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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산업의 틀 바꾸는 '재편전략'성공법

매거진
2013. HBR in DBR (~2013)

 

 

통신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구글의 발표는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구글의 발표는 AT&T와 버라이존을 비롯한 선두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들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이뿐이 아니다. 구글은 애드센스 서비스를 통해 광고업계를 재편하고 있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각기 다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세일즈포스닷컴은 회사와 아무 상관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위해 자사 플랫폼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들은 전형적인 ‘재편전략(shaping strategy)’의 사례이다. 재편 전략은 시장과 산업을 변모시켜 전 세계 산업 생태계를 때로는 매우 극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재편전략은 결국 긍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조건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안겨줄 것을 약속하고 시장의 경쟁 조건을 재정의하려는 시도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1980년대 초반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선보인 전략을 들 수 있다. 빌 게이츠의 주장은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중앙 집중 방식의 메인프레임 컴퓨터에서 데스크톱 기기로 이동해가고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컴퓨터 업계의 리더가 되려면 데스크톱을 생산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데스크톱이 곧 미래다’와 같은 설득력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내는 것과 다른 업체들로 하여금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투자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사실 재편전략은 이 논문에서 제시할 심층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본 논문에서는 또 세계적인 디지털 인프라에 불어 닥치고 있는 변화의 바람으로 인해 재편전략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을 때가 되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비단 하이테크 업계뿐 아니라 다른 시장 및 업계에서도 이런 시도를 고려할 수 있으며, 또 고려해야만 한다는 점을 일깨워줄 예정이다.

 

재편전략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사실 메디치가(家)는 이탈리아에 르네상스 바람이 불어 닥치자 성공적으로 금융 부문에 재편전략을 접목시켰다. 좀 더 최근의 사례를 들면 해운업, 금융 서비스, 의류 등 다양한 부문에서 재편전략이 등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재편전략에 동참하는 업체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대신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강력한 인프라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등장한 이런 변화로 인해 이전에는 성공 가능성이 무척 희박한 것으로 여기던 분야에서 이젠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모든 성공적인 전략을 재편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 전략을 활용하거나, 이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시장과 산업을 재편하기도 한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파괴적인 혁신도 주로 “당장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뒤처지거나 망하고 말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정적 유인 방식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바꾸어놓곤 한다. 델,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이 채택한 전략도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전략이 예상대로 먹혀들 때에는 효력이 막강하지만 최초로 전략을 도입한 업체에 위험이 집중되는 만큼 회사 전체를 통째로 걸고 하는 도박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재편전략은 긍정적인 유인을 통해 업계 내 다른 업체들을 움직인다. 예를 들어 최초로 재편전략을 도입한 기업이 속해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참여기업들이 다른 참가자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위험을 분담하기 때문에 이 전략을 이용하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고 확보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런 전략에 힘을 실어 주고 전략의 매력도를 높여 주는 인프라의 변화를 살펴본 뒤 긍정적인 재편전략을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동반해야 할 핵심 요소로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마지막으로 빠른 속도로 역량을 구축하는 실용적인 이동 경로를 이용해 재편전략을 개발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고자 한다.

 

[DBR TIP] 참여기업이 되어라

 

모든 기업이 재편기업이 되기에 적합한 자격요건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재편기업의 역할을 해내려면 선견지명이 있으며 강력한 권한을 지닌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뿐 아니라 시장을 재편성하겠다는 포부와 마음가짐, 위험구조, 관리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재편기업이 주도하는 재편전략에 참여하는 기업들에도 많은 역할이 주어진다. 참여기업들은 재편전략 내에서 자사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하며, 자사에서 지지하려는 재편기업의 상대적 강점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영향력 행사기업, 위험 분산기업, 추종기업 중 어떤 역할이 자사에 가장 잘 맞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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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인프라

우리는 역사학자 카를로타 페레스의 표현대로 새로운 ‘기술경제(techno-economic)’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심오하고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저서 ‘기술 혁명과 금융 자본’에서 페레스는 인프라가 비즈니스 활동 형성 때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주목할 만한 관점을 제안하고 있다. 증기 기관차, 전기, 전화와 같은 기술 부문에서 나타난 중요한 혁신들로 인해 강력하고 새로운 인프라가 탄생했다. 이 같은 파괴적인 혁신들은 불가피하게 산업과 상업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지만, 기업들이 이런 변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새로운 질서에 대한 자신감을 획득하면서 한때는 파괴적 혁신으로 여긴 것들이 안정적인 세력으로 변모했다.

 

파괴와 안정이 반복되는 패턴 자체도 점차 파괴되고 있다. 꾸준히 놀라울 정도로 성과가 개선되고 있는 연산 능력, 저장 용량, 대역폭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종류의 인프라가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인프라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 꾸준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이런 변화의 흐름에 안정이 찾아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업과 사회 기관들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본 기술을 따라잡고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끝이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나타나 제도와 정체성, 관습, 관계를 변화시키며 ‘균형 상태’를 아득한 기억 너머로 밀어냈다. 전 세계의 중역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환경이 변할 때 중역들이 보이는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핵심 시장 및 핵심 역량과 주요 시장에 집중하고, 핵심 사업 부문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자산 및 사업 활동에 대해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단기성과에 집중하고 변화에 더욱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안겨 주는 경우가 많다.

 

사실 오늘날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환경 아래에서 기업들은 활동량이나 투자 금액에 비해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권투와 비교하면 기업들에 자신보다 높은 체급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현재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업체보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안겨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대기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결국 대기업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금액의 자산을 이용해 신뢰할 만한 재편기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역들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접근방법을 재고하고 새로운 경영 관행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전략의 본질을 재고(再考)하라

지금까지는 균형이 유지될 수 없다면 적응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주장이 옳다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재빨리 감지하고 반응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진짜 기회를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

 

19501960년대에 컨테이너를 직접 배에 실어 운송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맬컴 맥린, 1970년대에 신용카드 시장을 재정의한 비자(현재 ‘지불 비즈니스’라고 불림), 1980년대 초반에 개인 컴퓨터 시장을 급속도로 변화시킨 MS와 인텔, 19801990년대에 의류 업계 공급망에 변화를 몰고 온 홍콩의 무역업체 리앤드펑, 최근 광고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글, 인맥 구축 사이트에 파란을 몰고 온 페이스북, 기업 소프트웨어 사업 환경을 바꾸어 놓은 세일즈포스닷컴 등은 각기 다른 시기, 서로 다른 업계에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앞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기업들은 단순히 자사의 업무 성과를 개선하는 것보다 훨씬 대담한 무언가를 갈망했으며, 글로벌 생태계를 바꾸고 산업과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 사례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각 기업의 전략이 위험과 보상에 대한 통념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기존의 통념을 통째로 바꾸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에는 통념을 변화시키기가 더욱 어렵다. 가파른 변화에 직면한 기업 중역들은 눈앞에 닥친 위험을 극대화시키는 반면에 앞으로 주어질지도 모를 보상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댄 로밸로가 작성한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지 편향에 관한 논문(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07년 12월호에 실린 ‘착각에 빠지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법(Deals Without Delusions)’ 참조)을 비롯한 행동경제학에 관한 논문을 살펴보면 이런 경향을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계산방식으로 인해 소심한 결정을 내리거나 심지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재편전략을 도입하려는 기업이라면 위험에 대한 걱정을 낮춰가는 한편 보상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시켜 잘못된 계산법을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흔히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들로 표현하면 성공적으로 재편전략을 수행하는 기업들은 두려움을 줄여나가는 한편 희망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제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이 같은 접근방식은 수많은 관련 업체가 상당한 금액의 투자를 하게끔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천 개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참여기업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고객의 요구 및 비즈니스 기회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험을 하는 만큼 분산된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동기를 부여한다. (대량 소매 방식이나 애플에서 출시한 아이튠스 네트워크의 경우처럼) 수많은 다른 업체의 참여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전략도 있지만 재편전략이 대규모의 포괄적인 혁신 활동에 동기 및 역량을 부여하는 역할만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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