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경쟁자와 똑같은 장점을 강조해도 살아날 방법 있다
주이, 앤서니 듀크
경쟁 제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해야만 효과적이고, 같은 장점을 강조하면 손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객의 관심을 끄는 메시지는 단순해야 한다. 마케터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관건은 제품의 여러 속성 중 어디에 마케팅의 초점을 둘 것 인지인데, 필자들의 새로운 연구결과를 보면 경쟁사들이 강조하는 속성을 그대로 전략에 반영하는 편이 나은 경우가 분명히 있다.
일회용 생수의 사례를 보자. 가장 탄탄한 브랜드 중 하나인 에비앙은 그동안 ‘청정함purity’을 대표적인 속성으로 내세웠다. 에비앙의 모기업 다농은 발길이 닿지 않은 빙하로 둘러 쌓인 알프스 수원지의 깨끗함을 강조하며 브랜드 연관성association을 만들어냈다. 우리 회사가 조만간 에비앙과 나란히 생수 사업에 뛰어든다고 생각해 보자.
전형적인 마케팅 원칙에 따르면 청정함 외의 관점에서 브랜드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얼핏 보면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좋은 차별화 지점으로 떠올릴 수 있는데, 소비재 마케팅 분야의 가장 독보적인 기업 중 하나인 네슬레는 뜻밖에도 차별화를 택하지 않았다. 네슬레는 새로운 생수 브랜드 ‘퓨어라이프’를 출시하며 에비앙과 똑같은 ‘청정함’을 내세웠다. 결과는 어땠을까? 치열한 경쟁으로 악명높은 생수 시장에서 퓨어라이프는 지금 30%라는 상당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와 비슷한 각도에서 브랜드를 마케팅해도 시장에서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집중도가 쉽게 분산되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퍼붓는 마케팅 메시지는 결국 소비자의 관심도를 떨어뜨리고 차별성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이를 희석효과dilution effect라고 부른다. 크래프트맥주 브랜드의 마케팅 사례를 통해 이 기본 원리를 이해해 보자. 맥주 A와 B가 있다고 가정하자. A맥주는 어디서 만든 맥주인가를 강조하는 반면, B맥주는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한다. ‘샐리’라는 한 소비자는 광고를 보고 A맥주가 자신의 고향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A에 호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녀는 라이프스타일이 크래프트맥주 소비와 연계된 특성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 관점에서 보면 A맥주는 샐리의 취향과는 다르게 파티와 밤문화를 주로 즐기는 이미지를 표방한다.
결국 ‘제조지역’과 ‘파티문화’ 두 가지 특징에 소비자의 관심이 분산되어 희석되면서 A맥주가 당초 샐리에게 어필했던 ‘고향=제조지역’의 장점이 약화된다.
만일 두 맥주 브랜드가 동일하게 제조지역이라는 특성만 강조했다면 샐리는 A로 마음이 기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B맥주가 만들어지는 지역에 더 호감을 갖는 소비자는 B맥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희석되지 않은 선명한 관심을 한 가지 특성에만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매 결정을 내린다. 결과적으로 고객 획득을 위한 가격경쟁도 줄어든다.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메인비어컴퍼니Maine Beer Company, 그레이트레이크스 브루잉컴퍼니Great Lakes Brewing Company등의 크래프트맥주 제조사가 똑같이 생산지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학술지 마케팅 사이언스Marketing Science에 최근 게재가 확정된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 종사하는 5명의 마케팅 임원들을 인터뷰했다. 이들 모두는 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관심도 지속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고, 경쟁사와 같은 제품 특성을 강조하는 편이 합리적일 경우도 있다는 데도 동의했다. 한 산업용 세정용품 분야 마케팅 임원은 자신의 분야에서 오직 ‘청결’이라는 특성 하나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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