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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계 최고의 CEO 100人
HBR이 선정한 2019년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낸 CEO들
1993년 젠슨 황이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했을 때, 그는 한 가지 틈새에 집중했다. 속도가 빠른 비디오게임용 그래픽을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 칩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1999년에 기업 공개를 하고 2000년대를 거쳐 성장을 지속할 때에도 비디오게임은 여전히 엔비디아의 성장엔진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오리건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한 대만 출신 이민자 황은, 심지어 그 당시에도 미래에 다른 길이 펼쳐질 것을 알고 있었다. 데이터과학자들은 훨씬 더 복잡한 계산을 더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를 요구해 왔고,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칩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반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춘 엔비디아의 칩이 자율주행자동차, 로봇, 드론항공기를 비롯한 기타 수십 개의 최첨단장비 안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 신생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주가 차트는 이런 승부수가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보여준다. 2015년 말부터 2018년 후반까지 엔비디아의 주가는 14배가 올랐다. 바로 이 성과가 올해 56세의 황을 HBR이 선정한 2019년 세계 최고의 CEO 리스트 정상에 올려놓았다.
젠슨 황이 1위에 오른 건 올해가 처음이지만, 리스트에 등장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2위, 2017년에는 3위를 차지했다.(지난해 1위였던 스페인 리테일링 인디텍스의 파블로 이슬라가 회장이 되면서 CEO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2019년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일관성은 HBR 리스트의 특징이기도 하다. 주관적 평가나 단기지표에 바탕을 둔 순위들과 달리, HBR 리스트는 CEO가 재임기간 전체에 걸쳐 이룬 객관적 성과지표에 의존한다. 이런 경영자 순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지난해 리스트에 올랐던 CEO 가운데 65명이 올해 다시 등장했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평가방법을 바꿨는데도 불구하고 발생했다. 2015년부터 HBR은 재무성과를 비롯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왔다. 지난 4년 동안 ESG 점수가 각 CEO의 최종 순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되도록 가중치를 부여했다. 올해는 공식을 약간 수정해 그 비중을 30%로 높였다.(‘HBR은 어떻게 순위를 산정했나?’ 참고) 이런 변화는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이제 순이익지표보다 ESG 요소에 훨씬 더 중점을 많이 두는 펀드와 개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달라지는 민감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가 2019년 8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1]의 회원인 미국 CEO 181명이 서명한 성명서다. 이 성명서는 기업의 목표가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고객, 공급업체, 지역사회 등 다른 네 그룹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ESG에 할당된 가중치가 바뀌면서 피해자가 한 명 발생했다. 바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다. 재무성과만 놓고 본다면 베이조스는 2014년부터 해마다 최고의 성과를 거둔 CEO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ESG 점수 때문에 올해에는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HBR의 순위 산정을 도와준 ESG 데이터기업 두 곳 중 하나인 서스테이널리틱스에 따르면, 이 점수는 근로조건, 고용정책, 데이터보안, 독점금지 등의 문제가 야기하는 위험을 반영한다.
지난 몇 년간 그랬듯이 100대 리더 중 여성은 인구대표성이 부족하다. 그래도 2019년 리스트에는 약간의 희소식이 있다. 올해 네 명의 여성 CEO가 순위에 올랐고, 모두 상위 50%에 속했다. 여성 CEO는 2018년에는 세 명, 그 전에는 두 명뿐이었다. HBR이 리스트를 발표할 때마다 일부 독자들은 여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항의해 왔다.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현상이지만, HBR은 그 이유가 여성 CEO들의 성과 때문이 아니라 CEO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의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답변해 왔다.
54페이지에 등장하는 CEO들은 그 자리에서 놀랄 만큼 장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울러 성과가 뛰어난 리더가 오래도록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이사회가 얼마나 선호하는지도 볼 수 있다. S&P500 기업 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7.2년이다. 반면 HBR이 선정한 최고의 CEO들은 평균 15년간 자리를 지켰다.(재임기간이 2년 미만인 CEO를 제외하는 HBR의 순위 산정방법이 이토록 높은 수치가 나타나는 요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순위 다음에 이어지는 아티클에서는 각기 다른 렌즈를 적용해 이토록 긴 재임기간을 검증한다. 채용전문회사 스펜서 스튜어트는 CEO들이 재직연수에 따라 거두는 성과에 공통된 패턴이 존재하는지 밝히는, 한 데이터 중심 연구결과를 논의한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즉, 취임 후 두 번째 10년을 맞기까지 생존할 만큼 충분한 성과를 거둔 CEO들은 평균 이상의 성과를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HBR 리스트에 오른 많은 CEO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편, 10년간 메드트로닉의 CEO를 지낸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빌 조지 교수는 많은 CEO들이 적절한 퇴직 시점을 찾지 못하고, 또 퇴직 이후 할 일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너무 오래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두 가지 질문에 접근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CEO가 올해 순위에 오른 투자자들은, 황과 다른 CEO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랄 것이다.
번역 이희령 에디팅 조영주
[1]미국 내 200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