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동료평가 때 솔직한 점수를 줘야 할까, 원하는 점수를 줘야 할까?
앤서니 J. 메이요, 조슈아 D. 마골리스, 에이미 갤로
발단
“언제나 시간을 정확히 맞추는군요.” 니샤 나야드는 회의실로 들어서며 동료인 마크 크루즈를 보고 말했다.
“1분 전에 왔어요.” 마크는 점심식사를 펼치며 미소 띤 얼굴로 대꾸했다. 두 사람은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며 동시에 웃었다.
“네스에서 회의시간에 일찍 나타나는 사람은 우리 둘뿐인 것 같아요. 마크가 이 팀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니샤가 말했다.
게임회사인 네스 엔터테인먼트는 시간 엄수에 그다지 중점을 두는 분위기가 아니었다.1 정오가 몇 분 지난 뒤에도 동료인 벤 라스너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니샤의 신경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세 사람은 한 팀에서 일한 적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 그럴 기회가 생겼다. 이들은 네스에서 ‘혁신위원회’의 구성원이 됐기 때문이다. 혁신위원회는 임원들과 함께 회사의 라인 확대와 신작 개발을 이끌도록 꾸려진 곳이다. 회사 전체에서 선발된 그들은 새롭고 매우 눈에 띄는 과제를 부여 받았다. 이 때문에 사업개발부 차장인 니샤는 기분이 들떠 있었다.
니샤와 마크, 벤은 일주일 전에 급히 모여, 네스의 인기 게임인 ‘소콘시아’의 적절한 후속 스토리 라인을 짜고 속편 출시시기를 가늠하기 위해 고객데이터와 경쟁시장 분석을 위한 업무계획을 세웠다.
니샤는 두 동료가 모두 마음에 들었다.2 마케팅부 차장인 마크는 평판이 무척 좋았다. 품질관리 엔지니어인 벤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 줄곧 친구로 지냈다. 두 사람은 아직도 몇 달에 한 번 점심식사를 함께 했고, 부서는 다르지만 직급이 같아 업무에 관한 정보와 조언을 자주 교환했다.
12시 10분, 벤이 미안해하며 회의실로 들어섰다.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군요. 우리 팀은 ‘나이트 데이즈’ QC(품질검수)를 진행하고 있어요.” ‘나이트 데이즈’는 네스의 기존 작품 중 하나이며, 곧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었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것도 깜빡 했어요. 가서 먹을 것 좀 가져올게요. 나 없이 먼저 시작해도 괜찮아요.”
벤이 돌아왔을 때 니샤는 소콘시아의 고객데이터를 검토하면서 발견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 빈틈이 없어요. 스토리라인은 대박이고, 그래픽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확장판을 일찍 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동의합니다.“ 마크가 맞장구 쳤다. 마크는 마케팅 부서에서 일해 인플루언서들의 사용자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는 업무를 맡았었다. “몇몇 리뷰어들은 벌써부터 2.0 버전이 어떻게 나올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내가 강조 표시해서 보낸 PDF파일 읽어봤어요?”
마크는 니샤와 벤이 그 파일을 볼 수 있도록 노트북 컴퓨터를 돌려놓았다. 니샤는 지난밤에 그 파일을 세세히 살펴보았다.
“언제 이걸 보냈어요?” 벤이 노트북 화면을 곁눈질하며 물었다.
“수요일에요.” 마크가 대답했다.
“아, 그랬군요.” 벤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우린 이 내용이 사용량 통계와 얼마나 들어맞는지 확인해야 하는 거죠.”
“그렇죠.” 마크는 대답을 기대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벤은 계속 먹기만 했다. 니샤는 혼란스러웠다. 통계분석은 벤이 맡기로 했었다. “사용량 통계를 검토하지 않았어요?” 마크가 조금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우리가 보낸 자료를 하나라도 읽어 보기는 했어요?’
“아직이요.” 벤이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걸 다 설명해야겠군요.” 마크가 내뱉듯 말했다.
니샤도 기분이 상했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까 싶어 불편했다. 네스의 인사팀은 동료 피드백을 중요시했다. 이 회사는 CEO인 마틴 스콜의 권유로 직원들이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전달하도록 하기 위한 두 가지 조치를 시행했다. 먼저 곤란한 내용의 대화를 하는 훈련을 실시했고, 다음으로 직원들이 동료의 업무역량을 평가하고 직접적인 짧은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하는 앱을 배포했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 니샤는 감정을 추스르며 되도록 차분하게 벤에게 물었다. “본인이 하기로 한 일을 왜 하지 않은 거죠?”
벤은 약간 움찔했지만, 그 역시 같은 대화법 훈련을 받았으므로 화내지 않고 말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내가 실수했어요. 다 내 탓이에요. 이 프로젝트를 맡기로 한 다음날, ‘나이트 데이즈’ 품질관리 업무를 떠맡았어요. 이 일 때문에 나와 우리 팀은 꼼짝도 못하고 있어요. 5월부터 인원도 부족한 상태거든요. 다시는 이렇게 준비 없이 회의에 나오지 않을게요. 약속합니다.”
벤은 먼저 자리를 떴고, 니샤와 마크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함께 걸어갔다. “난 자신의 업무를 대신 해주길 바라는 사람들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어야 돼요.”3마크가 말했다.
니샤는 마크와 생각이 같았지만, 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으리라고 짐작했다. 그의 상사는 팀원에 대한 기대치가 지극히 높은 사람으로 악명이 높았다. 또 누구나 어쩌다 기한을 넘긴 적이 있지 않은가? 과거에 그들이 소규모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을 때 벤은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난 벤을 믿어요. 그는 약속을 지킬 거예요.” 니샤는 마크를 안심시켰다.
“그래야 할 걸요.” 마크는 경고하듯 말했다.
아티클을 끝까지 보시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세요.
첫 달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