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따로 살기
배우자가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 제안을 받을 때, 부부는 떨어져 사는 걸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전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있다. HBR의 선임편집자 아냐 위스코프스키는 커플들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리하이대 사회학자이자 < Commuter Spouses >(ILR Press, 2019)의 저자 대니얼 린데만Danielle Lindemann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을 발췌 편집해 소개한다.
HBR: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장거리 부부를 시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가요?
린데만:장거리 부부 중에는 학력 수준이 높은 사람이 많습니다. 직관에 어긋나겠지만, 고위직에 있을 때 고용 기회가 더 제한적이니까요. 당신에게 어울리는 역할이 얼마 안 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최근 한 연구에서는 석사학위를 가진 커플이 학사학위만 가진 커플보다 떨어져 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 커플이 장거리 부부 생활을 잘 해낼지는 어떤 요소가 결정합니까?
제가 인터뷰한 사람들에 따르면, 가장 결정적 요인은 삶의 단계입니다. 특히 자녀 유무가 중요하죠. 집에 아이가 없는 이들에게는 복잡한 문제가 더 적습니다. 성격도 한몫 하죠. 이런 결혼생활이 가능하려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과 독립성이 필요합니다. 업무에 유연성이 얼마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회사가 원격근무를 허용하거나, 방학이 있는 학계처럼 커리어 자체에 고유한 리듬이 있다면 떨어져 살기가 훨씬 쉬울 겁니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제가 연구한 한 커플은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살면서 주말마다 만납니다. 12시간 시차가 나는 지역에 사는 커플은 문제가 더 많죠. 언제 서로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파악하기도 어렵거든요. 마지막으로, 관계의 온도를 재어 보세요. 새로 시작했거나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계라면, 떨어져 살면서 문제가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이 이런 생활을 더 쉽게 만드나요?
그렇죠.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하루 종일 문자를 보내면서 배우자와 반쯤 끊김없이 연결된 상태로 지냅니다. 연락의 빈도가 중요합니다. 석유시추시설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 번에 며칠씩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상황은 그들과 파트너의 관계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커플에게는 전화와 문자가 가장 중요한 소통채널로, 화상채팅보다 더 중요합니다.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커플은 그들이 공유하는 정보의 종류에 따라 어떤 채널을 사용할지 고려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세부사항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 이메일을 보내지만, 좀 더 감정적인 대화라면 전화를 걸 겁니다. 현대의 많은 소통수단은, 제 동료 렐린 와일딩Raelene Wilding이 명명했듯이 ‘맑은 날 기술sunny-day technologies’입니다.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될 때는 효과적이지만, 불안정한 관계에서는 도움보다 해악을 더 많이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플이 다시 결합할 날을 준비하는 작업에 돌입해야 하나요?
장거리 부부 대부분이 배우자와 다시 같이 살 날을 고대합니다. 일부는 종종 레지던트 기간이 끝나거나 은퇴할 때처럼 커리어상의 이정표와 연계된 특별한 날짜를 염두에 두죠. 그들은 최종목표가 있다는 걸 긍정적으로 봅니다. 끝나는 날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불안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커플이 다시 합치게 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조정기간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갑자기 영역싸움이 벌어집니다. 그들은 일을 특정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데 익숙해졌고, 따라서 갑자기 마찰이 발생합니다. 해외로 파병됐다가 집으로 돌아온 군인의 배우자들에 대한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과 비슷합니다.
원하는 커리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말고 배우자와 떨어져서 살 때 얻는 다른 혜택이 있나요?
있죠! 어떤 사람들은 데이트할 때의 흥분이 재충전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공간을 공유하는 데서 발생하는 모든 사소한 긴장이 없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은 새롭게 발견한 자기만의 독립성, 즉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는 데서 오는 독립성을 소중히 여기는 여성들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어떤 커플은 둘 사이의 거리가 강제로 대화를 하게 만들기 때문에 떨어져 있을 때 소통이 개선된다고 말합니다. 매일 저녁 8시에 서로에게 전화한다는 일정을 잡으면,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 대해 대화를 나눠야만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그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의 양이 가장 큰 혜택입니다. 그들은 가족과의 시간에 지장을 준다는 두려움 없이 원할 때 저녁에 일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없을 경우, 특히 여성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제가 인터뷰한 한 여성은 남편과 함께 살았다면 테뉴어를 받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장거리 부부 생활을 하는 직원이 있다면, 또 그들의 업무가 꼭 주 5일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회사가 그런 사람들을 좀 더 융통성 있게 대했으면 합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이익이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직원들이 배우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른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을 더 줄일 수 있으니까요.
번역 이희령 에디팅 조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