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Statement
16세기 상인들의 언어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장터는 다국적 시장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이 시장에는 유럽 안팎의 각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들었는데, 이들은 당연히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화폐를 가지고 다녔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했을까? 또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 정보는 어떻게 파악했을까?
당시 상인들은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했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한 수학 교과서에 실린 수신호는 오늘날 증권거래소에서 쓰이는 것과 비슷한 만국 공통의 숫자 언어가 됐다. 그리고 ‘시세표currents’라고 알려진 전단에는 선박이 들르는 기항지의 환율이 시장별로 열거됐다. 이는 산업혁명 이전에 유럽의 상업 활동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뒷받침했던 많은 혁신 가운데 두 가지 사례다.
The textbook
이 수신호가 실린 교과서를 쓴 인물은 1515년 무렵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살던 지롤라모 탈리엔테(Girolamo Tagliente)다. 한 학자에 따르면, 탈리엔테의 책은 16세기 내내 출판됐으며 도소매 상인들의 필수과목인 수학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The “currents”위에 나와 있는 ‘시세표’는 제노바, 나폴리, 베네치아의 시장에서 활용됐다. 일주일 정도 간격으로 갱신된 이런 표에는 리브르, 플로린, 길더, 피아스터 등 당시 사용되던 화폐들의 환율이 열거됐다. 시세표 위에 보이는 판화들은 제노바의 반치 광장, 나폴리 만,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를 묘사한 것이다. 시세표는 사람들이 찾아보기 편하도록 가로 5cm, 세로 8~15cm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졌다.
출처 하버드경영대학원 베이커 도서관 KRESS COLLECTION OF BUSINESS AND ECONO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