되는 기술적 세부사항은 모두 IT 체계보다 현실 세계의 인간 관계에 훨씬 더 깊게 관련돼 있다.
모든 화폐는 서로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이든 희소성이 있다면 교환의 매개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모두 동의하기만 하면 금, 위조방지 종이, 담배, 엔초비 캔, 거대한 돌 조각상이라도 상관없다.
비트코인bitcoin으로 대표되는 가상 화폐는 또 다른 화폐일 뿐이지만 다음 세 가지 이유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 현대 화폐는 중앙기관의 관리를 받는다. 미국 달러 뒤에는 미국 정부가 있고, 유로 뒤에는 EU가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넓게 분산된 네트워크의 관리를 받는다.
2. 신용카드처럼 다른 종류의 디지털 화폐는 거래가 투명하다. 반면 비트코인은 익명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3. 음악파일 같은 종류의 디지털 상품은 복제와 공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럴 수 없다. 이것은 오히려 일반적인 물리적 재화에 가깝다.
가상 화폐는 다양한 부류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는 개인이나 특히 정부의 화폐 통제를 막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사이퍼펑크cypherpunk[1]무정부주의자들, 금본위제의 종말로 발생한 ‘임의적인’ 통화정책을 비난하는 자유주의자들, 돈의 흐름을 통제하는 중앙은행장들, 개발도상국에서 은행계좌를 갖지 못한 고객이 금융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 비트코인에 세금 매길 방법을 결정해야 하는 미국 국세청IRS,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불법 약물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 비트코인 프로토콜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가들이 포함된다. 이렇듯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각기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렌즈를 통해 가상 화폐를 인식한다.
[1]사회적•정치적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기술 및 이와 유사한 방법을 활용하는 사람 – 역주
아티클을 끝까지 보시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세요.
첫 달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