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입사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의 직무 역량과 기술이 발전하는 것처럼 윤리 수준도 계발될 수 있다.
왜 상당수가 기회를 놓치는가 많은 기업이 윤리 훈련을 신입 직원 연수 때 하는 가벼운 일로 취급한다. 행동 강령 수립과 내부고발자 핫라인 개설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면 일회성 부정행위 몇 개는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직원의 도덕성 계발로 이어지는 근본적 처방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어떻게 기회를 잡을까 관리자가 직장 내 윤리적 갈등 상황을 가정하는 ‘경험 학습’을 제공하고, 사소한 과실이 있을 때 심리적 안전감을 부여하고, 아이디어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사전 또는 사후 검토를 하고, 봉사활동과 윤리 멘토링을 활성화해 봉사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도덕적 인격을 완벽히 갖춘 채로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의 업무 기술과 역량이 발전하거나 퇴보하는 것처럼 도덕도 마찬가지다. 학습을 통해 더 윤리적인 사람이 될 수도,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조직이 직원의 도덕성 훈련을 장기적 관점에서 보기보다는 신입 직원 연수 때 잠깐 하는 일회성 행사 정도로 취급한다. 사내 윤리 문제를 다룬다 해도 고작 행동 강령을 채택하거나 내부고발자 핫라인을 개설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런 국소적인 처방은 특정 문제 해결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전체 임직원의 도덕성을 키우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리를 학습하는 과정은 평생에 걸쳐 진행된다. “이건 하고 저건 하지 마”라는 식의 기계적 훈련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도덕적 곤경에 처한 사람은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되는 정신의 고유한 프로토타입 또는 멘털 모델에 의존한다. 인간의 도덕적 진화는 이런 경험을 통해 프로토타입에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고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면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회성 스캔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주 본인부터 도덕적 성찰을 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원들이 윤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윤리적 조직의 장점을 설명한 문헌은 많다. 먼저 윤리적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직원들에게 더 매력적이다. 스캔들에 휘말릴 일도 적다. 요즘은 투자자들도 윤리적 기업을 선호한다.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좋은 거버넌스와 건전한 문화가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의 동력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HBR 2020년 1-2월호에 기고한 ‘윤리적 커리어 쌓기’에서 윤리 문제의 상향식 접근법을 소개하면서 각 직원이 어떻게 직장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윤리적 성장을 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비즈니스, 심리학, 윤리학 분야 연구 수백 개를 바탕으로 직원의 도덕적 수양을 돕는 하향식 접근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 두 가지 접근은 직장이 배움과 성장의 기회와 지지를 제공하는 윤리학 실험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삶에서 일의 역할이 무엇인지 인지하기
일부 프로테스탄트 신학은 일의 본질이 정신의 고양에 있다고 본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일터가 윤리 수양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일은 많은 사람의 삶에서 지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본래 도덕적 성찰은 전통적으로 예배 시설, 심리상담 사무실에서 하거나 가족, 친지와의 대화를 통해 이뤄졌다. 이런 장소가 이제는 상관이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근무시간이 하루 8시간이 넘는 일반 정규직들은 모스크나 교회, 상담실보다는 직장에서 월등히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 상당수는 눈 뜨고 지내는 시간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우리의 도덕적 사고와 행동이 어떻게 일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둘째, 일과 삶의 연관성이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런 트렌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심해졌다. 무엇이 사생활이고 무엇이 회사 생활인지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그 후속 세대가 “회사에서도 온전한 나 자신의 모습으로 일하고 싶다”며 진정성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직장 내 행동주의Activism도 부상하는 중이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이 연대해 기업 리더를 상대로 다양성, 이민, 정치 담론 등 문제 해결에 참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셋째, 직장에서 다른 곳에서는 접하지 못할 윤리적 갈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줄 계약을 따 내기 위해 정부 관료에게 뇌물을 줄 것인가? 비용을 과다 청구하거나 장부를 조작할 것인가? 상사가 부하 직원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것을 목격했을 때 공개적으로 맞설 것인가? 코로나19 시국에서는 이런 질문도 나온다. 사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것인가? 우리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까? 일에는 준수해야 할 규칙, 서비스를 제공할 고객, 지켜야 할 계약, 참여해야 하는 지역사회가 있다. 각각에서 얻은 경험은 시간이 흐르면서 윤리와 도덕 수양의 거름이 된다.
직원들이 일터를 인성 계발을 위한 실험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회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해답을 찾기 위해 먼저 경험과 성찰이 도덕적 인성 발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겠다.