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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운영관리

삼성은 어떻게 디자인 강자가 됐을까

유영진,김경묵
매거진
2015. 9월호

Idea in Brief

 

과제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드가 되려면 세계적 수준의 혁신을 뒷받침할 디자인 중심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문제점

디자이너들은 회사에 깊이 뿌리내린 효율 중심의 경영 관행 때문에 수시로 장벽에 부딪혔다. 현상 유지를 중시하는 관리자들이 미래에 대한 이상적인 비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했다.

 

해결책

삼성은 전략적 사고 능력과 끈기가 있는 디자이너들을 모아 조직을 결성했다. 바로 그 전략적 사고 능력과 끈기 덕분에, 이 디자인 조직은 ‘공감’, ‘시각화’, ‘시장에서의 실험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 혁신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갈등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의 의뢰를 받아 저가의 모방 제품을 생산했다. 회사를 이끄는 리더들은 속도, 규모,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가장 중요시했다. 삼성전자의 마케터들은 OEM 업체들의 요구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고 기능을 도입했다. 엔지니어들은 지정된 가격과 성능 요건에 따라 제품을 만들었다. 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디자이너들은 제품이 근사해 보이도록외관을 단장했다. 사내에는 얼마 되지도 않는 디자이너들이 엔지니어링과 신제품 사업부문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 다들 각자가 선호하는 방식을 따랐다. 효율성과 엔지니어링의 정밀성을 강조하는 이 회사에서 디자이너들은 지위도 낮고 영향력도 미미했다.

 

그러다가 1996년에 이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혁신에 소홀한 회사의 현주소에 좌절감을 느꼈고, 삼성이 일류 브랜드가 되려면 그 자신이 ‘21세기 기업경영의 최후 승부처가 되리라고 믿는 디자인 영역에서 전문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회장은 세계적 수준의 혁신을 뒷받침할 디자인 중심의 문화를 확립하기로 했다.

 

어느 모로 보나 이제 그의 목표는 달성됐다. 현재 삼성에는 1600명 이상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삼성의 혁신 프로세스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 민족지학ethnography[1]전문가, 음악가, 작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학제적 팀의 연구 활동에서 출발하는데, 이 팀의 주 기능은 아직 충족되지 않은 사용자의 니즈를 모색하고 문화, 기술, 경제적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근년에 삼성은 디자인 부문에서 어떤 기업보다도 많은 상을 받으면서 인상적인 기록을 세웠다. 삼성 TV는 종래의 스타일을 거부하는 대담한 디자인을 자주 선보인다. 삼성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스마트폰계에 패블릿[2]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선보였고, 이후 경쟁업체들의 모방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 디자인은 삼성의 DNA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가 됐다. 리더들은 회사 전체의 미래를 그릴 때 반드시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최고경영진이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상황에서도 삼성의 디자이너들은 조직에 깊이 뿌리 내린 효율 중심의 경영 관행 때문에 끊임없이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엔지니어링 부문의 경쟁우위를 유지하면서 조직 문화를 혁신 중심으로 바꾸기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다수의 갈등 요소들을 잘 다스려야만 한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공급업체들도 한 배를 타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상 유지를 중시하는 기업의 관리자들이 미래에 대한 이상적인 비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또 위험기피적인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실험을 장려하고 간혹 발생하는 실패도 수용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삼성이 이런 변화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보다도 일찍이 디자인 역량을 외부에서 끌어오지 않고 내부에서 개발하기로 결정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글에서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삼성은 디자인을 전담하는 헌신적이고 빼어난 디자이너 군단을 결성하기로 했고, 이들은 혁신을 추구할 때 사용하는 도구, 공감’, ‘시각화’, ‘시장에서의 실험으로 사내의 갈등과 저항을 처리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디자이너 군단은 전 부서에 디자인 씽킹을 단단히 심을 뿐만 아니라 기술의 극적인 변화에 발맞춰 제품을 재평가하기 위한 분석틀을 제공하는 정책과 체계를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줘왔다.

 

내부 역량 강화하기

세계 최대 기술기업이자 삼성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업계에 뛰어들고 애플과 정면승부를 벌이기로 한 뒤(애플의 제소로 시작된 두 회사의 특허 침해 소송은현재 진행형이다)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애플을 비롯해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2014 3분기에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감소했다. 2015 1분기 들어 이익이 회복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전년도 수준에는 못 미쳤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보자면 삼성은 눈부신 혁신으로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이다. 삼성의 모바일 사업부는 애플이 주도하는 급진적 시장 혁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고(한때 경쟁 상대였던 노키아, 모토롤라, 에릭슨에는 더 이상 모바일 사업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2013년에는 스마트폰 매출 덕분에 기록적인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더욱이 삼성은 세계 TV 시장에서 2006년부터 보르도, 터치 오브 컬러, 원 디자인, 커브드 스마트 같은 히트 모델을 연달아 내놓으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디자인 리뷰 회의

디자인경영센터

 

보르도 TV

2003년에 에스노그라피 (민족지학) 방식의 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가정에서 TV가 켜져 있는 시간보다 꺼져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주목한 뒤 삼성이 시각적 매력도를 높인 첫 번째 TV 모델이다. 엄청난 인기를 끈 제품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도약은 1996년에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혁명을 일으키기로 한 결심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삼성의 혁신 결핍에 대한 컨설턴트의 보고서를 읽고 자극을 받으면서 촉발된 것이다. (이것이 삼성에 있어서 최초의 도약은 아니었다. 1993년에 이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전략, HR, 성과급제, 디자인과 관련한 서구의 경영 관행을 도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으나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디자인 혁명에 불을 지필 방안으로 외부에서 일류 디자인 전문가들을 물색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빠른 시일 내에 성과가 나올 게 분명했고, 실제로 다수의 고위 관리자들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한국인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부서를 맡기는 쪽으로 일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회사의 장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출 사내 디자이너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디자인 임원들의 강력한 주장을 받아들여, 이 회장은 개별 프로젝트보다는 디자인 조직에 투자하기로 했다.

 

전사적 차원의 디자인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삼성은 저명한 예술대학의 교수들을 기용해 3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는 내부 디자이너들을 차출해 최장 2년 동안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머지 둘은 대학 및 대학원 프로그램과 인턴 프로그램이었다.) 이 회장이 이 프로그램들을 본인의 최우선 순위로 정한 덕분에 사업부 혹은 디자인 담당 임원들이 장기간 디자이너를 빼앗기게 돼 노발대발하며 항의하더라도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없었다.

 

[1]소비자의 제품 사용 양상을 실제 현장에서 조사, 연구하는 기법 - 역주

[2]폰과 태블릿의 합성어로 대개 화면 크기가 5인치 이상인 대화면 스마트폰을 말한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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